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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Jun 21. 2021

'뮈의 음악언어배우기'와 트로이메라이 편곡 연습

베이스 기타를 주제로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을 편곡해보다.

최근 열심히 보는 유튜브 계정이 생겼다. <뮈(Mui)의 음악 언어 배우기>라는 이름의, 작곡가 임미현 씨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우연히 라이브 방송을 본 게 계기가 되어 매주 꾸준히 보고 있다. 화요일 9시에는 시간을 비워두고, 혹여나 놓칠세라 매주 반복되는 알람까지 맞춰놓았다. 프리랜서 작곡가로서 활동하는 이야기, 영상음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화성학과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에 관한 이야기를 나 같은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게 쉽게 풀어 설명한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공부하는 마음으로 보게 된다.


얼마 전부터 시작한 콘텐츠의 주제가 Spitfire의 <BBC Symphony Orchestra Discover>이다. 무료이지만 꽤 퀄리티가 있는 이 가상악기를 통해 미디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빠짐없이 메모하며 열심히 들었다. 강의 말미에 숙제를 내주셨다.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를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해보라는 것이었다.


‘트로이메라이(Träumerei)’라는 단어는 독일어로 환상, 공상, 혹은 꿈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희망찬 꿈이라기보다는 아련한 소망에 가까운 의미인 것 같다. 어떻게 편곡할지 고민하던 중에, 재미없는 회의에 참석해서 딴생각을 하다가 편곡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베이스 기타를 주제로 풀어내는 것이다. 좀 엉뚱하기도 하고 오케스트레이션에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숙제라고 하더라도 내가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 좋아하는 베이스 기타를 통해 곡을 어레인지 해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베이스 기타의 꿈’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베이스 기타는 화성의 근음(Root)을 중심으로 연주하는 악기이다. 가장 바탕이 되는 악기이기도 하고, 조성의 근원이 되는 음을 연주하는 악기이다. Root라는 단어는 음악적으로는 근음(根音)이라는 의미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뿌리(根)를 뜻한다. 음악의 뿌리가 되어 음악을 전개하고 열매를 맺은 후 다시 뿌리로 돌아오는, 그런 것이 베이스의 꿈이 아닐까 싶었다. 뿌리의 존재감으로부터 시작해서 음악이 전개되고 다시 뿌리로 회귀하는 느낌으로 편곡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이메라이’ 악보를 분석해보면 셈여림이 피아노(p, 여리게)로부터 시작한다. 중간에 오르내리며 메조 포르테(mf)와 포르테(f)로 강해지지만, 종지는 다시 피아노(p)로 끝난다. 작게 시작하여 중간에 커졌다가 다시 작아지는 것이다. 이런 셈여림의 흐름도 ‘베이스 기타의 꿈’이라는 의미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이메라이 악보 (출처: 네이버 블로그)


편곡에 참조할만한 레퍼런스를 찾아봤지만 베이스 기타와 오케스트레이션이 같이 연주한 경우는 없는 것 같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베이스>에서도 콘트라베이스를 주제로 한 클래식 작품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얘기했으니, 일렉트릭 베이스 기타와 오케스트레이션을 연결하는 건 아무래도 흔하지 않은 조합임에는 분명하다. 레퍼런스가 없으면 내가 레퍼런스를 만들면 된다. 대회 나가는 것도 아니니, 그저 연습삼아 재미나게 편곡해보면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2-3일을 고심해서 편곡해보았다. 초반에는 베이스가 주선율을 연주하는 ‘전경’이 되고 최소한의 스트링이 ‘중경’이 된다. 주제가 반복되면서 1st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이어받아 조금씩 풍성해지고, 마지막 주제에서는 관악기 파트까지 더해져서 절정을 이루는 흐름으로 만들어 보았다. 피아노 소품을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한 건 처음이지만,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다.


감사합니다, 뮈샘. 


P.S 아래 유튜브 링크에서 한번 들어보세요.


https://youtu.be/-WkQwRzq6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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