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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반전★신혼여행 중 전남친을 만나고온 아내

by 아들딸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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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wSuiMqlYQdY&t=2s



여러분, 제가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어떻게 가장 끔찍한 악몽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도 그날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숨이 막혀오는데요. 처음부터 차근차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야기 시작전에 좋아요 버튼과 구독, 그리고 알림 버튼을 눌러주시면 새로운 에피소드를 가장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어요. 지금 가장 보고싶은 사람을 댓글에 달아보세요. 오늘 그분에게 꼭 전화가 올거에요. 그럼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올해 마흔두 살이 된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회사에서 영업팀 차장으로 일하고 있고요. 제 인생의 전환점은 정확히 십 년 전, 서른두 살 때 찾아왔습니다. 당시 저는 친구 결혼식에 갔다가 신부 친구로 온 한 여자를 만났어요. 지금 제 전처가 된 사람이죠.

첫눈에 반했다는 표현이 정말 딱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혼자 앉아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는데, 뭔가 슬퍼 보이면서도 고고한 느낌이 있었어요. 저는 용기를 내서 옆자리에 앉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없더라고요. 무언가 깊은 상처를 안고 있는 사람 같았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는 칠 년이나 사귀던 남자친구와 딱 한 달 전에 헤어진 상태였습니다. 그것도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말이죠. 남자가 갑자기 유학을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일방적으로 관계를 끝냈다고 했어요. 그녀는 결혼 준비까지 다 해놓고 혼자 남겨진 거였습니다.

저는 그날 연락처를 받았고, 다음 날부터 매일같이 연락했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친구로서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마음이 점점 커지는 걸 느꼈습니다. 한 달, 두 달, 석 달이 지나도 그녀는 제 고백을 받아주지 않았어요. 항상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일 년 내내 그녀 곁을 지켰어요. 힘들 때마다 연락하면 달려갔고, 밤새 전화로 얘기를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처음으로 제게 웃으면서 말했어요. 당신 참 좋은 사람이야.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한 달 뒤, 그녀가 저와 사귀자고 먼저 말했습니다. 그때 제 기분이 어땠는지 아시겠어요? 하늘을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일 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어요. 우리는 육 개월 동안 연애했고, 저는 청혼했습니다. 그녀도 흔쾌히 좋다고 대답했어요.

결혼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그녀가 강하게 주장한 게 있었어요. 신혼여행을 꼭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당시에 별생각 없이 당연히 좋다고 했죠.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해주고 싶었으니까요.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고, 우리는 미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해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이동하는 일주일 일정이었어요. 처음 이틀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면서 이게 꿈인가 싶었어요.

그런데 셋째 날 아침,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전날 밤에 먹은 음식 때문인지 심한 배탈이 났어요.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땀을 뻘뻘 흘렸습니다. 아내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약을 사다 주고, 물을 챙겨줬어요. 저는 미안한 마음에 괜찮다고, 이렇게 방안에만 있지 말고 당신이라도 나가서 구경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안 간다고 했어요. 하지만 제가 계속 괜찮다고 하니까 결국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어요. 아내가 나간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 저는 좀 나아져서 연락을 했습니다. 어디 있어? 재밌게 놀고 있어? 그런데 답장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관광하느라 정신없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한 시간 더 지나서 또 연락했어요. 밥은 먹었어? 나 많이 나아졌어. 또 답장이 없었습니다. 점심때도, 오후에도 계속 연락했는데 전부 읽씹이었어요. 전화도 받지 않았습니다.

저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납치라도 당한 건 아닐까? 온갖 걱정이 다 들었어요. 그런데 저녁 여덟 시쯤, 아내가 태연하게 호텔 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저는 벌떡 일어나서 물었어요. 왜 연락 안 받았어? 나 얼마나 걱정했는데?

아내는 어 미안해, 폰이 방전됐어.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미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약간 붉게 상기된 얼굴이었어요. 저는 뭘 하고 다녔냐고 물었고, 아내는 미술관 갔다가 카페 좀 들으고 그냥 혼자 돌아다녔어다고 말했습니다. 너무 담담한 대답이었습니다.

