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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Aug 31. 2024

세대 차이에서 얻는 배움

"요즘 친구들은 근성이 없어. 조금만 힘들면 그만둬 버리지."

"자기보신만 하는 꼰대들 때문에 우리 회사가 비전이 없는 거야."


직장에 있다 보면 이런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시대를 막론하고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견해 차이는 늘 존재했지만 최근에는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이다. 실제로 2024년 HR기업 사람인에서 직장인 2,236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세대 차이>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75.9%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나도 위아래로 열 살 이상 차이 나는 분들과 일하고 있다. 조직에서는 리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연령으로는 고위 임원 분들과 저연차 직원들 사이에 끼어 있는 입장이다 보니 나 역시도 적지 않은 세대 차이를 느끼고 있다. 때로는 회사의 실리보다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50대 임원 분의 결정이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구심을 품기도 하고 20대 신입사원이 말하는 신조어를 알아듣지 못해 되묻기도 한다.


직장 생활을 하기 전에도 다양한 세대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지만 그 관계는 가족이나 친지, 은사와 같이 나에게 우호적이고 긴밀한 관계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에는 더욱 다양한 세대와 상당히 강제적이고 조금은 어려운 관계를 맺게 되다 보니 세대 차이를 경험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기에 장년이지만 청년보다 진보적이고 도전적인 경우도 있고 청년이지만 장년보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연령적으로는 중년에 해당되지만 업무와 생활 모두에서 안정보다는 도전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직장인과 50대 직장인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그들의 성장 환경과 처해 있는 상황은 완연히 다르고 보유하고 있는 능력과 경험에서도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장 생활에서는 이렇게 차이가 나는 두 세대가 힘을 모아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렇기 때문에 서로 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대 간의 협업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니 서로를 이해하고자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 아니면 서로의 문화를 배우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직장이란 곳은 원래 그런 곳이려니 체념하고 넘어가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많다 보니 인사 부서에서는 리더들을 대상으로 <MZ세대를 이해하는 법>과 같은 종류의 교육과 특강들을 진행하고 가끔은 화합을 목적으로 단체 워크숍을 주재한다. 규모가 큰 직장의 경우 고충상담실, 심리상담실 등을 설치해 세대 간의 불협화음을 털어놓을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이런 노력들은 직장인 입장에서 모두 감사한 지원이며, 때로는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을 거쳐 자신만의 방향성과 방식이 이미 정립된 성인의 경우에는 이것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기는 하지만 나는 다른 세대를 완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같은 세대 내에서도 서로의 차이에 따라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축적된 경험과 능력이 전혀 다른 세대 간의 완벽한 이해와 수용이란 너무나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어서인지 나는 본연의 세대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과 차림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유행이 지난 신조어를 어색하게 구사하는 50대, 칙칙해진 피부톤을 고려하지 않고 과즙상 메이크업을 억지로 연출해보는 40대, 기성세대의 애환을 모두 이해하는 것처럼 허세를 부리는 30대, 부장님의 마음에 들고 싶어 이기지도 못하는 폭탄주를 연거퍼 들이키는 20대를 보면 마음 한 켠이 답답해진다.



모든 사람은 본연의 모습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중장년에게는 늘어진 피부만큼 늘어난 지혜와 경험이 있고 청년에게는 그 때만 보일 수 있는 열정과 순수함이 있다. 기질이나 노화에 따라 당연히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해당하는 세대 안에서 나에게 어울리는 모습을 찾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을 발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은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긍정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세대 일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대에 맞는 언행과 차림을 갖추는 것은 필요하지만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나쁜 부분까지 탑재하는 것은 금물이다. 잦은 회식을 강요하는 중장년, 버릇 없는 것이 쿨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청년들이야말로 세대 차이를 벌리는 부정적인 기제라 할 수 있다.



굳건히 버티고 있는 선배들을 보면 이렇게 부침이 심한 직장 생활을 어떻게 30년 넘게 지속하셨나 존경심이 인다. 요즘 세대를 이해하려고 다양한 콘텐츠를 찾아보고 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선배들을 보면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체력과 동안을 유지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고 자신의 스타일과 유행하는 스타일을 적절히 반영하여 센스있게 연출한 선배들을 보면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취업이 힘든 시기에 부단히 노력하여 결국 입사에 성공한 후배들을 보면 기특하다. 수많은 지시사항에도 불평보다는 웃음으로 화답하고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고 물어보는 후배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고 자신의 성향을 고려한 다양한 취미를 시도해보는 후배들을 보면 역으로 배움을 구하게 된다.


세대 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를 격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세대 간의 차이에서 불편을 얻을 지 배움을 얻을 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세대 차이의 부정적인 이면에는 긍정적인 면이 숨어 있다. 수십 살이 차이나는 선후배 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선배가 걸어온 길을 존중하고 그들의 경험에서 배움을 구하며 후배가 걸어가고 있는 길을 응원하고 그들의 도전에서 배움을 구할 때 세대 차이는 직장 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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