쏨이는 밤마다 침대 위로 올라와 꾹꾹이를 하며 골골송을 부릅니다. 그러고는 침이 고여 '푸르르르!' 얼굴을 털며 침을 털어냅니다.
주로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남편 다리를 왔다 갔다 넘어 다니며 골골이와 푸르르를 합니다. 남편 다리 아래 이불을 누르며 꾹꾹이를 하고 냥젤리로 다리를 살살 눌러보기도 합니다.
저는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자서 그런지 요즘엔 저한테 잘 안 와요.
며칠 전 다리 쪽은 이불을 덮지 않았더니 새벽에 쏨이가 왔습니다. 냥젤리로 제 복숭아뼈 아래를 살살 눌러보더니 제 다리를 건너갑니다.
어떻게 다리를 건너 다니는지 아냐고요?
쏨이는 다리가 짧아 쏨이가 넘어 다니면 쏨이 배가 다리에 닿아요.
털이 스르르 움직이는 게 다리로 느껴집니다.
자다가 움직여 쏨이를 걷어차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잡니다. 그래서 남편은 최근 근육통을 느꼈대요.
운동하고 많이 걸어도 느끼지 않던 근육통이 자다가 다리에 너무 힘을 줘서 생겼데요. 자기가 쏨이를 깔고 뭉개거나 찰까 봐 걱정이 많이 된답니다.
그 연유는 남편의 어릴 적 일화에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 하교하다 보면 교문 앞에 병아리 파는 걸 보신 적 있나요?
사실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였습니다. 교문 앞에서 골판지 박스 안에 병아리들이 옹기종기 가득 담겨 있던 게 기억납니다. 가격은 몇 백 원 했던 거 같아요. 당시는 쌍쌍바가 100원, 떡뽂이도 100원어치를 팔던 시절이었거든요.
남편도 동물을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병아리를 사 왔다고 해요.
그러곤 잘 때 침대에서 같이 잤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병아리가 죽어있었답니다. 아마도 눌려서 죽은 것 같았데요. 그래서 자기가 고양이를 세게 차거나 누를까 봐 근심이 많아요.
늘 새벽 3~4시쯤 쏨이가 침대로 올라오는 데 남편이 자다 깨서 안 움직이려고 엄청 힘을 쓰나 봐요.
간혹 품에 안겨 자는 고양이들도 있던데 쏨이와 뭉치는 그렇지는 않습니다.
뭉치는 아침에 간혹 제 배에 올라와서 꾹꾹이를 해줘요. 하지만 팔에 안고 자려하면 도망가요.
쏨이도 자기가 원할 때만 침대에 올라오고 안겨 자려고 하진 않습니다. 쏨이는 주로 발 쪽에 올라와서 침대 구석에서 자거나 골골송을 부르다 침을 푸르르 튀겨요.
저는 커피를 끊었더니 숙면을 취하는 편이라 자다가 거의 안 깨는 편이고 깨도 금방자요.
근데 남편은 자다 깨면 다시 잠드는 게 어려운 편이라 수면에 방해를 꽤 받는가 봐요. 냥이들에 대한 사랑이 없었더라면 아마 몹시 견디기 힘든 수면 방해일 거예요. 그래도 방문을 닫지 않고 자는 건 쏨이가 와주는 게 좋아서요.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남편이 고양이를 안방에는 들이지 말자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고양이로부터 완벽히 분리된 공간이 사람에게도 필요하다면서요. 고양이가 들어오는 공간엔 전부 고양이털이 날리니 자는 공간이라도 분리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어요.
(하지만 전 언제나 냥이들과 부비부비하면서 털범벅이 될 각오가 되어 있었습니다!)
안방 문을 닫았다가 살짝 열어보면 쏨이와 뭉치가 문 앞에 앉아서 문을 바라보고 있어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궁금하고 냄새맡고 탐색하고 싶어 하는 눈치 였어요! 그게 얼마나 안쓰럽던지...
결국 방문을 열고 자게 되었습니다.
한때는 쏨이가 제 머리맡에서 자기도 하고 베개 위를 걸어 다니면서 머리 위로 바로 지나가곤 했어요. 그러다가 요즘은 왜 제 머리맡에 안 오는지 모르겠어요. 사실 섭섭합니다.
털을 날리고 침을 튀겨도 좋으니 제 옆으로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고양이 맘은 고양이만 아나 봅니다.
오늘은 사진 대신 제가 그린 일러스트로 쏨이와 뭉치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