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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ter의 Konadian Life Sep 19. 2022

Sunshine Meadows Trail

8월 첫째 주

다시 밴프를 찾았다.









여름이면 밴프나 재스퍼에서 캠핑을 하는 것이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제 성인이 된 아들과 딸은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가 아닌 듯하다. 가족여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만드는 것은 좋아 하지만, 매년 같은 장소로 여름 여행을 떠나니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에는 밴프나 재스퍼로 떠나는 길은 웅장한 산이 있고, 옥색 물빛의 호수가 있어 언제나 기분 좋은 여행이다. 그리고 해외나 먼 곳에서 찾아오는 여행객들은 평생 한 번일 수 있는 밴프 여행을 나는 매년 한 두 번은 기본으로 다녀오는 호사를 누리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절로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진다.

어쨌든 아이들이(혹시 아내도?) 늘 같은 장소가 불만이라고 생각하게 된 몇 해 전부터 그동안에 자주 가보지 않았거나 전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곳으로 가족여행 후보 장소 물색에 시간을 더 들여본다.

아내와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이번 여름 여행은 캠프 사이트에서 편하게 누워 있는 시간도 가져보고, 밴프 시내에서 보우강을 따라 여유롭게 가벼운 산책도 해보기로 했다.

그래도 심심할 수 있으니까 새로운 장소를 찾던 중 이민한 지 한 두해 정도 지난 2010년 여름, 둘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즈음에 다녀왔던 밴프에 Sunshine Meadows Trail 트래킹 코스를 다시 방문하기로 하고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해보니 예전과는 조금 다른 내용이 보였다. 십여 년 전 여름  아이들이 어려서 방문했을 때에는 겨울철 스키용 곤돌라는 운영하지 않았고, 노란색 스쿨버스 몇대로 산골짜기 꼬불꼬불한 길을 흙먼지를 날리면서 셔틀버스처럼 운행을 했었는데, 몇 해 전부터는 트래킹을 즐기러 올라오는 여름철 관광객을 위해서 곤돌라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트래킹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난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밴프에 도착해서 성지 순례하듯이 주변 호수 몇 군데를 들러서 카약도 타고 쉬엄쉬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 주었다. 이틀이 지나고 캠핑장에서 뒹굴거리다 슬슬 지루하게 느낄 시간 즈음에 Sunshine Meadows Trail로 트래킹을 가자고 제안을 했더니 아들 녀석이 바로 인터넷으로 곤돌라 티켓을 예약다. 아빠의 의견에 호응해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역시 여행은 그때그때의 이벤트로 추억을 만드는 것이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Sunshine Meadows Trail 은 밴프에서 10km 정도 북서쪽에 위치해 있다. 겨울철 스키장으로 유명한 Sunshine Village가 여름철 버전으로 탈바꿈해서 산 꼭대기 산책로를 따라 걷는 트래킹 코스로 여러 갈래길로 나뉘어 있고 풍경이 아주 뛰어난 곳이다.  


우리 가족이 스키장 입구에서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 시간이 오전 10시 즈음이고 햇살이 꽤 강한 날씨여서 간단한 물병과 간식만 챙기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곤돌라에 올랐다.

Sunshine Village 곤돌라 탑승장 앞 주차장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이 가득했던 버스에 몸을 싣고 힘들게 다니던 때와는 달리 편안한 8인승 곤돌라로 스키장 호텔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체어리프트를 타고 2400m 높이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Sunshine Village 입구에 곤돌라를 탑승하는 곳이 해발 1660m이고, 곤돌라를 이용해서 5km 정도의 운행을 마치고 스키장 중간 호텔 앞에 도착하면 그 높이가 해발 2160m에 이른다.

곤돌라 안에서 내다본 풍경

 곤돌라에서 내리면 호텔 앞 입구에서 안전한 트래킹을 위해서 국립공원 직원들이 트레일 설명을 해주고 다.

