운수 좋은 날
왜 불행은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가
어젯밤엔 똥꿈을 꿨다.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싶었건만 등원길에 수안이가 계단에서 고꾸라져 입에서 피가 철철 났다. 다행히 남편이 집에 있어 치과에 가 바로 엑스레이를 찍었고, 치아 인대가 늘어난 정도여서 상황은 무마됐다.
수안이가 등원하고 난 후 끊임없는 자책으로 힘들었다. 왜 수안이 손에 진저브레드 들고 가는 걸 허락했을까, 왜 쓰레기를 들고 나서서 수안이 손을 잡아주지 못했을까, 왜 수안이 속도에 맞춰서 계단을 함께 내려오지 않았을까 화살이 내게 꽂혔다.
하원한 수안이를 꼭 안아줬더니 수안이는 "나 괜찮아!"라고 말하며 내 걱정을 덜어내려 애썼다. 수안이 몸을 찬찬히 살펴보니 다리도 멍투성이에다가 잇몸에 피가 여전히 고여 있었다. 성하지 않으면서 괜찮다고 둘러대는 수안이를 보니 더 안쓰러웠다.
내일부턴 천천히 수안이 속도에 맞춰야겠다 다짐한다. 입에 달고 살던 "수안아, 빨리 와"는 이제 넣어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