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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준 May 10. 2022

아이스크림

피넛 버터와 오후의 코끼리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보통 하루에 3개에서 4개 정도 먹죠. 제가 마시는 커피 양보다도 많은 양이예요. 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초콜릿 시럽을 뿌려 먹거나, 피넛 토핑을 뿌려 먹는 걸 좋아합니다.”

 그가 말했다.

 “아, 당신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하드 바를 즐겨 먹어요. 돌덩이처럼 단단하고, 혀에 달라붙을 정도로 차가운 하드 바를 좋아하죠. 아이스크림 가게의 냉장고에 손을 깊숙이 파묻고 마치 고대 유적을 발굴하듯 손을 조심스럽게 뻗어 가장 단단하고 차가운 녀석을 선택해요. 아이스크림을 계산하고, 그 자리에서 껍질을 까 우걱우걱 씹어 먹는 거예요. 이가 시리고, 머리에 두통이 날 정도로 차가운 것을 그대로 여과 없이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저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듭니다. 어느 순간, 시중에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이 더 이상 제 혀에 기쁨을 주지 못했어요. 그래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저는 발품을 팔아 가장 맛있다는 필리핀산 바닐라 에센스, 고소한 노른자로 유명한 아바 치킨의 유기농 특란,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 지역에서 신선한 목초를 먹고 자란 창신 목장 젖소의 1 AA 등급 우유, 그리고 프랑스 황실에만 납품했다던 천연 흑설탕, 히말라야 핑크 솔트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으며 모든 재료를 쏟아붓고 천천히 아이스크림 베이스를 만들죠. 완성된 베이스는 적당한 온도로 맞춰진 냉동실에 넣어두고 충분히 시간을 들여 숙성시키죠.”

 그가 말했다.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드는 남자라…. 꽤 매력적인 걸요, 확실히 적당히 얼음을 갈아 스트로베리 셔벗을 만드는 남자랑은 다르군요. 저는 확실히 하드 바 타입이지만, 당신 정도라면 꽤 괜찮을 거 같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아이스크림에 집착하는 거죠?”

 그녀가 말했다. 

 “마치 공무원 시험은 겁니다. 연이은 실패에도 헛된 희망 때문에 계속 시험을 보게 되는 것처럼, 이 세계에 한번 말을 들여놓으면 절대 끊을 수 없어요. 전 한 번 맛을 보게 되는 순간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고 말았죠. 벗어나고 싶어도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어요. ‘무한계도를 도는 아이스크림 이론’이라는 것을 아세요? 처음에는 그저 갈증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찾았죠.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 갈증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거예요. 마치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면 더욱 갈증이 생길 수밖에 없듯이. 끊임없이 생기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 도저히 멈출 수 없죠.”

그가 말했다.

 “네, 그래서 당신이 여기에 있나 봅니다. 용철 씨, 아이스크림을 너무 많이 드셔서 콜레스테롤이 심각한 수준이에요. 아이스크림을 줄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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