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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Jan 04. 2021

사실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동안 틈틈히 만들어온 추억의 음악 작업 이야기

돌아보면 틈틈이 음악 앨범을 만들어봤다. 나는 일을 벌이는 타입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는 걸 깨닫는다. 내 인생에서 만들어 본 음악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1. Virus Tape (고교 2년, w/현학)

고등학교 시절, 나와 성향은 매우 다르지만 그 덕분에 잘 통하는 엄청 개성적인 친구가 있었다.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어느 날, 매년 쓰는 식상한 크리스마스 카드 대신 녹음해서 만들어보자고 하더라. 당시는 Tape을 녹음하던 시절이어서, 어느 토요일 피아노가 있는 교회의 빈 방에서 만났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캐럴도 불러보고, 뭔가 만담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주로 피아노를 쳤고, 만담은 친구가, 노래는 아마 같이 불렀던 것 같다. 당시 컴퓨터에 걸리는 바이러스에서 착안해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마음을 오염시키는 바이러스라는 의미에서 Virus Tape이라 이름 붙이고 여러 개를 복사하여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후에 누군가로부터 ‘힘들 때 들어보면 웃게 된다’는 편지를 받았던 것으로 보아 나름 유의미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이게 시작이었다.


2. 삼일 CCM 1회 (대학 1년 w/승훈)

재수를 마치고 대학에 입학해서 그간 못했던 음악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여기서 음악이란 주로 교회의 악기팀, 드럼이었다. 교회 활동을 하면서 좋은 동기들을 많이 만났다. 그중, 지금은 미국인이 된 친구가 있다. 팔이 길고 춤을 즐겼고 힙합과 김진표의 랩도 좋아했던 친구 덕분에 교회에서 처음 시작한 CCM 대회에 나갈 결심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열악했지만, Korg Trinity에 내장된 프로그램으로 BGM을 구성하고 플로피디스크에 저장해가며 열심히 만들었던 것 같다. 연습한답시고 창고 구석에서 모여 계속 음악만 듣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힙합 비슷한 비트도 입혀보고 둘이 가사도 같이 쓰며 노래를 만들었다. 처음으로 랩도 해봤던 것 같다.(!) 대회 당일에는 머리에 파란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뚫지 않아도 달 수 있는 귀걸이도 걸어봤다. 1년 후 친구가 이민을 가면서 많이 슬펐는데, 보고 싶은 마음에 태평양을 건너 만나러 가기도 했다. 지금은 사업하느라 바쁘지만 가끔씩 올라오는 SNS를 보면 그 끼는 여전한 것 같다.


3. POPLAY (대학 2년, w/삼일교회 POP 악기팀)

악기팀 사람들과는 할 얘기가 항상 많았다. 본질적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부지런한 편이다. 노래는 타고난 재능이 거의 전부지만, 악기는 재능과 함께 연습도 중요하다. 연습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만큼 성장하기 때문에, 새로운 음악과 연주 스킬, 코드 진행과 편곡 등 부지런히 공부하고 연습할 거리가 넘쳐난다. 그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맘 맞는 사람들끼리 찬송가를 편곡해서 연주곡을 녹음해보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당시 어느 미용실 창고를 빌려 연습실로 쓰고 있었다. 합을 맞출 겸 T-Square의 Dandelion Hill을 카피해서 같이 연습해보기도 했고, 틈틈이 모여 편곡하고 연습해서 4곡의 연주를 녹음했다. 드럼엔 형수, 베이스에 성일 형님, 색소폰은 성원이, 그리고 내가 건반을 연주를 했다. 당시에는 MD를 사용하던 시절이어서, 악기와 마이크, 콘솔 등 장비를 세팅한 다음 스튜디오 라이브 형식으로 MD에 녹음을 했다. 한 명이 틀리면 계속 다시 해야 했기 때문에 녹음이 끝날 때는 거의 녹초가 되어버렸다. 좀 더 준비해서 콘서트를 할까 기획하기도 했지만 이래저래 바빠서 아쉽게 무산되었다. 다들 기억하고 있을까나. 난 아직도 그때의 녹음을 들으면 같이 눈을 맞추며 합주하던 행복한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4. 친구의 누나를 위한 결혼식 축가 (대학 3년, w/정연)

누군가에게 부탁을 받아 곡을 써본 것은 처음이었다. 친구가 누나의 결혼식 때 자신의 마음을 가사로 담아 노래하고 싶다는 소망을 얘기했다. 신앙과 누나를 향한 고마움이 담긴 가사를 받아 곡으로 만들었다. 결혼식 축가는 무사히 불렀고, 후에 아내에게 줄 음반을 만들 때 친구 목소리도 같이 담아 녹음까지 했다. 그때 가사의 따뜻함과 목소리가 좋아서인지, 언젠가 다시 한번 작업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5. 아내 생일 앨범 1,2,3집 (대학 3-4년, 사회생활 1년 차)

곡을 가장 많이 쓴 건 역시 사랑할 때이다. 아내와 연애를 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을 어떻게 전할까 고민하다가 곡을 쓰기 시작했다. 첫눈 오던 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을 담기도 했고, 내가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을 담아 곡으로 만들었다. 좋아하는 찬송가를 편곡해서 연주로도 담기도 했다. 만든 노래를 CD로 굽고, 틈틈이 찍은 아내와의 사진을 일러스트로 구성하여 앨범 커버도 만들었다. 그렇게 3번의 앨범을 만들었다. 여러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온전히 내 마음과 이야기로 뭔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참 좋았다. 다만, 아내는 음악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곡을 선물하면서 노래와 가사에 대해, 코드 진행과 구성에 대해 아내와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 좋다’라는 반응이 전부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잘 간직하는 걸 보면 아끼는 것 같긴 하다. 역시 사랑은 위대하다. 여러모로.


6. 그리고 다가올 새 싱글 앨범. (사회생활 14-15년 차)

현재 준비 중입니다. 기대하시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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