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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HSN 변 호 사 님 Dec 14. 2020

이런 패션은 노노해

로펌 변호사의 패션(1)

로펌의 드레스 코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테크 회사나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복장은 상상할 수도 없다. 전문가로서 의뢰인들에게 신뢰를 주어야 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법조 문화 자체가 보수적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로펌 변호사들의 패션을 찾아보았더니, '이건 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도 오케이', '딱 정석이네' 하는 옷차림들이 있었다. 이런 분류는 내 가치판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로펌 (혹은 내가 다니는 회사) 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드레스 코드에 따른 것이다.


이건 좀 아니다, 하는 패션은 정형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내가 찾아본 '하이에나', '무법 변호사', '너의 목소리가 들려', '슈츠'에 보이는 패션은 대충 6가지로 분류가 되었다.



이건 좀 아니다, 하는 패션


1. 미니스커트

'하이에나'의 김혜수


'하이에나' 보다가 좀 놀란 적이 있었는데, 바로 이 장면 때문이었다. 김혜수가 송&김이라는 대형로펌에 파트너로 합류한 지 이틀 째, 미니스커트, 스트랩힐 샌들, 하늘하늘한 트렌치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로펌에서 변호사가 미니스커트를 입는 것은 거의 드레스 코드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로 여겨진다. (내 기준 아님, 로펌 기준임.) 아무리 파트너라도 허벅지 정도에 이르는 치마를 입지는 않는다. 어쏘는 더더욱 그렇게 못 입는다. 아마 김혜수 착장으로 회사에 등장하는 순간, 엘레베이터에서부터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할 것이다.


(변호사가 아닌 다른 로펌 직원이 김혜수처럼 입는 것은 당연히 오케이)


스트랩힐 샌들이나 하늘하늘한 트렌치 코트는 나쁘지 않다. 여름에는 샌들도 (환영받지는 않더라도) 허용은 되는 분위기인 것 같고, 트렌치 코트는 기이한 오뜨 쿠튀르기 아닌 이상 색깔 무관하게 대부분 받아들여진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보영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나오는 이보영은 국선 전담 변호인이라서 로펌 소속은 아니다. 하지만 법정 패션에는, 소속 불문 변호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드레스 코드가 있는 것 같다. 정장을 입어야 하는 건 당연, 자켓을 걸칠 것, 되도록 어두운 색을 입을 것, 구두를 신을 것.


이보영의 왼쪽 샷만 보았을 때는 정석에 가까운 차림새라고 생각했다. 회색 자켓에 흰 블라우스. 하지만 오른쪽 샷을 보았을 땐 좀 놀랐다. 치마가 상당히 짧다. 대부분 재판은 앉아서 하기 때문에 재판부가 변호사가 무슨 하의를 입었는지 보지 못할 것 같지만, 화면에서처럼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법정 드나들 때도 당연히 하의가 보인다.


미니스커트는 로펌 안에서든 법정 안에서든 거의 금지되는 것 같다. 법정 차림새는 로펌 안에서보다 훨씬 더 엄격하므로, 만약 어쏘가 이보영 착장으로 출정했으면 파트너한테 옷 갈아입고 오란 소리 들었을 듯 하다 (내가 아는 파트너 변호사님들은 아예 법정에 못 가게 할 것 같음).



2. 밝은 색 남성 정장


'슈츠'의 손석구'


남성들에게도 제약이 많다. 대부분 어두운 색 정장, 무늬와 색깔 없는 셔츠, 조끼는 옵션으로 갖춰 입으면 무난한데, 여기서 좀 벗어나기라도 하면 튄다. 특히 밝은 색 정장은 거의 무조건 No no다.  


'슈츠'에서 로펌 변호사로 나오는 손석구가 라이벌 로펌으로 장동건을 만나러 갈 때 미색 정장을 입었다. 엄청 패셔너블하고 핏도 좋지만, 로펌에서 허용되는 차림은 아닌 것 같다. 특히 같은 식구들만 있는 로펌에서 입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 로펌과 같은 외부인을 만날 때는 더더욱.


