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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또 Jul 29. 2023

친구야, 같이 축구하자.

함께 축구하던 친구가 떠나던 날. 또 다른 소꿉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정말 운명처럼 갑자기. “너 요즘도 축구해?” 묻는 친구. 둘째를 낳고 육아 중이던 친구는 운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내가 축구를 한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고 했다. 자주 만나는 친구는 아니었는데 내가 축구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전화를 주다니!


“당연히 하고 있지!” 답했다. 친구는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의 남편이 축구를 좋아해 적극 밀어주겠다고 했단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보니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데 일단은 해보고 싶다고 했다. 


소꿉친구 2와의 축구가 시작됐다. 남편이 퇴근한 뒤에야 올 수 있었기 때문에 친구는 부랴부랴 오기 바빴다. 어떤 날은 아이가 아팠고, 어떤 날은 남편의 퇴근이 늦어졌다. 한 달여간 같이 축구를 했는데 나오지 못할 때면 그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코치님은 언제든 와서 한 번이라도 하고 가도 괜찮다고 하셨다. 하지만 남편의 근무 요일에 변동성이 생기면서 친구는 야심 차게 시작했던 축구를 잠시 보류했다. 꺅꺅 소리 지르면서도 짧은 시간에 축구공을 꽤나 잘 컨트롤하던 친구, 회식도 한다는 소리에 벌써 신난다 했던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잠깐의 축구를 맛보기만 했다는 것에 나 역시 아쉬웠다.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여건, 그 사정 모를 리 없다. 특히 돌봐야 할 아이가 있으면 더 내 시간을 내놔야 함을 나도 잘 알고 있다. 혼자 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유를 느낄 때이니까.



하지만 오래 아쉬워할 필요 없다. 그게 언제든, 다시 하면 되니까. 일단 시작해 봤다는 게 중요하니까. 무언가를 해보려 했다는 것, 내가 해내려 했다는 것에 의미가 있으니까. 


축구하는 거 그게 뭐라고 그러냐고? 시작하는 게 뭐 어려운 거냐고? 1년 해본 게 뭐 대단한 거냐고? 누군가는 비웃을지도 모른다. 별 걸 다 과대해석하고, 별 걸 다 의미 부여한다고 민망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과대 해석하고 의미 부여를 하고 싶다. 시작해서 뿌듯했고, 해 나가서 자랑스러웠고, 좌절해서 성장했고, 극복해서 행복했다. 계속할 수 있어서 두근거렸다. 


축구가 됐든 무엇이 됐든 우리 무언가를 해보자. 거창한 게 아니라도 좋다. 조그마한 것이라도 내가 그 안에서 과대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내 삶의 거창함이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게 꽤 마음 편한 소리 같지만 그게 제일 어렵다. 어렵기 때문에 소소한 것을 해내는 게 멋있는 거다.


소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자. 그 안에서 내 인생의 의미를 찾자. 그게 나를 뿌듯하게 한다. 그 뿌듯함을 나 아닌 당신도 같이 느끼길 바란다. 주춤하는 우리를 별거 아닌 무언가가 끌어당길 수 있다. 그 끌어당김에 기꺼이 끌려 가자. 그게 나를 계속 해낼 수 있게 하니까. 


친구야, 같이 축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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