신혼여행 중에 남편이 아파서 호텔에 누워있는데, 하루 종일 연락도 안 하고 돌아다니다가 저녁 늦게 들어와서 그냥 미술관 갔다 왔다고요? 보통 그런 상황이면 남편 걱정돼서 일찍 들어오거나, 적어도 몇 시간에 한 번씩은 안부 문자라도 보내지 않나요?

하지만 저는 괜히 신혼여행 분위기 망칠까 봐 참았습니다. 그래, 재밌게 놀다 왔으면 됐지 뭐. 그렇게 넘어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어야 했는데 말이죠.

나머지 일정도 그럭저럭 지나갔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평범한 신혼생활이 시작됐어요. 저는 회사 일에 집중했고, 아내는 집안일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결혼 삼 년 차에 딸이 태어났고, 오 년 차에 아들이 태어났어요.

아이들이 생기니까 정말 바빴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승진도 하고 야근도 많아졌어요. 아내는 육아에 지쳐서 항상 피곤해했고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었어요.

그렇게 십 년이 흘렀습니다. 딸은 일곱 살, 아들은 다섯 살이 됐어요. 그리고 그해 겨울, 장인어른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교통사고였어요.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가족들 모두 충격에 빠졌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 때, 문제가 터졌습니다. 재산 문제였어요. 장인어른이 남기신 재산이 꽤 많았는데, 유언장이 없었던 거예요. 아내와 처남이 재산 분할을 놓고 심하게 다퉜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서로 의견이 안 맞아서 그러는가 보다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싸움이 격해졌습니다. 처남은 아내가 결혼할 때 이미 많은 걸 가져갔다고 주장했고, 아내는 자기가 간병을 더 많이 했으니 더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어요.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해결이 안 됐습니다. 제가 중간에서 조정하려고 했지만 둘 다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처남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매형, 나 좀 만나요. 누나한테는 말하지 말고 혼자 나와요.

저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일단 만났습니다. 동네 카페에서 만났는데, 처남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어요. 그는 커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매형, 내가 정말 고민 많이 했어요. 이거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무슨 얘기냐고 물었더니, 처남은 한숨을 쉬고 나서 말했어요. 매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미안하고 불쌍해서 말하는 건데, 우리 누나가 매형한테 많은걸 속이고 있어요. 저는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습니다.

처남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습니다. 누나가 신혼여행 때 미국에서 전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그 순간 제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뭐라고? 처남은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 전 남자친구가 미국에서 유학 중이었잖아요. 누나가 신혼여행지를 미국으로 정한 게 다 그 사람 보려고 그런 거예요.

저는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하지만 처남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어요. 매형, 제가 거짓말할 이유가 있겠어요? 누나가 당시에 저한테 다 얘기했어요. 전 남자친구랑 연락하고 있다고, 미국 가서 만날 거라고. 그때 우리 남매관계는 정말 친밀했고 저도 전남자친구를 잘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는 털어놓고 싶었나봐요.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그럼 그날 아내가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받고 밤늦게 들어온 게 전에 사귀던 사람과 만나느라 그랬다는거야? 처남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맞아요. 그날 전 남자친구랑 만난 거예요. 저는 의자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처남은 더 충격적인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매형, 누나가 결혼 초기에 SNS에 결혼한 티 안 낸 거 기억하세요? 그게 다 전 남자친구 의식한 거예요. 끝까지 전남친에 대한 미련을 못버려서 결혼 하는 것도 숨기는 거였다구요

저는 그제야 기억났습니다. 맞아요. 아내는 결혼하고 나서도 한참 동안 SNS 프로필 사진을 바꾸지 않았어요. 웨딩 사진도 안 올렸고, 결혼반지 사진도 안 올렸습니다. 제가 한 번 왜 안 올리냐고 물었을 때 아내는 그냥 SNS 잘 안 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전 남자친구를 의식해서였다는 건가요?

처남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말했습니다. 매형, 누나 맘카페 하는 거 알죠? 거기 한 번 들어가 보세요. 누나 닉네임이 '회색하늘'이에요. 그러고 나서 처남은 자리를 떴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맘카페를 검색했어요. 아내가 가입한 카페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회색하늘이라는 닉네임으로 검색하니까 바로 나왔어요.

그리고 그 순간, 제 인생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아내가 쓴 글들이 줄줄이 나왔는데요. 가장 최근 글의 제목은 이거였어요. '다들 남편을 사랑하시나요?'

