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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과 인내의 관계

인내해야 하는 것 X, 기대해야 하는 것 O

by Morado Mar 12. 2025

어제 저녁을 많이 먹었으니 오늘 오전은 간헐적 단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침 필라테스를 하고 회사 자리에 앉았다. 간헐적 단식을 하겠다고 생각해서인지 무언가를 먹고 싶은 마음이 진동했다.


매일 특정 시간에 식사를 하면 글루칸이라는 효소가 나와서 식욕을 돋게 몸이 프로그래밍된다는 얘기를 며칠 전 앤드류 휴버맨 박사의 팟캐스트에서 들었는데 그놈 때문이었던 걸까...... 췌장을 좀 쉬게 해주고 싶어 간헐적 단식을 잠깐만 해보겠다는데 왜 몸은 협조를 안 하는 것인가!


그래서 점심시간을 정해두고 배가 고플 때마다의 감정을 아래처럼 짤막하게 기록했다. 지금 와서 기록을 다시 보니 마치 생존 일지같이 비장해서 웃음이 나오지만 저 당시에 나는 비참했고 굶주렸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09:05 AM: 12시 40분에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야지. 그전에 배가 고플 때마다 기록을 해봐야겠다. 과연 나는 간헐적 단식에 성공할 수 있을까?

09:39 AM: 그냥 뭐가 먹고 싶다. 다짐한지 한 시간도 채 안 지났다는 거 실화인가...?

10:30 AM: 녹차를 마셔야지 하고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받으려는 데 텀블러 위치 조정에 실패했다. 뜨거운 물을 바로 손에 부어버리는 응급상황 발생. 아찔하다. 허겁지겁 차가운 물을 손에 부은 후 약국에 가서 화상 연고를 샀다.

나는 왜 이렇게 칠칠치 못한 걸까라고 생각하다 그럼 칠칠하다라는 말이 있는지 찾아봤다.

"'칠칠맞다'는 '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의 의미인 '칠칠하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칠칠하다'가 해당 의미로 쓰일 때는 주로 '않다', '못하다'와 같이 어울려서 쓰입니다."

허허. 앞으로 칠칠 맞은 사람이 되어야지.

11:16 AM: 너무 배고프다.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내 앞에 있는 초콜릿들을 자꾸 집었다가 놓는다. 마시멜로 실험중.

11:45 AM: 우선 커피를 마셔본다. 커피 원래 안 마시는데 단식을 위해서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과연 좋은 걸까?

12:22 AM: 커피가 단식 성공의 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욕이 감퇴한다.

01:10 PM: 드디어 식사 시간! 급하게 먹지 않기 위해 타이머를 맞춰 놓고 천천히 먹었다. 감칠맛 나지만 기분 좋게 배부르다. 


사실 이렇게까지 정신없이 먹고 싶어 하지 않는데 단식을 한다는 생각 자체로 내 모든 의식이 "먹는 행위를 금지"하다 보니 더 먹고 싶어지는 매직을 경험한다. 내일은 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기대하며 기다리는 행위에 조금 더 집중해 보겠다. 


목차

1. 미뤄지는 사이드 프로젝트


1. 미뤄지는 사이드 프로젝트

나의 목표는 일주일에 5시간 정도를 사이드 프로젝트에 할애하는 것이다. 마치 근무 시간을 채우려는 사람처럼 더 나은 자료들을 찾고 있고, 더 괜찮은 툴이 없는지를 찾고 있지만 결국 진짜 중요한 일은 안 하는 느낌이다. 마치 공부하기 전 책상 정리에 많은 시간을 써서 정작 공부를 안 하는 학생들처럼.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고 이번 주말에는 온전히 프로젝트에 집중해야지. "할 수 있을까?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은 버려야겠다. 오늘 간헐적 단식하는 걸 봤을 때 나란 사람은 무언갈 기대할 때 더 큰 성과를 내는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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