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 먹도록 별 볼일 없는 나도 할 수 있더라
잠깐 작년으로 돌아가 보자면 나는 그냥 쉬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무엇을 배워야 할지도 몰랐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으니 출발조차 할 수 없었던 거 같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뒤져보고,
포털사이트에 이것저것 검색해 보고 알아보기도 했던 것 같다.
하루 종일 유튜브를 보는 것도 때로는 질리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던 중, 청년취업지원제도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처럼 아무런 기술도, 직장 경험도 없는 사회초년생들도 취업할 수 있도록 나라에서 도와주는 정책이었다.
'내일배움카드'라는 지원을 받아 학원도 다닐 수 있더라.
(참고로 나 같은 백수 청년은 거의 전액을 지원받아 학원을 다닐 수 있다.)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만 34세까지 청년으로 인정받을 수 있더라.
사회 기준으로 막차를 탄 셈이지만, 그래도 아직 청년이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이 프로그램은 약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지속되었다.
말 그대로 "취업지원제도"라 빨리 취업이 되면 프로그램은 종료되는 구조였다.
교육을 듣고, 지원금도 받고, 공짜로 학원도 다닐 수 있다니,
오랜만에 설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역시, 순탄하지 않더라
나를 담당하던 직업 상담사가 총 네 번이나 바뀌었고,
내가 속해 있던 지역의 기관이 망해서 이전되기까지 했다.
중간에 다치기도 하고 개인적인 사정도 있었지만, 결국은 끝까지 완료했다.
당시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기에, 스케줄에 맞춰 학원을 다니고,
사람들과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 너무 좋았다.
살면서 처음으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봤다.
(아르바이트용이 아닌, 취업을 위한)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몰라서, 하나부터 열까지 기관 담당자분에게 도움을 받았다.
정말 너무 감사했고, 직업상담사라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도 느꼈다.
그렇게 제도를 통해 흔히 말하는 직업학교를 다녔다.
길에서 자주 보던 국비지원, oo교육 등의 현수막과 포스터들이 어떤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내가 배운 것은 전산회계와 전산세무였다.
운전면허증 하나밖에 없고, 컴퓨터로는 게임만 했던 나도 자격증이 생겼다.
보고서는커녕 문서 작성조차 하지 못하던 내가 회계를 배우고, 관련 자격증을 따니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제 정말로 취업을 하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