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똑똑한 요즘 아이들
재원이는 오늘도 학원 문을 힘차게 박차고 들어와 표창 던지기라도 하듯 책가방을 휙 집어던지곤 도화지를 찾는다. 아직은 제법 쌀쌀한 날씨임에도 양말도 신지 않고 학교에서부터 실내화를 신고 걸어오는 게 다반사인 재원이는, 어려서부터도 시선을 집중시키는 아이였다고 한다.
올해 3학년이 된 재원이는 7살이 되던 해 미술학원 문을 처음 두드렸는데, 수업 첫날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뿜 뿜 하며 선생님들에게 검은 먹구름을 선사하였다고 한다. 나와는 1학년이 되던 해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재원이가 다른 아이들 수업에 방해만 안되면 무얼 하든 가만 내버려두는 선생님들을 보며
하며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며칠간 지켜보니 고개를 끄덕거릴 수 밖에는 없는 이유가 숨어있었다.
재원이는 혼자서 무언가에 꽂혀 집중하기 시작하면 세상을 잊은 채 몰두하기 시작했고 그러고 나면 꼭 여러 장의 그림으로 생각들을 표현하곤 했는데, 선생님들이 느슨한 사이 다른 아이들과 말을 섞기 시작하면 꼭 누구 한 명이 울고 나가는 문제가 발생하곤 하였다. 폭력적인 아이는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느끼기에도 조금은 이상했기에 급기야 재원이 때문에 학원 오기 싫다는 아이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나이가 어린 동생들 중에는 실제로 재원이가 무서워서 그만둔 친구도 생겨났으니 선생님들에겐 머리 아픈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재원이가 얌전할 땐 그림이나 종이 접기에 몰두할 때니 가능하면 아이들과 말을 섞지 않게끔 단속하는 게 선생님들로서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재원이는 한 번에 여러 장의 그림을 연달아 그리곤 했는데 이해하기는 힘들어도 그만의 세계가 있는 듯보였다. 색칠은 절대 하지 않고 오로지 연필로만 그렸는데 궁금해서 뭐라도 물어볼라치면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하는지 소리를 꽥 지르곤 해서 그런 상태를 익히 아는 선생님들은 아무도 재원이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그런 걸 모르던 나만 나중에야 설명을 듣고는 이해할 수 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재원인 그냥 보기에도 충분히 독특한 아이였다.
또 한 가지 선생님들을 곤혹스럽게 한 부분은 한번 말문이 터지면 봇물 터지듯 수다스러운 아이가 되어 듣던 사람들을 슬슬 뒷걸음질 치게 만드는 재원이의 입심에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린아이가 말하기엔 좀 심오하거나 꽤 박학다식한 내용들이 많아
생각하며 흥미롭게 듣던 나도 곧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 집요한 설명에 뜨악하며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재원이가 얼마 전부터 놀이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섞이지 못해 계속 문제가 발생했고, 급기야 짓궂은 아이 몇 명이 재원이 책가방이랑 교과서 등을 창밖으로 던져버린 사건이 생겼다. 그 사건이 발단이 되어 부모님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돼 부모상담을 먼저 받으셨고, 재원이의 놀이치료 및 언어치료가 시작됐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한결 차분해진 듯한 느낌이 드는 건...
그래도 가끔씩 들려오는 재원이의 말은 나에겐 여전히 해석이 어렵기만 하다.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매우 강하고 똑똑한 편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도 부쩍 많아졌고, 요구 또한 분명해졌다. 호불호가 분명하기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아이들 대하기가 편해진 부분도 있지만 아슬아슬하게 버릇없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애들 또한 많아져 가끔씩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좋고 싫음이 분명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놓고
하는 아이들도 많다.
놀고 싶지 않고 앉고 싶지 않은 이유 또한 분명하고 들어보면 매우 타당성이 있어 무조건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하기가 곤란한 경우도 많아 결국은
하며 마무리를 짓곤 한다.
아이들의 학습능력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명석한 두뇌를 자랑하는 아이들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나 조금이라도 내가 싫고 불편한 것은 참을 수 없어하는 아이들 또한 많아졌으니 앞으로의 세상이 너무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으로만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