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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TAE Sep 03. 2021

정유정의 <완전한 행복>을 음악으로 표현한다면?

완전한 행복 Theme

Composed & Arranged by KIMTAE


* 이어폰을 사용해서 들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


https://youtu.be/mFz21e8hvL8


#완전한행복 #완행리뷰대회


정유정 작가님의 작품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아요. <7년의 밤>부터 <28>,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그리고 <진이, 지니>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스토리 텔링이 좋아 재밌게 읽었습니다. 최근 음악을 공부하면서 창작자로서의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하던 차에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정유정 작가님은 자신의 소설을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 아니라 ‘경험을 하게 하는 소설’로 규정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거창한 담론을 이야기로 빗대는 소설이 아니라, 독자를 새로운 세계로 끌어들인 후, 주인공의 상황과 심리, 호흡, 감정과 주변 공기까지 독자가 생생하게 느끼고 경험하게 하는 것. 실제에선 경험하기 힘든 일을 실제처럼 겪게 하여,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어 안전한 현실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하지요.


저 또한 작가님의 소설을 그렇게 느끼면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종의 기원>에서는 소설을 읽는 내내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느꼈어요. 그 두려움이 인간의 악의 본질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혹시나 내 아이가 이런 성향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상황에 대한 질문과 공포였습니다. 쓰인 활자를 하나하나 읽어가는 동안 스며드는 두려움과 공포는, 현실을 새롭게 인식하고 고민하고 또 감사하게 하는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작가님의 신간 <완전한 행복>도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예약해서 받았습니다.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숨 막히는 듯한 느낌으로 쉴틈 없이 읽어 내려갔죠. 소설 속의 ‘재인’과 발맞춰 상황을 이해하고 맞서면서 함께 공포와 극한의 긴장감을 맛보았어요. 책을 덮고 나서 마음에 남아있는 잔상은 어두운 늪과 되강오리의 소리, 얼음과 차갑게 얼어붙은 공기의 이미지였습니다.


은행나무 출판사의 ‘완전하지 않은 리뷰 공모’ 소식을 접하고서 저 역시 작가님처럼 소설을 경험하게 하는 리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설을 읽고 어쭙잖게 평가와 감상을 쓰기보다는, 최근 공부하고 있는 미디 오케스트레이션과 영상음악의 방식을 통해 제가 느낀 이미지와 잔상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마치 영화의 트레일러처럼, 소설을 읽은 사람 혹은 앞으로 읽을 독자에게 스토리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완전한 행복 Theme>이라고 이름 붙인 이 음악입니다.


이 음악은 유나의 행복론을 모티브로 만들었습니다. 유나는 행복은 뺄셈이라고 말했어요. 어려서 2년간 부모와 떨어져 ‘교촌’에 있으면서 사랑받지 못하고 강제 훈육당하는 동안 자신이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를 내면화했고, 행복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행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치밀하게 실행할 용기가 생긴 것이지요. 유나라고 자신의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을까요. 전 아닐 것 같습니다. 유나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뺄셈이라는 방법으로 자신의 행복을 지키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뺄셈이라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는 자에게는 불가능한 방법입니다. 뺄셈을 생각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빼려고 할수록 더 많은 것들이 생기고,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절정에 다다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는 돌이킬 없는 지점에 도달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멈추고 그저 행복을 추구했던 마음만 남은 순간이 옵니다. 얼어붙은 강과 절벽을 지나 소설의 결말이 오듯.


그러한 방식으로 음악을 전개했어요. 행복에 대한 집착이라는 단순한 테마가 어떻게 파국으로 커져가고 사라지는지, 그 결말의 처연함과 공허함을 노래하는 곡입니다.


또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음악과 생각을 경험하게 만드는 ‘형식’의 측면입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음악을 어떻게 경험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리뷰글을 쓰고 마지막에 음악의 링크를 넣는 방식은 그저 음악을 설명하는 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유튜브의 방식을 활용한다면, 음악과 영상을 먼저 재생하고 그 하단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음악과 함께 생각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님에게 치밀한 플롯과 소설의 장치는 결국 독자에게 경험을 최대치로 전달하고 싶은 의도일 것입니다. 유튜브라는 형식으로 리뷰를 제출하는 것이 출판사가 기대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낯설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읽는 이가 경험하기에 가장 적절한 형식을 고민하는  작가님의 생각과 결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님의 우상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소설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한다. 독자를 홀려서 허구라는 낯설고 의심쩍은 세상으로 끌어들이려면.’이라고 이야기했어요. 세상에 글 잘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계속 화려한 리뷰 원고를 읽으려면 작가님도 힘드시지 않을까. 기왕이면 리뷰라는 형식으로 음악도 들어가며 보시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조금 다른 형식을 통해 재미를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


이번 작품도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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