손가락이 떨렸지만 클릭했습니다. 글 내용은 이랬어요. 저는 남편을 사랑해서 결혼한 게 아니에요. 당시에 힘들어서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고, 마침 제게 잘해주던 사람이 있어서 결혼했어요. 솔직히 지금도 남편을 사랑하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전 남자친구가 생각나고, 그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댓글이 이백 개가 넘게 달려 있었습니다. 대부분 남편한테 미안하지 않냐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그 댓글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미안하죠.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아이들 때문에라도 이혼할 수는 없잖아요.

다른 글들도 봤습니다. 결혼 삼 년 차에 쓴 글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오늘 전 남자친구한테 전화했어요.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뛰더라고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참았어요. 나 정말 바보 같아요.

또 다른 글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결혼 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자유롭게 혼자 살던 그때가 그리워요. 남편은 좋은 사람이지만, 사랑은 아니에요. 육아가 힘들수록 전 남자친구 생각이 나요.

가장 최근 글은 일 년 전에 쓴 거였습니다. 아이들 키우면서 힘들 때마다 미혼이었을 때를 생각해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 생각이 나요. 지금도 연락하고 싶지만 참고 있어요. 하지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핸드폰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십 년이에요. 십 년 동안 저는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이 사람은 저를 단 한 번도 사랑한 적이 없었던 거예요? 전부 거짓말이었던 건가요?

그날 밤 저는 집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찜질방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회사도 가지 않았어요.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어요.

이틀째 되는 날, 아내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여보, 어디 있어? 회사에도 안 나갔다던데? 저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저녁쯤 되니까 아내가 계속 전화를 했어요. 결국 받았습니다.

어디 있냐는 아내의 물음에 저는 차갑게 대답했어요. 당신 남동생 만나고 왔어. 그리고 맘카페도 다 봤어. 전화기 너머로 아내가 숨 쉬는 소리가 멈췄습니다.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어요.

저는 계속 말했습니다. 당신 우리 신혼여행 때 전 남자친구 만난 거 맞아? 아내는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어요. 여보, 그건 오해야. 진짜 우연히 마주친 거고, 커피 한 잔 마신게 다야.

동생이 재산 문제로 나랑 마찰이 생기니까 나를 곤란에 빠뜨리려고 하는거잖아. 당신 나 못믿어?

우연히요? 미국까지 가서 우연히 마주쳤다고요? 커피 한잔 마시는데 하루 종일 연락도 안 받고 밤늦게까지 있다 오니? 아내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그때 정말 오래된 친구 만난 것처럼 얘기 좀 한 거야. 아무것도 안 했어.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럼 맘카페에 쓴 글들은 뭐야? 나를 사랑한 적 없다는 그 글들 말이야. 아내는 울기 시작했습니다. 여보, 미안해. 그건 내가 육아 스트레스 받아서 쓴 거야.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야.

그럼 진짜 마음은 뭔데? 나한테 단 한 번이라도 진심이었던 적 있어? 아내는 계속 울면서 미안하다고만 했습니다. 저는 전화를 끊어버렸어요.

그날 저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이혼 상담을 받으려고요. 변호사는 제 얘기를 듣고 나서 말했습니다. 물리적인 증거가 약해요. 맘카페 글만 가지고는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변호사는 신혼여행 때 실제로 만난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했어요. 당시 위치 정보라든지,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라든지, 아니면 증인이라든지.

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내는 눈이 퉁퉁 부은 채로 거실에 앉아 있었어요. 저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붙잡았습니다. 여보, 정말 미안해. 나 정말 바보같이 그런 글 썼던 거야. 하지만 당신이 의심할만한 잘못한 건 없어. 진짜로 아무일도 없었어.

저는 아내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신혼여행 때 전 남자친구 만난 건 사실이잖아? 나는 그 사실만으로 이미 너한테 신뢰가 무너졌어. 아내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떨구었어요. 만나긴 만났어. 하지만 정말 커피 한 잔만 마시고 헤어졌어.

어디서 만났어? 아내는 대답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호텔 라운지에서. 그 사람이 먼저 연락 왔어. 한국에서 온 거 SNS 보고 알았대. 그래서 잠깐만 보자고 해서.

