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상을 앗아간 영화
일단 조커 2 폴리아되를 보고 와서 굉장히 할 말이 많다. 그게 긍정적이지는 않다. 조커 1은 5번을 봤을 정도로 나는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물론 6명을 잔인하게 죽인 악독한 빌런이기는 하지만 그는 뚜렷한 명분과 스토리가 있었다.
조커 1편에서 아서는 무시를 한 사람들을 하나씩 죽여나간다. 힘없는 아서를 무시하고 말이라고 아무 말을 그에게 비수처럼 꽂아 내린 사람들에게 보복한다. 그는 처음 살인을 저지르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듯 화장실에서 피를 닦아내고 춤사위를 펼치며 조커의 탄생을 알린다. 그거 조커로 승화하고 나서는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
1에서는 아서 플렉의 망상과 실제상황이 구분되어 나오지 않아서 어디까지가 망상인지 구분이 안될 때도 있는데 이런 연출이 관객의 상상력을 열어준다. 나는 끝까지도 그 옆집 흑인 여자가 죽은 줄 알았는데 2편에 멀쩡이 살아서 나온다.
결론적으로 1편에서는 조커의 탄생을 알리는 전반적인 서사들로 집중적인 스토리를 이끌어나갔고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으며 너무 악독하지만 그의 심정에 공감을 가게끔 하는 스토리와 연출라인이 있었다. 나는 조커 1을 보면서 “아 저런 어린 시절을 겪은 사람들은 저렇게 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고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버려진 아서 플렉이 너무 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세상이 버린듯한 불운한 그가 자기를 능멸한 하찮은 인간들에게 시원하게 복수를 하는 모습에서는 무서우면서 희열감이 느껴졌다. 마치 조커 1을 보면 모두가 조커의 편에 서게 할 만큼 그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조커 2에서는 이와 완전히 반대의 느낌을 받았다. 처음에 조커 2가 나오고, 레이디 가가가 할리퀸을 맡았다고 했을 때만 해도 너무 기대가 됐었다. 이미 레이디 가가는 연기력으로 인정받았었고 그 둘의 케미가 너무나도 기대됐었다. 특히 예전에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과 조커의 케미가 너무 좋았어서 더욱 기대됐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추앙받던 신적 존재 조커를 완전히 짓밟고 타락시켜 버렸다. 우선 조커의 그 진하고 내면의 심리를 깊숙이 파고들던 깊이감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불쑥불쑥 등장하는 난데없는 라라랜드 뮤지컬 장면들의 파노라마 행진이 벌어졌다. 특히나 조커 2는 그저 리(레이디가가)와의 러브 스토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깊이감은 없어지고 어설픈 러브 스토리로 변질된 느낌이었다.
심지어 그 러브 스토리가 대단히 깊이 있고 빌드업이 되었으면 문제가 없을 텐데 굉장히 이해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갑자기 음악을 배우게 되는 부분과 딱히 강렬한 임팩트 없이 갑자기 사랑에 깊이 빠지는 부분도 그중 하나다. 그렇게 공감이 안 되는 러브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노래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부르는 씬들이 많아지고, 극장 세팅의 ‘뮤지컬쇼’가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몰입도를 완전히 깨뜨려버린다.
그리고 또 중요한 건 리의 캐릭터가 여기서 정말 매력이 없다는 점이다. 부잣집 딸이 심심풀이로 조커를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조커가 이제 조커는 없다고 말하자 바로 안녕을 고하고 냉혈 하게 떠나버린다.
아서 플렉은 부모,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버림 받고 나중에는 같은 수감자에게 개죽음을 당하면서 영화는 블랙아웃이 된다. 정말 찝찝한 엔딩이었다. 마치 아서 플렉, 조커라는 인물 2명을 동시에 죽인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약한 사람, 변하려는 사람 둘 다 아무 힘 없이 사회에서 처단당한 것만 같았다.
일련의 희망도, 여지도, 상상력도 남기지 않았다. 나중에는 레이디가가가 이별을 고할 때 부르던 음악소리가 너무 듣기 싫을 정도로 그 캐릭터와 스토리에 몰입이 안 됐다. 여기서 살았던 건 오직 호아킨 휘닉스의 연기력인 것 같다. 그의 침울하면서 우울하고 슬프면서도 분노하고, 사랑하면서도 이별에 가슴 아파하는 감정연기들은 여전히 일품이었다. 그가 재판장에서 보여준 신들린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조커는 없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조커가 강제적으로 옷을 벗은 느낌이었다. 감독은 같았지만 영화는 아예 달라진 느낌이었다. 혹, 할리 없이 조커의 2막을 다루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영화 시리즈가 이렇게 망가져서 슬프고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