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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릴 Jun 08. 2019

남성약자의 등장
: 시사인 20대 남자 현상을 읽고


늦은 후기다. 4월 시사인의 20대 남자 현상을 읽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는데 도저히 글로 풀어지지가 않았다. 그 마음을 지닌 채 지내다가 지난 주 업무 중 고민했던 지점을 풀어낼 수 있는 언어를 드디어 찾았다. 언어는 찾았지만 답답한 마음은 어찌할 수가 없지만서도. 



1. 


먼저 시사인 기사를 소개하자면, 지난 4월 시사인에서는  [20대 남자현상] 을 3편의 기사를 통해 분석했다. 첫번째 기사에서는 기획 동기와  20대 남자 현상이 무엇인지를,  두번째 기사에서는 현상이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마지막 세번째 기사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파헤쳤다.


3편의 기사를 요약하자면 20대 남자 현상은  

권력이 남성을 차별한다는 인식을 가진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의 탄생이며, 

이는 반 페미니즘 신념을 가진  20대 남성  25.9%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왜?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설(피해의식, 맥락이 제거된 공정에 대한 믿음, 붕괴된 세대계약 등)이 존재한다. 



2. 


나는 이 분석이 새롭지 않았는데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미 확정적인 담론이였기 때문이다. 

"예전(보통 부모세대까지를 말한다) 에는 여성들이 약자였지만, 더이상 우리 세대에는 아니다!"

"여성들은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챙기려고 한다. 이제는 여성 가해자와 남성 피해자 시대다" 

현실에서는 25.9%였겠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담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찾기 힘들다. 온라인 공간은 남성 동종사회행동(homo-social behavior)을 지원하는 공간이다.현실에서는 막연했던 생각이 이 곳에서는 확정적인 견해가 되고, 커뮤니티원들은 그 생각을 지지해준다. 못 믿겠다면? 나무위키에 여성정책을 쳐보시라. 


그럼 여기서 던져야할 질문은 "남성 약자가 가능한가" 이다. 

사회적 소수자란  성별이나 인종, 민족, 성적 지향, 출신 지역, 종교, 장애 등 특정 정체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는 집단을 뜻한다. 누군가를 약자로 규정하는 지가 정치고, 약자와 강자의 관계는 피지배와 지배층의 관계다. 한국 남성이 약자인가? 한국 사회에서 "남성"이기에 차별받는 것은 무엇인가? 나무위키의 여성정책에 따르면 여성전용칸이 남성이 받는 차별이라는데,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몰래카메라 피해자 중 80%~90%가 여성이며 최근 5년간 몰카 범죄 검거자 중 98%가 남성이라는 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더불어 한국 남성은 동질한 집단이 아니다. 주류-강남-중산층 이상-비장애인 남성과, 비서울- 경제적 약자- 장애인-남성의 위치는 동질한가? 이성애자 남성과 퀴어 남성의 괴리는 어떠한가?


남성보다 특권을 누리는 여성은 극소수에 불과해요. 그런데 대다수 남성들은 부유하거나, 미모를 자원으로 삼는 극소수의 여성을 보며 ‘여성상위 시대다’ ‘잘나가는 여성들이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고 합니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개인 능력·집안 배경 등에 따른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무시하고 무리하게 일반화를 시도해요. 여권이 바닥을 기는 현실인데도, 여성이 취직·육아휴직 문제와 관련해 할당제와 복지를 요구한다고 ‘특권’ 운운합니다. 이게 여성혐오지요.” (출처: 여성신문



3. 


놀랍지 않은 결과에 기분이 복잡했던 것은, 과연 남성약자 프레임을 가시화하는 것이 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될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베의 논리를 얼마나 부각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과 같은 맥락인데, 나는 일베를 계속 부각시켜 그들의 논의를 오히려 확정짓는 것이 아닐까, 그냥 무시하는게 답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몇년 전부터 해왔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상에서만 확정적이었던 담론들이 시사인의 기사처럼 하나의 남성 정체성이 되어갈 때에도 그냥 무시해야 하는 걸까. 


 팩트체크의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사실이 아닌 본인의 신념을 믿는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젠더 갈등을 보면 서로 팩트로 조지려고 하지만, 사실 각자가 가지고 오는 자료들은 각자에게는 신빙성이 있다. 문제는 그 자료들을 어떻게 엮고 해석하느냐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신념을 따라간다. 예를 들어 내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몰래카메라 피해자 중 80%~90%가 여성이며 최근 5년간 몰카 범죄 검거자 중 98%가 남성"이라는 자료를 가져와도, 남성 약자 정체성을 가진 집단은 이 근거를 신뢰하지 않는다. "남성들은 당해도 창피하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는다" "경찰에서 남성의 말은 잘 믿어주지 않는다"라는 신념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4.


그리고 한가지 더, 나는 20대 남성이 가시화 되는 만큼 20대 여성이 비 가시화 되는 점이 화가난다. 왜 20대 남성의 변화는 세대론으로 치부되고, 20대 여성의 변화는 일시적인 것으로 해석되는가? 20대 여성으로써 나는 20대 남성들간의 간극 만큼이나 20대 여성 내부에서도 큰 균열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혜화역 시위 그런거는 좀 과격하지 않나요?" 라고 말하는 여성들 앞에서 나는 참담했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답답했다. 


다행히 시사인에서는 20대 남성에 대한 분석 후 '보너스'기사의 느낌으로 20대 여성에 대한 기사를 내었다. 논의 지점을 공유하면


1) 20대 투표율 상승은 여성이 주도했다
2) 20대 여성 집단은 다른 세대나 특히 20대 남성과 갈라져서 독립적인 정치 성향을 보인다. 
3) 20대 남성 집단에 비해 20대 여성 집단에서 자신은 실패했다는 열패감 비율이 높다
4) 20대 남녀 사이의 격차보다 동성 내의 계층 및 문화자본의 격차가 집단 간 삶의 질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출처: 시사인 ) 


사실 지금 언론인 '젠더갈등'을 부추기는 데 혈안이 되어있지만, 그보다도 나는 "동성 내 계층 및 문화자본의 격차"가 얼마나 20대 사이에서 인지되고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의 주 이용자는 우리가 상상하는 데로 하층계급의 남성일까? 페미니즘에 적극적으로 논의를 펼치는 여성은 운좋게 교육기회를 잡은 상위 계급의 여성들일까? 그렇다면 남성들의 분노는 왜 사회 자본의 불균형이 아니라 여성을 향하는가? 이는 군문제를 둘러싸고 국방문제를 논하는 것이 아닌, 군대를 가지 않는(아니,법원의 결정으로 가지 못한) 여성들을 향하는 것과 마찬가지 인걸까? 


권김현영의 말처럼 더 나은 논쟁을 펼치고 싶다. 여성혐오를 이야기하면 "남혐"(나는 남혐이 가능한 사회를 유토피아라고 생각한다) 을 이야기하고, 페미니스트는 나 메갈이고 메갈은 일베라는 이 말도 안되는 논쟁에서 벗어나 다른 논의들을 하고 싶다. 어쨋든 그 첫단계는 20대 여성의 세력화다. 언론도 주목해 주지 않고, 단순히 20대의 이기적인 집단주의로 여겨지는 아래 표의 30%여성들이 가시화 되었을 때 더 나은 논쟁이 가능할거라 믿는다. 


@시사인




@표지사진은 시사인에서 발췌.


-> 시사인 기사 보러가기

1편)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4344 

2편)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4379 

3편) https://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3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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