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는 요즘이다.
즐겨 먹는 간식도 단짠단짠처럼 궁합을 맞춰 먹는 시대에 삶을 영위하는 밥벌이만큼은 달콤함이 점점 결여되어 가고 있다. 악착 같이 돈을 벌어도 내 한 입 겨우 풀칠할 뿐 가족까지 부양하기에는 벅차고, 버티고 또 버텨 억대 연봉자의 반열에 들어도 대출금과 보육비를 충당하고 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별로 없는 것이 작금의 세태이다.
어디 그뿐인가. 젊은 세대는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의 문을 두드리느라 청춘의 낭만도 즐기지 못하고 중장년 세대는 열심히 일한 대가 대신 내몰림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증가하고 있는 노인빈곤율의 추세를 바라보다 보면 암담한 미래에 희망조차 잃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래를 대비하기보다는 현재를 즐기자는, 직장에 남으려고 안간힘을 쓰기보다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인생을 누리자는 젊은 세대의 풍조가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는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책임져야 할 사람과 상황들이 늘어나고 어쩔 수 없이 꼬박꼬박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결혼이나 출산을 피해 새로운 부양가족을 만들지 않았더라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나 자신을 비롯해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의 병환이 발생하고 주거비와 생활비는 매년 상승만 할 뿐 도무지 내려올 줄을 모른다.
결국 소위 말하는 금수저로 태어나거나 투자의 귀재로 자산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능력이 있지 않은 이상 우리는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돈을 벌어야 하는 운명에 있는 것이다.
무거운 쟁기를 목에 걸고 쉼 없이 일을 하는 소처럼, 육중한 삶의 짐을 얹고 꾸역꾸역 근로를 이어가는 우리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일을 통해 배움을 확장하고 성취를 경험하는 긍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매일매일 동이 틀 무렵부터 노을이 질 때까지 인생의 가장 많은 시간을 한정된 공간에 갇혀 정해진 업무를 하며 보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듯 어려운 상황을 지속하기 위해 우리에게는 보상이 필요하다. 급여나 상여금 같은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고 신체적 보상과 정서적 보상도 반드시 필요하다.
생계유지에 소요되는 재원을 확보하고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과 생기를 부여하는 순환의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비로소 수십 년간 일을 이어갈 만큼 충분한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신체적 보상과 정서적 보상을 제대로 하기 위해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사람마다 상황마다 그 방법은 매우 다양하겠지만 나는 그 기저에는 공통된 한 가지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자.
모든 종교와 모든 매체와 모든 자기계발서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말이지만 정작 지켜지지는 않는 말, 그 무엇보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겨지기는 어려운 일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된 직장 생활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나를 사랑하기는커녕 내가 누구인지도 헷갈리는 순간이 온다.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감정들이 몰려오기도 하고, 나도 내 행동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제 아무리 강건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한두 번쯤은 이런 풍랑의 순간을 맞이한다.
풍랑의 순간이 찾아오면 대개 눈물을 흘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등의 감정적 발산과 함께, 행복하지 않고 이뤄낸 것도 없는데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는 자조 섞인 허무감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순간을 최대한 방비하고 현명하게 넘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평소에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익혀야 한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기에 정답은 없다. 그러나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내가 누구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가 원하는 것을 면밀히 파악하여 내가 행복하고 안정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직장 생활을 버티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일이다.
최근 나는 다양한 심리검사를 통해 나의 기질을 파악하고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부분과 가장 힘들게 하는 부분을 탐색해 보았다. 정말 오랜만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혼자 산책을 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고 좋아하는 것들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구매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 며칠간은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고 지속해야 할 관계와 개선되어야 할 관계, 멀어져야 할 관계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다.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기에 내가 해본 방법들이 여러분들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는 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보는 일은 우리 모두가 소홀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고 사랑할 때, 고생한 나에게 적절한 보상을 계속 수혈할 때 우리의 직장 생활은 보다 안정적이고 평온해질 것이다. 나에게 관심 없는 직장을 바라보지 말고 자신에게 눈을 돌려 드라마 제목처럼 '달콤한 나의 도시'를 건설하는 현명한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