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디에도 나를 위로하는 바다는 없었지만
남편에게 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한 달, 몇 주를 바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남편은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지방에 살고 있는 절친한 부부와 함께 바다를 보러 갔다.
하지만 그 바다는 내가 원하던 바다가 아니었다.
남쪽의 바다는 따뜻하고 잔잔하고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의 감정과 닮은 바다가 보고 싶었다.
결국 동쪽의 바다를 보러 갔다.
파도가 위, 아래, 좌, 우로도 모자라 달리는 해안도로까지 쳐 밀려왔다.
그래, 이렇게 파도가 하얗게 어딘가에 부서져 내려서 물기만 남기고 마는 움직임을 가진 바다가 보고 싶었다.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좀 쓸쓸하고 차가운 가을바람이 부는 가운데
해변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책도 읽어보려고 의자도 펴고 앉았지만 사실 바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꾸 바다가 보고 싶다. 망망대해 같은 내 인생 때문인지, 물을 무서워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불안한 채로 두렵고 무서워진 나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냥 바다가 자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