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씸파파 SYMPAPA Sep 06. 2018

#7. 아빠도 엄마처럼 유치원 갈 수 있다 ep. 3

"아빠도 이제 어른이 될게" - 아빠 육아휴직 에피소드 2

유치원 시장놀이 행사 당일날 아침. 일주일 전부터 기대하던 씸씸이는 다른 날과 달리 깨우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아빠도 조금은 설레었는지 아니면 긴장했는지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진 아침이었다.


바이킹 아저씨는 평소보다 일찍 와달라는 유치원 선생님의 안내가 있어서 씸씸이와 함께 등원을 조금 서둘렀다. 씸씸이를 교실로 들여보내고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눈 후 드디어 아이들이 기다리던 시장놀이가 시작되었다.



집에서 안 쓰는 물건들을 챙겨 온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가게 간판과 함께 교실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놀이를 체험했다. 그리고 난 후 유치원 앞마당 공간으로 나와서 시장 간식들을 맛보고, 바이킹 놀이기구를 타는 코스였다.


흔한 '요즘 아이'인 씸씸이도 기껏해야 주말에 맞벌이하는 엄마와 아빠 따라서 대형마트 정도나 가보는 편이다. 그래도 이번 시장놀이 이벤트를 통해서 지역 재래시장에 가서 직접 야채도 사보고, 자기 물건도 놀이를 통해서 직접 팔아보며 좋은 경험이 되었음에 틀림없다.


요즘에도 같이 무엇인가 사러 갔을 때 내가 "비싸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척하면 "우리 싸게 해달라고 얘기해보자." 하고 대꾸하는 것을 보면 여섯 살 치고는 장족의 발전인 듯하다.



아이들 시장놀이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우선 나는 우리 아이 유치원의 전체 원생 인원수가 이렇게 많았는지에 놀랐다. 바이킹 타는 아이들 줄이 서너 시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니 땡볕에서 이 역시 쉽지 않은 '노동'이었다. 또 하나 어려운 점이 바로 '고객님(?)들의 눈높이'이다. 놀이기구를 잘 타고 좋아하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섞여있으니 아이들 각각의 입맛에 맞춰 운행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별 것 아닌 듯 보이는 단순노동 중에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를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많은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들을 계속 같이 보면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되는 전염성 있는 행복감이다.

또 한 장의 아빠와 함께하는 추억을 만드는 것이 내가 이번 행사에 참가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이지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행복해하며 크게 웃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전에는 못 느껴본 또 다른 감동이 있었다. 아마도 유치원 선생님들의 생기 있는 모습도 이런 순수한 에너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물론 그분들도 직장생활이라 나름의 고충이야 없겠냐마는......   



 서너 시간의 행사를 모두 마무리하고 유치원에서 오늘 아이들을 위해 참여한 자원봉사자 부모님들(부모님들이라기 보다는 어머님들이 맞을 것 같지만) 점심식사까지 챙겨주셨다. 식사 장소에서 한 번 혼자 아빠 참가자로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을 뻔히 알고 있었지만 기왕 용기 낸 만큼 나름의 마무리도 잘 하고 싶어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맛있는 비빔국수로 점심을 잘 먹고 난 후 원장 선생님 마무리 말씀과 함께 오늘 행사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한 손에 유치원에서 마련한 부모님들을 위한 선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혼자 피식 웃음이 났다. 여러 의미가 담긴 그런 웃음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유치원에서 받은 선물의 사진을 찍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아내에게 메시지로 보냈다.



요즘에도 같이 무엇인가 사러 갔을 때 내가
"비싸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척하면
"우리 싸게 해달라고 얘기해보자."
하고 대꾸하는 것을 보면
여섯 살 치고는 장족의 발전인 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6. 아빠도 엄마처럼 유치원 갈 수 있다 ep.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