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생가-
지베르니(Giverny). 처음 들어보는 마을.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 지역에 있는 곳.
파리 근교인 지베르니에 가자는 너의 말에 무작정 기차를 예매했다. 생각보다 기차가 자주 다니지 않는 곳.
그렇기에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말을 헤어짐으로 대신하며 각 자의 숙소로 향한 너와 나.
다음 날 이른 아침, Mantes-la-Jolie 역사 안에 앉아 너를 기다렸다. 기차 출발 시간은 8시 53분. 현재 시간은 31분.
넉넉한 여유 속에서 빚처럼 쌓인 잠을 갚듯 하품을 하던 순간, 왼쪽 어깨에서 전해 오는 포근한 감촉이 느껴졌다.
왔어?,라고 묻자 졸려,라고 답한 너. 기차에 타면 좀 자라고 말하자, 너는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착지인 Vernon Giverny역까지 움직이는 기차 안. 내게 기대 잠들어 있는 너. 문득 떠오르는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그때도 달리던 버스 안에서 너는 이렇게 자고 있었고, 나는 이렇게 그런 너를 보며 창문 밖으로 펼쳐진 자연을 감상했었지.
여행이란, 그저 이런 게 아닐까. 거창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감정과 감각의 밀도가 절묘하게 버무려진 순간들의 연속.
약 20분 정도 걸렸을까. 생각보다 가까운 근교여서 그런지 금방 Vernon Giverny역에 도착한 우리. 아직 잠에서 덜 깬 비몽사몽 한 너의 손을 잡고 기차에서 내렸다.
근처 카페에서 아이스커피 두 잔을 사서 한 잔을 네 하얀 볼에 갖다 댔다. 화들짝 놀라며 뭐 하는 거냐고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너.
잠을 깨는 데는 이게 효과적이라고 말하자, 너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과 함께 빨대를 물고 커피를 마셨다.
이제야 정신이 좀 든 것 같다면서 활기가 돌기 시작한 목소리로 걷자고 말한 너. 차가운 커피의 향을 목으로 넘기며 그러자고 답하고는 발을 떼었다.
이곳, 지베르니에 온 목적은 오직 하나뿐이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 클로드 모네가 살았던 생가로.
지도에 검색하니, 도보로는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기에, 어떻게 하겠냐 넌지시 물어보았다.
너는 날이 좋으니 갈 때는 걸어가자고 말하면서 완전히 잠에서 깬 두 다리를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