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고 번거로운 리듬 속에서
‘교토’를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이미지는 아마도 수많은 신사나 절이 아닐까 싶다. 관광지로 유명한 큰 규모의 절과 신사는 물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가기 쉬운 작은 곳까지 교토 전역에 숨어있다.
내가 살았던 교토 북쪽 마을은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대신 역사가 켜켜이 쌓인 이 도시에서도 손꼽히는 오래된 신사, 가미가모 신사가 있는 동네였다.
가모가와가 두 갈래로 갈라지는 지점에 위치한 시모가모 신사와 함께 가모(賀茂) 가문의 수호신을 모시는 곳으로, 매년 5월 15일에는 교토 3대 축제 중 하나인 아오이 마츠리가 열린다.
또한 이세 신궁과 마찬가지로 일정한 주기에 맞춰 건물을 새로 짓는 식년천궁을 하는 신사이기도 했다. 내가 머물던 해에는 시모가모 신사와 함께 2015년 42회 식년천궁이 막 끝난 직후라, 정문은 여전히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신사에 대한 첫인상은 생각보다 조용하고,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새 건물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던, 이상하게 단정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갓 칠한 쨍한 주황색은 의외로 주변과 잘 어울렸다.
내가 살던 마을은 신사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그곳을 중심으로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오래된 건물과 신축 건물이 뒤섞여 있었지만 어느 하나 도드라지지 않았고, 신사와 함께 마을 특유의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마을은 경관 보존 지역에 속해 있어 가장 가까운 슈퍼까지는 강을 건너 10분 정도를 걸어가야 했다. 그럼에도 장을 보러 가는 길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면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불과 몇 킬로 떨어져 있지 않았은 곳이었지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자전거를 세워두고 장을 보는 사람들, 맛있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작은 식당들, 북적거리는 작은 상점들. 우리 동네에서 느낄 수 없는 ‘생활감’을 언제나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 생활감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이 마을과, 조금은 번거롭다고 느껴질 수 있는 이 느린 리듬 속에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모든 것이 편리한 삶보다, 약간의 준비와 수고가 필요한 방식이 나라는 사람에게 더 잘 맞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가모가와를 따라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는 길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보여주었다. 봄에는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나무 아래를 지나고, 겨울에는 드물게 쌓인 눈길을 달리는 즐거움이 있었다. 다만, 여름에는 이 비탈길을 자전거로 오르내릴 때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리곤 했다.
주변이 조용한 주택가였기에 오히려 셰어하우스에 만난 사람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함께 트래킹을 가고, 자전거를 타고 교토 곳곳을 누비던 시간들. 이 조용한 북쪽 마을이 가진 번거로움은, 나에겐 하나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