저는 웃음이 나왔습니다. SNS에 결혼한 티도 안 내면서 미국 간다는 건 올린거야? 대놓고 연락오길 기다린거네. 아내는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숙였어요.

며칠 동안 저는 아내와 얘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 남남처럼 지냈어요.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왜 싸우냐고 물었지만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결심했습니다. 증거를 찾아야겠다고. 신혼여행 때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당시 신용카드 내역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사용한 내역 중에 제가 모르는 영수증이 하나 있었어요. 한 호텔 라운지에서 점심 식사비였습니다. 그런데 금액이 이상했어요.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금액이었거든요.

저는 그 호텔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당시 영수증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어요. 다행히 호텔 측에서 십 년 전 자료지만 찾아보겠다고 했고, 일주일 뒤에 답장이 왔습니다.

영수증을 보는 순간 저는 모든 걸 알았습니다. 테이블 번호와 주문 내역이 적혀 있었는데, 명확하게 이인분이었어요. 스테이크 두 개, 와인 두 잔. 그리고 디저트까지. 신혼여행지에서 남편카드로 전 남자친구와 식사를 하다니. 간이 정말 큰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함께 식사한 사람이 전 남자친구라는 증거가 필요했어요. 저는 처남에게 다시 연락했습니다. 처남, 혹시 그 전 남자친구 연락처 알아?

처남은 잠시 망설이다가 알려줬습니다. 저는 그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어요. 처음에는 받지 않았지만, 계속 전화하니까 결국 받더군요. 누구세요?

저는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저는 박선영의 남편입니다. 당신하고 얘기 좀 하고 싶은데요. 전화기 너머로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졌어요. 아, 그게, 무슨 일이신지.

십 년 전에 우리 선영이 만났죠? 샌프란시스코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는 대답했어요. 맞습니다. 미국 왔다길래 잠깐 만나서 그냥 옛날 얘기 좀 하고 헤어졌어요.

저한테 결혼했다고 말했고, 저도 축하한다고 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연락한 게 잘못이었어요. 그리고는 다급히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저는 다음 날 아내를 불렀습니다. 거실 테이블에 마주 앉았어요. 아내는 불안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저는 영수증 사본을 아내 앞에 놓았어요.

이게 뭔지 알아? 아내는 영수증을 보더니 얼굴이 하얗게 변했습니다. 저는 차갑게 말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호텔 라운지에서 점심 먹은 거 맞지? 전 남자친구랑.

아내는 변명을 시작했어요. 여보, 정말 밥만 먹었어. 그 자리에서 나는 결혼했다고 다 밝혔고 사람도 축하한다고 했어. 저는 웃으면서 물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었어?

아내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계속 물었어요. 그 사람한테 직접 통화했어. 처음에는 한두 시간 만났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하루 종일 같이 있었다고 실토하더라고. 도대체 둘이 뭘 한 거야?

아내가 울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 그냥 걷고, 얘기하고, 그게 다야. 저는 냉정하게 말했어요. 신혼여행 중에 남편 몰래 전 남자친구랑 하루 종일 데이트했으면서 아무것도 안 했다고?

아내는 울면서 소리쳤습니다. 데이트 그런거 아니었어! 정말 친구로 만난 거라고! 저는 아내가 쓴 맘카페 글을 프린트해서 아내 앞에 던졌어요. 그럼 이거 설명해봐.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는 이 글은?

아내는 종이를 보더니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건 내가 힘들 때 쓴 거야. 진짜 마음은 그게 아니었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이혼해. 더 이상 못 참겠어.

아내가 제 다리를 붙잡았습니다. 안 돼! 아이들 생각해 봐! 우리 애들은 어떡하라고! 저는 아내를 뿌리쳤어요. 이런 엄마라면 애들한테도 필요없어.

그날 밤 저는 집을 나왔습니다. 친구 집에서 며칠을 보내면서 머리를 식혔어요. 아내한테서는 매일 수십 통의 전화와 문자가 왔지만 받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쯤 지났을 때, 예상치 못한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였는데 받아보니 전 남자친구였어요.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저기,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어서 연락했습니다.

