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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Jul 27. 2024

들숨과 날숨

하루의 반 이상을 앉아 있는 생활을 지속하다 보니 삭신이 쑤셨다.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날갯죽지부터 허리까지 아릿한 통증이 느껴져 잠을 설쳤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직장 근처 피트니스 센터를 찾았다. 커다란 덩치와 달리 조목조목 설명을 잘해주던 피트니스 센터 대표는 전신 균형이 깨져 있다며 일대일 맞춤 운동을 제안했다. 1회 5만 원이라는 금액에 잠시 고민했지만 거울 속 굽어진 목과 둥글게 말린 어깨를 보자 나도 모르게 3개월 등록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게 벌써 4년 전이다. 그 후로 2년 동안 나는 매주 피트니스 센터를 찾아 일대일 수업을 받았다. 몸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던 탓에 고강도 운동법까지는 익히지 못했지만 망가진 균형을 되찾아주는 동작과 뭉쳐 있던 근육을 풀고 지방을 연소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운동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러나 2년 간 익힌 수많은 운동법 중에서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과 실질적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첫 수업 때 배운 호흡법이었다.

 


호흡에만 집중하세요.


피트니스 센터 대표이자 나의 전담 코치였던 그는 2년 내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운동법은 다채로워지고 난이도도 올라갔지만 그는 변함없이 호흡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숨이야 늘 쉬고 사는 건데 뭘 저렇게 강조할까 싶었지만 운동을 하면 할수록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체감하게 되었다.


한땀 한땀 무명천에 수를 놓듯 들숨과 날숨을 정성 들여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굳어 있던 근육들은 풀어지고 둔해졌던 장기들은 활력을 찾았다. 무엇보다 평생 해왔지만 한 번도 자각하지 못했던 호흡을 오롯이 느껴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머릿 속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잘 풀리지 않는 보고 때문에 유난히 피로도와 스트레스가 심했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직장 생활에도 호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이쉬었으면 내쉬고, 내쉬었으면 들이쉬는 과정이 안정적으로 이뤄져야 직장 생활도 생기를 찾고 유연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때로는 내 성질 때문에, 때로는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때로는 직장의 상황에 맞추느라 고르게 호흡하지 못하고 숨을 마구 몰아 마시고 뱉는 바람에 탈이 났던 과거의 기억들도 떠올랐다.  


업무 역량이 나쁘지 않고 직원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지식하고 성마른 성미 때문에 나의 직장 생활은 들숨보다는 날숨으로 가득했다. 들숨이 충분해야 날숨도 제대로 쉴 수 있을진데 계속 숨을 내보내기만 하니 늘 진이 빠지고 목이 타는 기분이었다. 



세상만사는 균형 속에서 안정을 찾는다. 한 쪽으로 치우치다 보면 금세 균형을 잃고 쓰러지는 것이 이치이다. 


다리 한 쪽만 들어 올려도 바들바들 몸이 떨리는 게 인간이고, 그런 인간들이 모여 만들어 낸 것이 우리 직장 생활이다. 맡은 업무를 책임감과 추진력으로 강하게 밀어 붙이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아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나와 주변을 둘러보고 지친 기운을 충전하여 몸과 마음의 순환과 여유를 회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와 같이 업무에 대한 열정과 조직에 대한 애정으로 날숨을 몰아 뱉는 것도 문제지만 언제나 인내하고 양보하며 들숨만 삼키는 것도 독이 된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 중에는 늘 겸손하고 배려 있는 태도로 직원들을 챙기고 업무에도 헌신하던 분이 계셨다. 그는 이기적인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도 수용적인 자세로 궃은 일까지 묵묵히 해내곤 했지만 거듭된 인내와 희생 때문인지 몸과 마음에 모두 병이 나 일년이 넘게 휴직을 하고 결국 요직에서도 물러나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해나가려면 들숨과 날숨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얕은 숨을 빠르게 반복할지, 깊은 숨을 천천히 반복할지는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선택이 되었건 들숨과 날숨을 고루 쉬며 직장 생활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줘야 생존력과 안정성이 향상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제대로 된 호흡을 하는 것만으로도 지방은 연소되고 근육은 힘을 얻는다고 한다. 직장 생활의 들숨과 날숨을 제대로 쉬어가며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버텨낼 기운을 확보하는 현명함을 가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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