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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Feb 11. 2022

사람 사는 이야기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보고

느낀 점을 나누고 싶다.







영화는 경북 칠곡에서 사시는 할머니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시골 마을회관에 연로하신 할머니들 몇몇 분이 모여서 한글을 배우는 바로  할머니들이 재미나게 사는 이야기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초입에서 볼 수 있는 장면에 간판을 읽고 다니는 할머니들이 왠지 모르게 안쓰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엄지를 들어 칭찬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가만 보니

할머니들은 시도 잘 쓰신다.

그리고 그림도 잘 그리신다.

공부방 한쪽에 "나의 평생소원은 한글 공부요 아들 딸 손자 손녀 이름 쓰는 것."이라고 큰 종이에 쓰여있다.

어려서는 나라 잃은 국민으로서 제대로 배울 기회도 없었고, 평생을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 생계를 꾸리면서 사느라 글씨도 모르고 지나갔단다.



<공부>

-유촌댁  안윤선


지금 이래 하마

한자라도 늘고 조치

원 투 쓰리 포

영어도 배우고

한번 해보자.


<시>

-큰아포댁  박금분


가마이 보니까 시가 참 만타

여기도 시 저기도 시

시가 천지삐까리다.


<내 마음>

- 큰아포댁  박금분


빨리 죽어야 데는데

십게 죽지도 아나고 참 죽겐네

몸이 아프마

빨리 주거야지 시푸고

재미께 놀때는

좀 사라야지 시푸다

내 마음이 이래

와따가따한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손자와 배움의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주소를 쓰는 것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뀌어도 마을회관에서 진행하는 한글 배움 학교에서  동네 친구들이 모여 공부하는 것을 칠곡의 할머니들은 좋아하신다.

사투리를 공부할 때에는 한글 선생님에게 자신 있게 설명을 해주시기도 한다.

할머니 한분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고 답장을 받으셨다. 눈물이 난다. 할머니 눈에도, 그것을 보는 나의 눈에도.


이 다큐를 찍은 김재환 감독은 일제강점기에 소녀시절을 보내고 '글자'에 대한 간절함을 갖고 있는 할머니들의 배움에 대한 설렘을 이영화에 담았다고 한다.


할머니들께서 한 마디씩 하는 것이 모두 시가 된다.

이제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우울한 날들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라는 말도 써보고 되새겨 보기도 한다. 

일찍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다시 보고 싶다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그걸 봐서 뭐하냐는 할머니들도 계시다. 자식들도 분가해 나가고 혼자서 지내시는 분들이 왠지 어두운 골방에 들어앉아 누워만 있을 것 같지만, 친구들과 어울려 글도 배우고,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는 것을 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팔순의 할머니들이 시골 마을회관 한글 배움 학교를 통해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것을 보니 만약 내가 그 할머니들 앞에 선다면 당신들보다 이삼십 년이나 젊은 나이에 어려운 게 어디 있냐고 꾸지람을 들을 것 같다.

그래.

아직 일도 많고 갈길도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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