저는 차갑게 대답했습니다. 뭐요?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어요. 사실 그날 선영이가 저한테 고백했습니다. 아직도 저를 사랑한다고, 결혼한 게 후회된다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계속 말했어요. 하지만 저는 거절했어요. 선영이는 이미 결혼했고, 저도 사귀는 사람이 있었거든요. 선영이는 많이 울었어요. 한 시간 넘게 울면서 후회한다고, 돌아가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왜 지금 그걸 말하는 거죠? 제가 물으니까 그는 대답했습니다. 양심의 가책이 들어서요. 그때 제가 확실하게 선을 그었어야 했는데, 미안한 마음에 달래주려고 하루 종일 같이 있었어요. 그게 잘못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전화를 끊고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아내가 전 남자친구한테 고백을 했다고요?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고요? 신혼여행 중에요?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배신감이 온몸을 휘감았어요. 십 년이에요. 십 년 동안 저는 이 사람을 위해 살았는데, 이 사람은 처음부터 저를 사랑하지 않았던 거예요.

저는 그날 바로 변호사에게 연락했습니다. 결정적인 증거를 찾았다고, 이혼 소송 진행해 달라고 했어요. 만일을 대비해 전 남차지구가 털어놓은 사실을 모두 녹취 해두었던 게 신의 한수 였어요

일주일 뒤, 아내에게 이혼 소송 서류가 전달됐습니다. 아내는 미친 듯이 전화를 해댔어요. 여보,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줘! 나 정말 정신 나간 거였어! 지금은 당신밖에 없어!

하지만 저는 마음을 굳혔습니다. 더 이상 속을 수 없었어요. 재판이 시작됐고, 저는 모든 증거를 제출했습니다. 영수증, 맘카페 글, 그리고 전 남자친구의 증언.

아내의 변호사가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육체적 관계는 없었다는 이유로 혼인파탄의 이유가 부족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단순히 마음속으로 옛 연인을 그리워한 것만으로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고요. 하지만 저희 변호사는 반박했습니다.

신혼여행 중에 남편을 속이고 전 남자친구를 만나 고백한 것은 명백한 정서적 불륜이며, 십 년간 맘카페에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것은 혼인을 지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주장했어요.

재판은 석 달 동안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아내는 계속 저에게 연락했어요. 어떨 때는 울면서 애원했고, 어떨 때는 화를 내면서 당신도 모질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아이들이었어요. 딸아이가 어느 날 물었습니다. 아빠, 우리 이제 엄마랑 안 살아?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딸아이를 꼭 안아주면서 말했어요. 아빠가 너희를 지킬게. 걱정하지 마.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판결이 나왔습니다. 판사는 신중한 표정으로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어요.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는 이미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된다. 피고는 신혼여행 중 전 남자친구를 만나 고백하였고, 이는 부부간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다.

판사는 이어서 말했습니다. 또한 결혼 생활 중 지속적으로 전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는 글을 작성한 것은 혼인관계를 성실히 유지할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원고의 이혼 청구를 인용한다.

이혼이 확정된 순간이었습니다. 법정 밖으로 나오니 아내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아내는 저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소리쳤습니다. 당신 이러는 거 아니야! 애들은 어떡하라고!

저는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애들은 내가 키울 거야. 당신은 면접권만 행사해. 아내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었어요. 하지만 저는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왔습니다.

그 후로 육 개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새 집으로 이사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습니다. 회사 일하면서 애들 키우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제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아이들도 점차 적응해 갔어요. 특히 딸아이가 어느 날 저한테 말했습니다. 아빠, 나 요즘 더 행복해. 예전에는 엄마 아빠가 맨날 싸우니까 무서웠는데, 지금은 아빠가 많이 웃어줘서 좋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습니다. 제가 올바른 결정을 한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아이들은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는 것보다 차라리 한쪽 부모와 행복하게 사는 게 나은 거였습니다.

전 처는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만날 때마다 저한테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이미 끝난 관계예요.

그러던 어느 날, 처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매형,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저는 만났습니다. 처남은 저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어요. 매형, 정말 죄송해요. 제가 괜히 그런 말 한 것 같아요.

무슨 소리야? 제가 물으니까 처남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사실 저도 우리 누나가 그렇게까지 힘들어할 줄 몰랐어요. 요즘 누나가 많이 아파요. 우울증 약도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저는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그건 본인이 자초한 일이야. 처남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잖아요. 조카들 생각해서라도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실 수 없을까요?

