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대부분, 컴퓨터로 작업을 할 것 같은데...
여전히, 필기구를 이용하는 작가들도 있습니다.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만년필을 쓰는 게
꿈처럼 몸에 익숙하다고 했구요.
작가 조정래의 소설 [정글만리]는
오직 원고지 3,615장에 써 내려간 소설이라고 하고요,
김훈 작가의 산문집 중에 [연필로 쓰기] 라는 책은 그가 실제 원고지에 연필로 쓴 글이 책의 표지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생각을 가장 빨리 정리해서 많은 글을 써내야 하는 작가들이
외려 디지털을 좀 멀리 한다는 사실 좀, 의외죠?
어쩌면, 빠른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이 대가들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빠르게 쓰는 것보다 정성스럽게 한 글자씩 써 내려가는 것이
작가에겐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저는 반성을 했습니다.
많이 쓰고, 쉽게 쓰고, 그만큼 더 많이 소비되고 버려지는 시대에
한글자 한글자 손으로 꾹꾹 담아 눌러쓰는 자세.
그저 호기롭게 따라할 수 있는 삶의 자세는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더 아날로그로 쓰여진 것들이 귀하게 느껴지는 가 봅니다.
e-메일을 지울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지만
공들여 써준 손 글씨 카드나 편지는
버릴 때 망설이거나 미안함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고보니, 계절도 사람만큼이나 빠르게 변하는 것에는
영 재주가 없는 가 봅니다.
여전히 더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가을이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천천히 곱씹어 보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