'하이에나'의 주지훈


'하이에나'에서 송&김의 파트너 변호사인 주지훈은 대체로 정석대로 입는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대표님에게 한 소리 들을 것 처럼 입었다. 손석구가 입은 정장처럼 밝은 미색은 아니라도, 일단 검정, 감색, 어두운 회색 정장이 아니라서 그렇다. (저 색을 뭐라고 하죠? 밝은 쥐색?)


특히 오른쪽 샷은 대표 변호사와 면담하는 장면인데, 우리 회사 같았으면 대표님이 보자마자 한 소리 하셨을 듯.



3. 붉은 계열 남성 정장


'하이에나'의 전석호와 주지훈


정장이 어둡기만 해서 오케이인 것도 아니다. 어둡더라도 붉은 계열은 거의 100% No no다. '하이에나'에서 전석호와 주지훈이 둘다 자주색 정장 (특히 주지훈은 셔츠까지 자주색) 을 입었는데, 이런 차림새도 로펌에서는 입지 않는다.


여성 변호사들에게는 색깔의 자유가 그래도 좀 주어지는 반면, 남성 변호사들에게는 허용되는 색깔 폭이 상당히 좁다. 정장, 셔츠, 구두에서 모두 마찬가지다. 정장은 일단 검정, 감색, 어두운 회색, 셔츠는 흰색 (아주 가끔 검은색), 구두는 검정이나 어두운 갈색이어야 한다.



4. 분홍 여성 정장


'무법변호사'의 서예지


법정에서의 드레스 코드는 상당히 엄격해서, '무법 변호사'의 무법로펌 소속 서예지처럼 분홍색 정장은 거의 금기시되는 것 같다. 여성  변호사에게 분홍 정장은 로펌 안에서는 웬만큼 허용되지만 아무래도 법정에서는 많이 튀는 차림이다.



5. 운동화


'수츠'의 박형식


운동화는 진짜 Big No다. 발이 아파서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것은 괜찮지만, 사무실 안에서는 구두로 갈아신어야 한다. 구두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운동화인 하이브리드를 신는 것도 좀 눈치 보인다.


로펌에서도 그럴진대 하물며 법정에서는 어떠하랴. '슈츠'에 나오는 강&함의 박형식은 법정에 갈 때 흰 운동화를 신었다. 스타일은 매우 좋지만, 법정에서는 진짜 안될 차림이다. (반대로 오른쪽 샷의 여성 차림은 아주 정석적이다.)



6. 강한 스트라이프 남성 정장


'슈츠'의 장동건과 '하이에나'의 전석호


남성 변호사의 옷차림은 색깔 뿐만 아니라 무늬에 있어서도 (여성 변호사에 비해) 제약이 많다. 스트라이프가 강하게 드러나는 정장은 로펌에서 거의 아무도 안입는다. 단색 단벌로만 지낼 수는 없으니 여러 벌 갖춰두기는 하지만, 스트라이프가 자기 존재를 드러내는 정장은 제외다.


특히 '슈츠'의 강&함 장동건이 입은 연한 푸른색 바탕에 흰검 스트라이프 정장은... 아무리 "수석" 파트너라도 좀 과하게 여겨진다. 게다가 셔츠도 하늘색이니 보수적인 로펌 안에서는 더 튄다.


'하이에나'의 전석호'도 드라마에서 상당히 자유롭게 입고 나오는 편인데, 터틀넥 스웨터는 오케이지만 격자무늬 정장은 아무래도 상당히 드물다. 큰 맘 먹고 과감하게 입는다면 금요일 정도에는 입을 수 있을 수도.  




사실 로펌 아닌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어서, 다른 회사들에서는 일반적으로 드레스 코드가 어떠한지 잘 모르겠다. 다만 TV나 길거리에서 보는 직장인들 옷차림을 보면, 확실히 로펌 변호사들보다 선택권이 더 많은 것 같다. 로펌 변호사들은 거의 뭐 칼정장이 기본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도 오케이'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로펌 변호사들의 '딱 정석이네' 하는 옷차림과 '경우에 따라서는 이것도 오케이' 하는 옷차림에 대해서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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