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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표심 Apr 02. 2023

[나르키소스] 사랑하기 때문에

반영하는 사랑

  사람은 누구를 사랑하는가?


  나는 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왜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일까? 사람은 몇 명이나 사랑하는 것일까? 나를 보고 웃는 여자를, 왜 나도 보게 되는 걸까? 왜 웃는 여자는 다 이쁘다는 노래가 만들어졌을까?


 사람은 한 사람만 사랑하도록 창조되었을까? 아담의 갈비뼈에서 나온 이브도 결국 아담이다. 자기 자신인 이브를 사랑한 아담. 사람은 한 사람, 즉 자신을 사랑하도록 창조된 것일지도 모른다. 아담 속엔 처음부터 나르키소스 ( Νάρκισσος / Narcissus )가 들어있던 것은 아닐까.


니콜라 베르나르 레피시에, 꽃으로 변한 나르시스 / 출처 :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나르키소스는 날마다 호수에서 자신을 비춰보았다. 호수에 반영(反映)된 자신의 반영(反影)을 사랑하였다. 나르키소스는 무엇을 좋아할까? 맑은 호수. 거울 같은 호수. 자신의 모습 더 잘 보여주는 물의 표면. 


  잔잔한 호수의 눈 속에 떠 있는 자신의 얼굴과 몸. 이 것을 보며 나르키소스는 무엇을 느꼈을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지 않았을까? 지금 살아있는 인간임을. 죽음을 앞두고 있는 유한한 인간임을 망각하고, 지금 살아있음을.


  나르키소스는 어떤 것을 견디기 힘들어했을까? 바람 불어 흔들리는 호수의 얼굴. 바람에 시달리며 신경질을 내는 물. 불규칙하게 진동하며 일그러진 물의 표면. 나르키소스 얼굴을 왜곡하는 호수의 얼굴. 나르키소스를 보여줄 여유를 갖지 않는 호수의 눈망울. 자신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그리는 호수.


  그럼 나르키소스는 무엇을 아꼈을까? 그것은 호수. 그가 호수를 아꼈으면 호수 눈망울 주위에 나무라도 심었겠지. 바람을 막아, 호수의 마음을 편안케 해야 하니까. 호수 역시 나르키소스를 사랑했겠고. 


  호수도 나르키소스의 해맑은 눈망울에서 자신을 보고 기뻐했을 거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지 않고, 아직 살아있는 자신을 느꼈겠지.




  사람인 우리는 사랑하는 이를 아낀다. 그녀가 그이가 소중하니까.


  나는 오늘도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망울 속에서 나를 보기 위해서. 그녀의 눈망울은 나를 반영하고, 그녀의 웃는 낯은 그녀의 심기가 편안함을 알려 준다. 바람 한 점 일지 않는 그녀의 눈망울. 그 속의 내가 진정한 나라고 믿고 싶다.


  그 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확인하고 싶다. 내가 살아있는 건가. 나는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


인간이란 무엇인가?

살아가지만 유한한 존재이다.

시한폭탄 같다.


지금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

나 지금 살아있지.

확인하고 싶다.

그렇게 사랑한다.

자신을.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뻐?

나~


ps 100번째 글을 기념하며 자표심이 부릅니다. 세상을 떠났던 나르키소스와, 호수의 재회를 상상하면서.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사랑하기 때문에 >


사랑하기 때문에 >

작사 / 작곡 : 유재하


처음 느낀 그대 눈빛은 혼자만의 오해였던가요 

해맑은 미소로 나를 바보로 만들었소 

내 곁을 떠나가던 날 가슴에 품었던 분홍빛의 

수많은 추억들이 푸르게 바래졌소 


어제는 떠난 그대를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젠 깨달아요 그대만의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 내 모든 것 드릴 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커다란 그대를 향해 작아져만 가는 나이기에 

그 무슨 뜻이라 해도 조용히 따르리오 

어제는 지난 추억을 잊지 못하는 내가 미웠죠 

하지만 이제 깨달아요 그대만에 나였음을 

다시 돌아온 그댈 위해 내 모든 것 드릴 테요 

우리 이대로 영원히 헤어지지 않으리 

나 오직 그대만을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기 때문에


대문이미지 : Image by Andre Mouto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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