저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안 될 것 같아. 나는 이미 새로운 삶을 시작했어. 처남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났을 때,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 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거예요. 심각한 상태는 아니지만 입원했다고 했습니다.

저는 고민했습니다. 병문안을 가야 하나?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보고 싶어 해서 결국 병원에 갔어요.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전 처가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저를 보자 전 처는 놀란 표정을 지었어요. 당신이 왜 여기. 저는 간단하게 대답했습니다. 애들이 엄마 보고 싶어 해서 왔어. 아이들이 엄마에게 달려갔고, 전 처는 아이들을 꼭 안았습니다.

한참 동안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뒤, 아이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전 처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고마워. 와줘서. 저는 고개만 끄덕였어요.

전 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기, 내가 정말 미안했어. 십 년 동안 당신한테 못할 짓 했어. 사실 나도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전 남자친구한테 집착했던 게 그냥 과거에 대한 미련이었던 것 같아.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전 처는 계속 말했어요. 이혼하고 나서 깨달았어. 당신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나는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아니었어.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줄 수 없어?

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습니다. 미안하지만 안 돼. 우리는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멀리왔어. 전 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알아. 내가 잘못했어. 하지만 애들을 생각해봐. 아직 저렇게 어린데.. 애들한테는 엄마 아빠가 다 필요해.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애들한테는 내가 엄마 아빠 역할 다 할게. 너는 그냥 면접권만 잘 행사하면 돼. 그리고 병실을 나왔습니다.

복도를 걸어 나오는데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저렇게 무너진 모습을 보는 게 안타까워서였어요. 하지만 돌아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일 년이 더 지났습니다. 아이들은 많이 컸어요. 딸은 초등학교 삼 학년이 됐고, 아들은 일곱 살이 됐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부장으로 승진했어요.

전 처는 여전히 한 달에 두 번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처음보다는 많이 안정된 것 같았어요. 새로운 직장도 구했고, 우울증도 많이 나아졌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제 삶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 왔어요. 저는 당시에 영업팀 부장이었는데,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들어왔어요. 매우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삼십억 규모의 계약이었거든요.

저는 그 프로젝트를 맡게 됐고, 클라이언트 담당자와 계속 만나면서 계약을 진행했어요. 그 담당자의 이름은 유미영이었습니다. 나이는 삼십대 중반, 성격도 밝고 일 처리도 깔끔한 여성이었어요. 자연스럽게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됐고, 점심을 같이 먹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일 때문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달라진 걸 느꼈습니다. 미영씨가 저를 볼 때의 눈빛이 자연스러웠고, 가끔 웃음도 많이 나왔어요. 저도 그럴 때 마음이 편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저는 아직 많이 상처받아 있었어요. 이혼이 확정되고도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흉터와 그늘이 제 어딘가에 드리워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미영씨와 있으면 그 공허함이 채워지는 것 같았어요.

삼개월쯤 지났을 때, 미영씨가 제게 술 한 잔 하자고 했습니다. 일도 일이지만, 좀 개인적으로 얘기할 게 있다고 했어요. 저는 흔쾌히 응했습니다. 그날 밤, 우리는 강남의 조용한 바에 앉았어요.

미영씨가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저 말이에요, 처음부터 부장님께 호감이 있었어요. 근데 부장님은 아직 이혼한지 얼마 안된 상태였고, 아이도 있고 해서 그냥 일 적으로만 지냈어요. 그치만 제 마음이 계속 커져가더라고요. 저 정말 용기내서 말하는 건데 저랑 한 번 사귀어 볼래요?

저는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도 미영씨가 좋았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어요.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무서웠거든요. 결국 저는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지금 마음이 복잡해요. 나도 미영씨가 좋지만, 아직 상처가 많아서 미영씨 힘들게 할까봐 두려워요. 우리 조금 시간을 가져도 될까요?

미영씨는 웃으면서 대답했어요. 알았어요. 충분히 시간 가져요. 저는 기다릴 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가까워졌습니다. 저는 미영씨와 있을 때 다시 살아가는 기분을 느꼈어요. 아이들과 함께 공원에 가서 놀다가, 저녁에 미영씨와 전화로 많은 시간을 얘기했습니다. 처음에는 일 얘기를 주로 했지만, 점차 개인적인 얘기로 넘어갔어요.

