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용준 Apr 28. 2022

존재의 의미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이 세상에 유용하지 않는 것은 없다. 목적 없이 존재하는 것도 없다. 이를테면 오케스트라에 쓸모없는 단원이 없는 것처럼, 자연에 쓸데없는 생물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지 쓸모 있는 것은 그 쓸모를 알고 있지만, 쓸모없는 것은 그 쓸모를 모르고 있을 뿐. 

 다리 떨기가 그렇다. 겉보기에는 아주 쓸모없는 행동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것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겨있다. 왼쪽 발뒤꿈치와 오른발 발등을 맞닿은 채 다리를 초속 10m의 속도로 1분 동안 정확히 485회를 떨게 되면 새로운 차원에 닿는 공간의 포털이 1분간 열리게 된다. 그리고 그 포털에 들어가면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하는 새로운 차원이 펼쳐진다. 그리고 만약, 그 세계의 자신과 맞닥트리게 된다면? 

 둘은 합체되어 새로운 능력을 얻게 된다. 나는 이렇게 초능력을 얻게 됐다. 초능력이라고 해서 대단한 능력은 아니다. 1m 상공을 3초간 부유할 수 있고, 한쪽 시력이 조금 더 좋아지며, 남들보다 2배가 넘는 양의 식사를 할 수 있다. 이 능력이 쓸모없어 보여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쓸모없어 보이는 능력도 어딘가에는 다 쓸모가 있다. 

 나는 공중 부양으로 중학생 때 이미 덩크슛을 할 수 있었고, 이 덩크슛으로 호감을 느끼고 있던 여자아이와 사귀게 됐다. 고등학생 때는 좋은 시력으로 커닝을 잘해서 좋은 내신 성적을 받았고, 지금은 남들이 따라갈 수 없는 식사량으로 인터넷 먹방 BJ로 활동하고 있다. 다 초능력 덕분에 생긴 변화고, 결과적으로는 이게 다 다리를 열심히 떨었기 때문이다. 한번 다리를 제대로 떨었기 때문에 운명이 바뀐 것이다. 

 최근에 자신이 차원의 포털을 열었다고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다리를 떨지 않았다. 대신 회전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양옆으로 흔들었다고 한다. 정신 사납다며 흔들지 말라는 할머니 말에 회사가 더욱 미친 듯이 흔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포털을 열게 된 것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단지 그 쓸모를 모르고 있을 뿐. 


작가의 이전글 핫도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