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출시 준비현황과 중간 점검
어디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잠깐 멈춰 생각해보자.
1. 곡은 몇 달 전에 만들었다.
피아노, EP와 드럼을 입혔고 베이스를 녹음했다. 피아노 솔로도 작업했다. 멜로디는 나중에 만들었다. 곡과 거리를 두고 양생을 시키느라 좀 걸렸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 부족한 대로 일단 내놓아볼 생각이다. 처음엔 여러 곡으로 구성해보고 싶었는데 직장인의 삶이란 게, 있는 시간을 다 쪼개어 써도 생각보다 할 일이 많더라. 욕심내지 않고 한 곡만 출시해보려고 한다.
2. 가사도 완성되었다.
변호사 친구와 함께 그동안 살았던 이야기, 고민거리,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다. 나를 위한 이야기도 들어있고, 다른 이들을 위해 하고 싶은 얘기도 담았다. 몇몇 표현과 발음, 어감에 대한 고민을 했지만 95%는 다 손을 본 것 같고, 나머지는 그냥 가기로 했다. 습작으로 시작해 본 가사인데 함께 작업하다 보니 느낌이 나쁘지 않다. 뭔가 꾸며내기보단 담백하게 내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좋아 보였다.
3. 가이드 보컬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었다.
곡을 만들면서 가사를 먼저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곡을 먼저 써놓고 가사를 나중에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후자의 경우다. 가사를 쓰기 위해 계속 들을 필요도 있고, 음향적인 부분도 어떻게 들릴지 고민이 돼서 가이드 보컬을 섭외해서 녹음했다. (KIMTAE라는…). 가이드 녹음의 가사는 du. dudu dududu dudududu. 미리 만들어놓은 음향적인 예상 결과물이 있으니 도움이 되더라.
4. 악보도 만들었다.
예전 대학생 때는 악보를 Finale라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었다. 카피도 많이 하고 편곡도 했어서 많이 써봤는데, 이후로는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다. 지금은 맥북을 쓰고 있어서 악보용 프로그램을 찾아보니 MuseScore3라는 상용 앱이 있더라. 다운로드하여서 써 보니 악보 만드는 프로그램의 원리는 대개 비슷한 것 같다. 뚝딱 만들었다.
5. 친구와 보컬을 녹음했다.
가사가 완성된 후 내용에 맞게 나와 친구가 부를 파트를 배분했다. 나는 소프트한 목소리에 약간 하이톤, 친구는 안정감 있는 중저음 톤이니 소리의 배합은 괜찮을 것 같았다. 사실 나는 노래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진 않는다. 음감은 있어서 소리의 Pitch는 잘 맞출 수 있긴 한데 내 목소리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 소위 소몰이 창법이 되는 것도 아니고 자이언티 같은 섹시한 보이스도 아니다. 그저 나 다운 투박하고 직선적인 목소리이니. 계속 곡을 쓰고 싶은데 좋은 보컬이 있다면 좋겠다. 나는 곡 만들기에 집중하고 내 생각과 음악을 표현해 줄 수 있는 목소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이번엔 그냥 내 목소리도 얹었다. 녹음할 장소가 필요해서 찾다가 결국 친구의 사무실에서 녹음했다. 토요일 밤늦게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맥북과 오디오 인터페이스, 콘덴서 마이크를 세팅하고 녹음했다. 같이 고민하며 만들어가는 과정이 즐겁더라. 밤늦게까지 녹음하고 라면 먹고 헤어졌다.
6. 필요한 플러그인이 세일하기에 질렀다.
Izotope의 RX8 element라는, 보컬의 소리를 repair 해준다는 플러그인이다. 보컬은 녹음을 하는 것도 어렵지만 녹음한 결과물을 잘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온갖 잡음과 노이즈, 여러 거슬리는 소리들이 들어간다. 적절한 후처리 과정이 없으면 아주 거친 결과가 나온다. 다행히 11월은 블프(블랙 프라이데이)의 계절이었다. 필요한 플러그인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틱틱거리는 소리와 배경 노이즈를 제거하고 깔끔한 소리를 만드는데 활용했다.