한 달후, 저는 미영씨에게 정식으로 고백했습니다. 나랑 정식으로 사귀자. 이제는 내가 미영씨를 충분히 사랑할 준비가 되었어. 미영씨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래, 좋아라고 대답했어요.

우리의 교제는 순수했습니다. 아이들도 미영씨를 잘 따랐어요. 특히 딸이 미영씨를 매우 좋아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던 저는 미영씨에게 청혼했습니다. 미영씨는 당연히 응했고,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했어요.

하지만 결혼식을 앞두고 뭔가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습니다.

정확히 결혼식이 2주일 남았을 때였습니다. 저는 평소처럼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는데요. 오후 3시쯤이었던 것 같아요. 제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화면에는 제 전처의 이름이 떠있었어요. 뜻밖이었어요.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4년 전에 이혼한 사이이고, 아이들 때문에 가끔 연락하는 정도였거든요. 특별히 긴급한 일이 아니면 전화는 잘 안 받는 사이였습니다.

저는 전화를 받았어요. "무슨일이야?" 라고 물었습니다. 전처는 조용하게 대답했어요. "지금 통화 가능해? 중요한 얘기가 있어." 뭔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어요.

심상치 않음을 느낀 저는 회의실로 나갔어요. "무슨일이야?" 저는 물었어요. 전처가 천천히, 정말 천천히 말했습니다. "사실은 말이야. 나한테 암 진단 받았어."

그 순간 제 세상이 멈췄어요. 정말 순간적으로 모든 게 멈춘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한참 아무 말도 못했어요. 전처가 계속 말했습니다. "지난 달부터 이상한 느낌이 있어서 병원을 갔어. 그리고 어제 결과가 나왔어. 초기라고는 하지만, 수술을 받아야 해."

저는 여전히 아무 말도 못했어요. 그냥 숨을 고르려고만 했습니다. 전처가 말을 계속했어요. "앞으로 한동안 나는 병원에 있을 텐데 아이들이 걱정하지 않게 잘 얘기해줘. 미리 말을 해두려고 전화했어."

저는 겨우 대답했습니다. "당신 건강이 제일 중요해. 아이들은 내가 케어할테니 걱정하지 말고 치료 받는데 전념해.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하고." 전처가 조용해졌어요. 그리고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저는 전처에게 말했어요.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 당신은 그냥 회복에만 집중해. 그게 나도 원하는 거고, 아이들도 원하는 거니까."

전화를 끊고 저는 한참을 제 자리에 앉아만 있었어요. 아무것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머리로는 한 가지만 계속 맴돌고 있었어요. 미영이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까. 결혼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정말 복잡했어요.

저는 회사 일을 마친 뒤에 곧장 미영이한테 전화했어요. "저녁 먹고 얘기할 게 있어." 미영이가 물었어요. "뭔데? 뭔 일 있어?" 제 목소리에서 뭔가를 느낀 듯했어요. 미영이는 이미 저에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날 저녁 미영이와 저는 마주 앉아 식사를 했어요. 그리고 저는 천천히 말했습니다. "전처한테서 오늘 연락이 왔어. 정말 힘든 얘기를 해야할 것 같아." 미영이가 불안해하며 물었어요. "뭔데? 무슨일이야?"

저는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전처가 암 진단을 받았어. 수술을 받아야 해. 앞으로 한동안 아이들은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아." 미영이가 한참을 말을 못했어요. 정말 오래 앉아만 있었습니다.

미영이가 천천히 말했습니다. "중요한 건 그 사람이 회복하는 거고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해야돼. 당신 전처도 정말 힘들 거야. 당분간 결혼식 보다 그 사람한테 더 신경쓰도록 하자. 그 사람이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한 거고, 우리 결혼식은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어."

저는 미영이를 안았어요. 정말 조심스럽게 안았습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미영이가 제 등을 쓸어줬어요. "우리 함께 이 일을 견뎌내자. 다 잘될꺼야."

다음 날 저는 전처에게 전화했어요. "수술 날짜가 언제야?" 전처가 대답했습니다. "1주일 뒤야. 당신 결혼식 일주일 전에 수술을 받게 되는 거야. 정말 타이밍이 안 좋네."

