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일력 2/24

by Julie
인생이란
비유하자면

꽃나무에 꽃이 함께 피었다가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데,
어떤 꽃잎은 주렴에 스쳐
비단 보료 위에 떨어지고,
어떤 꽃잎은 울타리에 막혀
똥구덩이에 빠지는 것이다.


<남사(南史)>


‘남사(南史)‘를 영어로 번역하면 ‘History of the Southern Dynasties’이다. 즉, ‘남쪽 왕조의 역사’라는 뜻이다.


여기서 ‘남조’란 송(宋), 제(齊), 양(梁), 진(陳) 4개 왕조를 뜻한다. 7세기 당나라의 ‘이연수’라는 사람이 지었고, 전체 80권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다.


363년부터 589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643년부터 659년에 걸쳐 집필했다. ‘이연수’ 본인 입장에서도 아주 오래된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과거의 사람도 인생에 대해 지금과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것이 신기하다. 꽃잎이 우연히 바람에 떠밀리듯, 사람의 인생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의해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니. 게다가 당시는 태어나자마자 신분이 정해지는 때였는데도, 누구라도 한 치 앞 인생을 알 수 없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운이 좋으면 꽃밭에, 운에 나쁘면 똥구덩이에 빠진다는 말이, 똥구덩이에 파묻힌 꽃잎의 한탄 같기도 하다.



아침에는 영랑호 데크 산책로를 잠깐 걸었다. 하늘이 흐리니까 아무래도 기운이 안 난다.

우연히 공중전화박스 벽면을 보게 됐다. 포스터에 적힌 말이 F를 울린다.

요즘은 공중전화에서 신용카드도 되는 모양이다.

됐다가 올해부터는 안된다고 한다.

50원이 남으면 수화기를 공중전화 위에 올려두고 가는 배려심이나, 다급하게 “엄마 나야!”하고 외치던 콜렉트콜의 무료 통화 시간 같은 것들을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더 많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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