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60세 엄마와 34세 딸이 두 발로 걸어 여행한 일을 기록한 것입니다.
2019년부터 엄마와 이곳저곳 다녀왔다. 나는 차가 없고, 면허도 없어서 언제나 뚜벅이 여행이다. 네이버지도와 지하철 노선도 앱, 작년에 갔던 일본에서는 구글맵을 나침반삼아 어디든 걸어다녔다. 생각보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꽤 많다.
어떤 식당에 가고싶거나, 카페가 궁금한데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없을 때, 일단 걸어가 볼 생각을 한다. 택시로 만원 안팎으로 갈만한 거리면 가고, 아니면 포기. 여행지에서도 밥 먹고 소화시킬겸 다음 장소까지 걷는 일도 흔하다.
걸어서 움직여야하니 며칠 여행은 그냥 배낭차림으로 간다. 캐리어는 아무래도 끌고 다니기가 번잡스럽다. 평소에도 백팩을 매고 다니고, 그 안엔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많은 것이 들어있어서 늘 무겁다. 엄마는 그러다 어깨 무너진다, 나이 들어서 골병든다 말리지만, 나는 배낭여행을 위한 훈련이라고 여기며 매일 가방을 매고 집을 나선다.
사실 <엄마와 두 발로>라는 키워드로 몇 편의 글을 써 볼 생각을 이번에 처음 한 것이 아니다. 내 브런치 서랍 안에는 무려 1년 전에 대략 적어 저장해둔 글이 하나 있고, 이것저것 메모해둔 공책에도 이미 몇 년 전에 이런 맥락의 기획을 써 둔 흔적이 있다. 그렇다. 나는 매일 계획만 하며 살아온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보를 듣고 배워도 직접 실행해서 내 나름의 방식으로 깨우쳐야 뭔가 바뀌는데, 열심히 계획만 세우고 흐지부지. 서늘한 가을이 되어 올해도 얼마 안남았네…같은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이 급해지고만다.
요즘 자기계발서를 많이 보고 오디오북으로도 듣는데, 가장 비싼 땅은 무덤이라는 구절을 읽었다. 실현되지 못한 온갖 아이디어, 출간되지 않은 책, 회복되지 못한 관계 등등, 원했지만 결국은 못한 일들이 그 안에 넘치도록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어제까지 브런치북 접수 마감일이었다. 한 달 전부터 알고있었는데, 계획은 잘 세워두고 결국 쓰질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난다. 시간을 쓰는 방식이 어딘가 이상하다. 오늘 브런치앱에 들어와보니 새로 생긴 연재하기가 있길래 일단은 만들었다. 연재요일을 월요일로 정했더니 당장 오늘 하나를 올려야한다고 해서, 같은 주제로 써두었던 글을 복사 붙여넣기라도 할까 보니까, 글은 어떻게 한다 쳐도 사진을 다 지웠다. 에라 모르겠다! 그럴듯한 글이 아니라도 일단 써보자 하고 첫 화를 올려본다.
2019년에 나는 서른살이 되었다. 봄에 아빠가 돌아가셨다. 엄마와 나는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디든 가보자고 엄마에게 말했다. 그렇게 늘 바래왔던 엄마와의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