저는 말했어요. "아이들은 내가 볼테니. 당신은 걱정말고 회복에만 집중해. 혹시 병원에서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하고." 전처가 감사함을 표현했어요.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들을 저는 정신없게 보냈어요. 매일 아침 아이들을 깨워서 학교에 보냈고, 점심시간에는 전처한테 전화해서 상태를 물었어요. 저녁에는 미영이와 함께 결혼식 준비를 했습니다. 미영이는 매일 저를 격려해줬어요. "당신 지금 잘하고 있어. 정말 잘하고 있어."

결혼식 일주일 전. 전처가 수술을 받았어요. 저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미영이도 함께 갔어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대기실에서 기다렸어요. 저는 미영이의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정말 오래오래 잡고 있었어요.

수술이 끝나고 전처가 깨어났을 때, 저와 미영이가 그 옆에 있었습니다. 전처가 저를 보고 물었어요. "왜 왔어?" 저는 대답했습니다. "당신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 미영이도 당신을 보고싶어 했고."

전처가 미영이를 봤어요. 미영이가 먼저 다가가 전처의 손을 잡았습니다. 전처가 눈물을 흘렸어요. "고마워요. 미영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미영이가 대답했어요. "그런 말씀은 하지 마세요. 당신이 건강해지는 게 제일 중요해요. 애들 생각해서라도 힘 내셔야죠" 전처가 미영이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렇게 결혼식 날이 다가왔어요. 저는 아침부터 긴장했어요. 이것 저것 챙길 것도 많았지만, 전처의 회복 상태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말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결혼식이 시작되었어요. 주례자가 나왔고, 하객들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때 미영이가 나타났어요.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앞으로 나왔습니다. 정말 아름다웠어요. 저는 그걸 보면서 눈물이 나려고 했어요. 모든 준비가 이 순간을 위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이 박수를 쳤어요. 다른 하객들도 박수를 쳤습니다. 미영이가 제 옆에 섰을 때, 저는 미영이의 손을 잡았어요. 미영이가 웃음지었습니다.

주례자가 말했어요. "오늘 이 자리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두 사람의 결혼식이 아니라, 한 가족이 만나는 순간입니다. 특히 이곳에 있는 아이들을 보세요. 그들도 이 결혼식의 주인공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바라봤어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결혼식은 따뜻하게 진행되었어요. 저와 미영이의 맹세가 있었고, 반지 교환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와서 우리 손에 반지를 끼워줬어요. 그 순간 하객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습니다.

결혼식을 마친 뒤에 저는 병원에 자주 갔어요. 전처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미영이도 함께 갔어요. 저희는 전처 곁에 있었습니다.

6개월이 지났을 때, 의사가 좋은 소식을 전했어요. "항암치료가 잘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완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처는 그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을 흘렸습니다. 저도 울었어요. 미영이도 울었습니다.

전처가 퇴원할 수 있게 되었어요. 퇴원하는 날, 저와 미영이가 전처를 마중했어요. 전처가 병원을 나왔을 때, 미영이가 먼저 전처를 안아줬습니다. "정말 잘 버티셨습니다."

전처가 미영이의 손을 잡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저를 보는게 쉽지 않았을텐데 미영씨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당신 나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았을텐데 힘들 때 곁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전처가 웃음지었어요. "너희 둘이 정말 좋은 부부가 될 거 같아."

그 이후로 우리 가족의 관계는 더욱 따뜻해졌어요. 저는 여전히 아이들을 자주 봤고, 전처도 아이들이 필요할 때마다 왔습니다. 그리고 미영이는 전처를 진심으로 돌봐줬어요.

여러분,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셨나요. 이야기는 완벽한 결말이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게 바로 현실이고, 그게 바로 진정한 사랑이라는 걸 저는 배웠습니다.

사랑은 항상 예쁘고 화려하지만은 않아요. 때론 병원 침대 옆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는 것이고, 때론 결혼식을 중단하고 다른 누군가를 돕는 것입니다. 때론 자신의 신혼생활을 미루고 아이들을 보는 것이에요.

하지만 그것이 바로 사랑이에요. 그리고 그런 사랑 속에서 우리는 성장합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우리는 더 따뜻한 가족이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지금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면,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것도 괜찮아요. 그것도 인생의 일부예요. 중요한 건 여러분이 그 상황 속에서 누군가를 버리지 않는 거예요.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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