7. 믹싱 강좌를 들었다.
프로 사운드 엔지니어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해서 보던 중 힌트를 얻었다. ‘현대 믹싱의 기초’. 믹싱과 마스터링, 음향의 영역은 공부가 필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정직하게 질문해보면 민낯이 드러난다. 진짜 알고 있는지. 아님 아는 척하는지. 조금 섬세한 귀에 의존하기엔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하다. 단기간에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 강좌를 신청해서 들었다. 프로 사운드 엔지니어의 세계는 뭔가 다르더라. 전반적인 믹싱의 프로세스를 조금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로직 프로X 같은 DAW를 설정하는 방법부터 트랙별 EQ를 사용하는 방법, 보컬에 리버브와 딜레이를 거는 방법, 최종 오토메이션까지, 차근차근 배웠다. 조금은 성장한 기분이다.
8. 마스터링 강좌를 협찬받아 공부했다.
운 좋게 강좌 사이트에서 서포터즈를 모집한다기에 응모했는데 당첨이 됐다. 듣고 싶었지만 좀 비싸서 접었던 ‘Modern Mastering’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서포터즈여서 강좌를 다 듣고 후기를 쓰는 것이 조건이었어서 글을 썼다. 처음으로 “협찬”이라는 워딩을 글에 포함시켜서 썼다. 실제로 강의도 너무 좋았다. 후원을 받게 된 것도 감사하지만, 믹싱에 이어 마스터링까지 같이 공부한 건 참 좋은 흐름이었다. 배우면 배울수록 음향의 세계는 심오한 부분이 있다. 나름 마음을 담아 후기를 열심히 썼는데 조금이나마 Ensound에도 도움이 되었길 소망한다.
9. 믹싱과 마스터링은 계속 수정하고 있다.
믹싱 하고, 익스포트 해서 다시 마스터링 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하면 할수록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긴다. 전체의 밸런스를 잡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계속 같은 곡을 반복해서 듣고 있노라니 귀도 좀 아프긴 하다. 그래도 해놓고 나서 다음날 들으면 조금씩 나아지는 소리에 계속하게 된다. 그나마 단기간 공부해서 이 정도이지, 배우지 않았으면 어쨌을까. 사람은 배워야 한다. 믹싱도 거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10. 앨범 유통사를 선정했다.
정확히는 앨범 유통사에게 간택되었다. 자비를 내고 음원 유통을 시키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진 않아서 여러 유통사를 찾아봤다. 처음엔 쉽게 생각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2군데 유통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했다. 이유는 명확히 밝히지는 않더라. 부끄럽고 분한 마음에 허술했던 믹싱도 다시 손보고 음향도 더 조율해서 몇 군데 더 신청서를 넣었고, 지난 금요일 한 군데서 음원을 유통하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유통은 무료이고, 방송국 심의를 하려면 비용이 든다는데, 머 방송에 나갈 일이 있을까나. 초기 비용이 안 드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 그동안은 내 노력으로 가능한 일이었는데 유통사 선정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좀 마음 졸였었지만 이렇게 한 단계를 또 극복했다.
11. 음원 출시일은 아직 미정이다.
곧 아들의 방학이 다가온다. 아내의 독박 육아가 다시 시작되기 때문에 아들의 방학 시작일 전까지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유통사 선정에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신청서와 필요한 자료를 다 내는데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제출하고 나서 유통사와 계약한 후 일정이 나올 것 같으니, 아무래도 내년에 출시되지 않을까. 이렇게 가수들이 녹음을 끝내고 음원 출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도 시간이야 아무렴 어떤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12. 출시 전까지 할 일이 아직 많다.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고 친구와 함께 이래저래 끝맺음을 지어가고 있다.
- 유통사 계약 필요서류 및 자료 준비
- 앨범/프로필 이미지 만들기
- 음원 믹싱 및 마스터링 완료
- 앨범 소개서 작성
- 저작권 협회 등록
음원을 출시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다.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다.
끝까지 무사히 순조롭게 진행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