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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Dec 18. 2020

보컬 프로세싱과 컬러배스효과

보컬 프로세싱 후 온갖 노이즈가 들리기 시작했다

얼마 전 보컬 녹음을 마쳤다. 친구 사무실에서 밤늦게 만나서 나와 친구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녹음한 보컬 트랙을 음악으로 만들 것인가.


대략적인 보컬 프로세싱의 순서는 이렇다.

1. 여러 번 녹음한 것 중 가장 잘 된 것을 고른다.

2. 보컬 녹음에 들어간 각종 노이즈를 제거한다.

3. 전체를 배열해놓고 각 Take별 다이내믹 밸런스(소리의 크기, 음압)를 조정한다.

4. 적절한 EQ를 써서 보컬의 톤을 음악과 조화되도록 맞춘다.

5. 리버브와 딜레이를 써서 드라이하지 않고 풍성한 소리로 만든다.


보컬을 녹음하면 여러 가지 노이즈가 섞여 녹음된다. 노이즈란 외부의 소리도 있을 수 있고, 공간의 특성상 울리는 배경 소음 같은 것도 있겠다. 방에서 녹음하면 팬 소리, 후드 소리, 혹은 세탁이 완료되면서 나오는 알림 소리도 들어간다. 좀 더 세밀하게 보자면 노래하는 사람의 침 넘기는 소리, 입술을 움직일 때마다 나는 침방울 소리, 숨 쉴 때 나는 소리, 소리를 내기 전 목을 가다듬는 큼큼 소리도 포함된다. ㅍ,ㅊ소리를 발음할 때 발생하는 파열음이나 ㄲ,ㅆ 같은 된소리를 발음할 때 나는 강한 소리도 노이즈로 구분된다. 녹음이 완료된 후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틱틱대는 작은 소리들이 발생한다. 이런 것들은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잘 안 들리지만 전체적으로 합쳐져서 보컬 소리의 퀄리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iZotope의 RX Element는 이런 보컬의 노이즈를 제거하고 Repair 하는 플러그인이다. 알고리즘으로 소리를 분석해서 배경 노이즈도 제거하고, 클리핑 노이즈, 입술소리 등을 제거한다. 확실히 원 소스에 적용해보니 훨씬 부드럽고 정제된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Rx Element. 보컬 소리를 repair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지난 주일 저녁예배 중 연주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하는데 말씀의 내용은 들어오지 않고 온갖 노이즈가 들리기 시작했다. 입술을 떼고 닫는 소리, 침을 삼키는 소리, 말할 때 입 안에서 들리는 침방울 소리 등. 그전까지는 전혀 들리지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았는데, 어느 순간 그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신기한 게 평소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마이크를 통과한 사람의 목소리에서 들리는 것 같다. 내가 엔지니어가 아니니 실시간으로 Repair를 해드릴 수도 없고, 답답했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현상을 컬러 배스 효과(Color Bath Effect)라고 한다. 일종의 편향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계속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현상.


이 용어는 ‘색을 입힌다’는 의미로, 한 가지 색깔에 집중하면 해당 색을 가진 사물들이 눈에 띄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윈도우 기반의 노트북만 사용하다가 사용하기 까다로운 애플의 맥북을 처음으로 구매하고 카페에 나가면 그때부터 맥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염두에 두면 그와 관련된 정보가 계속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중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SNS에서는 이러한 편향 효과를 증폭시킨다. 최근에 인스타에서 음악 프로듀싱 관련 포스팅에 좋아요, 하트를 누르다 보니 계속 그런 콘텐츠에 노출된다. 덕분에 다른 이들의 작업실도 계속 보고, 프로듀싱 팁 같은 것도 보게 된다. 인스타도 계속 그러한 포스팅에 나를 노출시키려고 하는지, 어느새 세상에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만 존재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현상이 나쁘지 않다. 관심 분야에 집중하다 보니 생기는 부수적인 부작용은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다. 계속 음악을 만들다 보면 또 어떤 부작용이 생길까나, 기대하는 마음도 든다. 기꺼이 감수할 테니 좀 더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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