Old Sunshine Lodge 앞
Chairlift 뒤로 보이는 겨울철 스키 슬로프들

 설명을 듣고 10시 30분경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데, 리프트를 관리하는 직원들의 옷차림이 여름옷이 아닌 겨울 재킷과 스키 바지를 착용하고 있어서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에 체어리프트에 앉자마자 기둥에 걸려 있는 온도계를 보니 영상 7도! 이럴 수가! 밴프 다운타운의 온도는 23도로 아주 쾌적한 날씨였고, 곤돌라에서는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고 있어서 바깥 온도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리프트를 타면서 현실을 느끼게 것이다.

리프트에 앉아서 내릴 때까지 대략 8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그동안 이가 딱딱 맞춰지고 어깨가 자동으로 떨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 모두 얇은 옷차림에 두껍지 않은  바람막이 정도 재킷만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한여름에 갑자기 엄청 추운 겨울 같은 온도를 체험하며 리프트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네 명 모두 어깨를 돌리고 제자리 뛰기를 하면서 잠시 추위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체어리프트를 이용해서 트레일 정상까지 올라가면 그곳은 해발 2385m! 2천 미터가 넘는 고산에서의 한여름 날씨는 역시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 아주 차가운 온도로 기다리고 있었다. 가족 앞에서 안전산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를 했는데, 미처 대비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정말 모양 빠지는 초보 트래커임을 증명하고야 말았다.

아들 녀석은 얇은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를 꺼내 뒤집어쓴다. 둘째는 무릎담요라도 가지고 와서 둘러싸고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열 번도 더하는 것을 보니 춥긴 추운가 보다. ㅎㅎ 이런 경험도 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하니까 즐거운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스키 슬로프와 트레일 안내도

본격적으로 트레일을 걷기 시작하면서 주변 풍경을 보니 온통 나무와 바위 그리고 파란 하늘이 열려있다. 하얀 뭉게구름도 보이고 반대편 산봉우리 끝자락에는 먹구름도 걸려있는 걸 보면 중간에 비가 오지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Standish Viewing Deck 에서 내려다 본 풍경

리프트에서 내린 다음 트레일 안내 표지판을 보고 Standish Viewing Deck 쪽으로 걷기 시작하면서 추위는 조금 덜 느껴졌다.  잠시 후 Standish Viewing Deck 도착해서 내려다보는 고산호수 세 곳은 정말 환상적인 풍경이다.

가운데 섬이 있는 호수 - Rock Isle Lake
Rock Isle Lake 오른쪽으로 Laryx Lake
Laryx Lake 오른쪽에 보이는 호수가 Grizzly Lake

아마도 천상에 있는 무릉도원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래킹 안내 지도

트래킹 코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호수 세 곳과 Standish Viewing Deck가 있는 곳은 행정구역상 British Columbia 주에 속하고, 호수 주변 산등성이와 Standish Chairlift 승강장이 있는 곳은 Alberta주에 속한다.

체어리프트(앨버타 주 영역)에서 내린 다음  작은 길을 따라 언덕을 내려가면 전망대가 있는 브리티시 콜롬비아주 땅으로 들어간다. 나름 재미있는 트래킹이다.  주를 넘나들며 산을 누비고 다니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언덕을 내려오면 여러 갈래로 트래킹 코스가 나뉘는데 Twin Cairns junction을 거쳐 Rock Isle Junction으로 내려가면 호수 가운데 섬이 있는 Rock Isle Lake 가 한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이곳을 찾기 전에는 2000m가 넘는 산속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Rock Isle Junction 에서 바라본 Rock Isle Lake

Rock Isle Junction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Grizzly/Laryx Loop Trail로 들어서면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오솔길 양옆으로 온갖 색의 꽃밭이 펼쳐지고,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개울이 흐르는, 마치 누가 잘 가꾸어 놓은 듯한 자연 그대로의 정원을 만나게 된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꽃밭

한참을 걷다 보면 앞에 작은 호수가 보이는데 이곳이 호수 세 개 중에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Grizzly Lake이다. 다른 두 호수에 비해 그 크기가 작고 특징이 없어 보이는 조금 작은 호수이지만 맑은 물로 채워진 산중 호수의 자태를 뽐내고 있다.

