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기이택생 Jul 15. 2021

콤플렉스를 칭찬받는 일

쉽게 사랑에 빠지는 방법

“오빠는 손이 참 작고 예쁘네.”


처음 술잔을 기울이던 날, 그녀는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작고 예뻐서 좋다.’고 했다. 늘 콤플렉스로 생각해왔던 것에 대한 칭찬은 꽤 큰 힘을 가졌더라. 우리는 그날 온종일을 함께 보냈다. 나중에 알게 된 지만, 그녀가 내 손이 예쁘다고 말한 이유는 부드럽고 군살이 없어서였다. 군살 없는 손을 만지면 책상 앞에서 일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그런 일을 하는 남자라면 여자를 부드럽게 어루만져줄 거라 기대하게 된다나.


그녀는 종종 거친 손을 가졌을, 과거의 남자들에 관해 얘기했다. 그들의 거친 태도와 행동이나, 그로 인해 그녀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마저 얼마나 무너졌는지에 대해 쏟아냈다. 그래서였구나. 내가 그녀의 허리 밑에 베개를 받쳐주었던 밤에, 왜인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울어버린 그녀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과거를 씻어내는 기분이라며 밤마다 눈물을 수놓았고, 나도 그녀가 고마워서 울었다. 우리는 매일 밤을 울며 보냈다.


나란 놈은 정말 못되게도, 그녀가 내 손을 좋아하는 이유를 점차 알게 될수록 가슴이 아파왔다. 어둡기만 하면 머릿속에 스물한 살의 그녀 뒤로 대여섯 명의 거친 손을 가진 남자들이 그려져서, 빛으로 애써 그들을 쫓아냈다. 가끔은 그들이, 그 얘기들이 미치도록 듣기 싫었다. 결국 나도 그녀에게 상처를 준 남자 중 한 명이 되었고, 내 작은 손은 다시 나의 콤플렉스가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처음 만난 서로를 위해 이토록 땀 흘려 노력하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