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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기이택생 Sep 28. 2021

너 아니라면 그 누가

베이스 기타와 이어폰 분배기

한 달의 고민 끝에, 그토록 바라던 베이스 기타를 샀다.


오늘 뭐 해?

베이스 기타가 와서, 오늘은 종일 방에서 연습 좀 하려고.

구경하러 갈게.




나는 기타에 장치를 꽂아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으며 연습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네가 말없이 방을 나섰다.

시간이 꽤 흐르고, 돌아온 네 손엔 이어폰을 나눠 들을 수 있는 잭이 들려 있었다.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베이스를 연습하고

너는 그 곁에 엎드려 이어폰으로 내 형편없는 연주를 듣고

말없이 한참을 그렇게, 밤이 됐다.




문득 나만의 세상에 너무 오래 빠져있었단 생각에

연주를 계속하며, 몰래 이어폰을 빼고 우리의 소리를 들었다.


둥둥이는 기타 줄, 박자에 맞춰 까딱이는 네 발목, 바스락이는 이불.

네게 귀 기울이니, 샴푸 향이 좋았다.




너 아니라면 그 누가
내 세상 앞에 서서, 문 두드리지 않고 기다려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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