Grizzly Lake

트레일을 따라서 계속 걷다 보면 나무들이 특이한 모양으로 서있거나 마치 인사라도 하는 것처럼 반쯤 기울어져서 우리들을 반겨주었다.

자연이 만든 꽃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풀과 나무들이 온통 푸른색으로 호숫가를 덮고 있어서 산속의 맑은 공기를 더 깨끗하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을 받으면서 걸을 수 있었다.


Grizzly Lake를 뒤로하고 작은 언덕을 넘어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에 나무로 만든 작은 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이 Simpson View Point이다. 아기자기한 오솔길에 꽃밭을 걷다가 이곳에 도착하면 멀리 로키산맥의 거칠고 강한 산세를 느낄 수 있어서 또 다른 장소에 와있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Simpson View Point
Simpson View Point에 도착하면 다시 2천미터가 넘는 산 정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전망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산봉우리들을 뒤로하고 다시 길을 나서본다.

처음 리프트에서 느꼈던 차가운 기온은 온데 간데없고 재킷을 벗어 손에 들고 다녀야 할 정도로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고 있다.  한쪽으로 먹구름이 살짝 걸려 있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비를 몰고 올 정도의 기세는 아닌듯하다.


두 번째로 모습을 보여주는 Laryx Lake는 세 개의 호수 중에 가운데에 있는 호수이다.

Laryx Lake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 나무를 잘라서 다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 조붓한 나무다리 위를 걷다 보면 산속의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좋다.

Laryx Lake

Laryx Lake 물론 옥색 물빛을 자랑하고 있었고, 마침 호수 중간지점에 휴식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는데 우리보다 앞서가던 그룹이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있다가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물건을 챙기면서 우리에게  자리를 내주고 다시 앞서 나간다.

Laryx Lake

Laryx Lake를 지나 Trail을 따라가다 보면 다시 숲으로 이어지고 중간에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작은 폭포와 꽃밭이 펼쳐진다.

길게 펼쳐진 꽃밭을 지나면 언덕이 기다리고 있는데, 다행히 트래커들을 위해 작은 언덕에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아서 많이 힘들이지 않고 올라올 수 있었다. 작은 언덕 위로 올라서면 다시 호수 가운데 돌섬이 자리하고 있는 Rock Isle Lake를 만날 수 있다.

Rock Isle Lake
Rock Isle Junction 에서 바라본 Rock Isle Lake
Rock Isle view point에서 본 Rock Isle Lake

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는 호수 세 개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역시 Rock Isle Lake였다. 세 개의 호수 중에 크기도 가장 컸고, 호수 한가운데 섬을 두고 있어서 보기에 참 좋았다.


Rock Isle Lake를 뒤로하고 트레일을 따라 곤돌라 탑승장으로 내려가는 동안의 주변은 겨울철 스키장으로 활용되기에 충분한 넓이와 길이를 자랑하는 슬로프와 그 위에 서있는 프트 기둥들이 산 중턱 곳곳에 서있다.


산속에 숨어있는 그림 같은 호수  돌아보며  자연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느끼는 것뿐만이 아니라 작은 오솔길을 따라 양옆으로  펼쳐진 꽃밭과 호숫가에 작은 나무다리를 걸으면서 소소한 행복을 나누며 가족과 함께 잠시 동안 추위도 느껴보고 트래킹 중에 간식도 나누어 먹기도 하고 아이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


Sunshine Meadows Trail을 둘러보기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에는 Trail host를 미리 신청해서 Interpretive Center에서 트레일 호스트를 만나 함께 트래킹을 할 수 있다. 신청자들을 10명 정도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명의 호스트가 인솔해 트레일을 동행하기 때문에 주변 산들과 야생 동물 및 세계 유네스코 문화유산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들으면서 선샤인 메도우와 고산 호수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트레일 호스트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호스트 투어는 1시간과 2시간의 옵션 중에 희망하는 투어를 선택할 수 있다. 투어 비용은 곤돌라 비용에 일정 금액을 추가해서 지불하면 된다.

(1시간 투어 : 곤돌라 비용 + 15불 추가, 2시간 투어 : 곤돌라 비용 + 30불 추가)

- 2022년 8월 성인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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