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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Aug 10. 2021

조금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1년간의 나를 돌아보며 쓰는 성장 에세이

일기를 DAYONE이라는 앱에 쓰기 시작한 지도 수년째이다. 이 앱의 장점 중 하나는 매년 그날의 일기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1년 전, 2년 전, 혹은 5년 전 일기를 보며 그때의 감정과 생각, 내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현장의 업무를 하고, 퇴근 후에 새로운 글을 쓰고 음악 작업을 하면서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 가끔 1년 전 일기를 보면 놀라울 때가 있다. 이렇게 음악을 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채 1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이 말이다.


돌아보면 <요즘 어때>를 멜론에 발행한 것이 올해 초였다. 작년 가을부터 곡을 쓰며 준비했었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베이스 기타를 녹음할 때 D.I.Box를 써야 하는 것도. 보컬과 Elec Piano에도 Compressor를 걸어 사운드 메이킹을 할 수 있다는 것도, Panning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듣는 재미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내가 뭘 하는지 정확히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뭔가 만들어 내고 싶은 마음에 좌충우돌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었다.


새로운 음악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동료를 만나게 되었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 반 설렘 반의 마음이 생긴다. 다양한 사람들, 개성 있는 이들과의 만남은, 이전에 내가 작업했던 것이 좀 더 나아지고 멋진 음악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지난 몇 달간 내 성장을 도왔던 것은 <MUI의 음악 언어> 유튜브 채널이었다. 온라인 방송과 그간의 영상을 보면서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생겼고, 하나 둘 시도하고 연습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사랑하게 되었다. 8월 휴식 기간에도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인증하는 모임을 통해 새로운 분들을 만났다. 깊이 음악을 하며 실무를 하시는 분들도, 공부하는 과정에 계신 분들도 있는 듯하다. 공부하는 모습을 통해 도전과 열정, 새로운 시야를 흡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디 스트링을 집중적으로 작업했다. 공부한 김에, 그동안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잘 추진되지 않던 곡에 스트링을 만들어 입혔다. 트로이메라이를 연습해 본 것이 도움이 되었다. 차분하게 악보에 한 땀 한 땀 음표를 그려가며 만들고, 미디에 입혀서 사운드를 들어보며 수정하는 방식을 시도해봤다. 미디로 음악을 쉽게 그려낼 수 있는 시대이지만 음표를 그려가며 만드는 작업방식이 섬세한 음악을 만드는 방법으로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 좀 더 성장하면 지금의 스트링 편곡이 부끄러워 질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만 생각하고 싶다.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더 빨리 오면 좋겠다. 그만큼 나는 더 성장해 있겠지.


<MUI의 음악 언어> 강의 중 ‘음악의 해상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BBCSO의 ‘디스커버’와 Core’ 버전의 사운드 해상도가 다르듯,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음악적 해상도를 높이라는 조언이었다. 귀가 듣는 해상도는 계속 높아지는 것 같은데, 막상 실력은 그에 비례하여 늘지는 않는다. 꾸준히 연습하고 한 땀 한 땀 그려가며 고민하는 지난한 과정을 지나야 어느 순간 성장한 나를 보겠지. 1년 전 일기를 보면서 느끼는 것처럼.


최근 읽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 또한 인생의 흐름을 되짚어보기 시작하고 뜻밖의 행운을 발견한다. 친구가 가장 필요했을 때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친구, 꼭 알맞은 때에 나타난 꿈의 직업과, 그리 꿈 같이 않았던 뒤이은 해고. 힐마르라는 이름의 한 아이슬란드 작곡가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는 내가 만나야 할 사람들을 내가 만나야 했던 때에 전부 다 만났어요.”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지혜로운 관찰이다.


나 역시 지금 성장하고 있는 과정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야 할 시기에 만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득 그러한 깨달음에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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