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외식을 하고, 달콤한 디저트까지 실컷 먹은 데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가족들마저 치킨을 시켜 먹은 흔적이 있다. 어제는 온 가족이 바깥 음식으로 식사를 했으니 오늘은 속이 편한 된장국을 끓였다. 아침은 시원한 단감양배추물김치에 채소반찬으로 자연식물식을 하고, 점심 반찬으로 된장국을 준비했다. 급하게 끓이는 바람에 미리 육수를 내지 않고 건새우와 다시마를 처음부터 넣고 끓였다. 된장 한 큰 술을 풀고 냉동실에 얼려 두었던 양배추 심지도 채수가 우러나도록 넣었다. 냉장고에 마땅한 잎채소가 없어서 감자 1개와 양송이버섯 5개, 파 1 뿌리, 아삭이고추 3개, 두부 1모를 주재료로 사용했다. 익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감자부터 얇게 잘라서 넣고, 양송이버섯, 고추와 파, 두부 순으로 넣어서 한소끔 끓였다. 배추 겉잎이 넉넉히 있으면, 배추만 툭툭 찢어 넣고 오랫동안 푹푹 끓여도 국물 맛이 시원한데, 잎채소가 없으니 냉장고에 자투리로 남아있던 채소들을 종류대로 조금씩 넣었다. 된장국에 밑반찬, 달걀프라이만 곁들여 식탁을 차렸는데 가족들이 맛있게 식사를 해 준다. 나도 연거푸 외식을 했던 터라 된장국에 밥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다. 된장국이 있으니 김치, 상추쌈, 구이김, 그리고 가족들이 먹을 달걀프라이와 마른반찬(멸치볶음과 진미채 볶음)만 내어 놓아도 속 편한 식탁이 금방 차려진다. 오늘도 외식할 일이 있었지만 오늘의 외식은 다음으로 미루고 커피숍에서 아메리카노와 컵케이크만 맛을 보았다. 아메리카노는 별로 당기지 않았지만 생과일주스나 생과일이 없는 카페라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두고 몇 입 맛만 보는 정도로 마셨다.
저녁은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삼겹살구이와 쌈채소를 준비했다. 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이 먹음직스러워서 상추와 깻잎쌈에 몇 점 넣어서 먹었는데, 자연식물식만큼 맛있게 느껴지지 않아서 조금 먹고 말았다. 대신 된장국에 채소쌈을 맛있게 양껏 먹었다. 자연식물식 117일째다. 엄격한 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의 식이요법)이 아니라, 유연한 자연식물식을 하고 있으니 기본은 자연식물식이되, 상황에 따라 편하게 고기든 밀가루 음식이든 과하지 않은 양을 먹고 있다. 사실 밀가루음식은 언제 먹어도 아주 맛있고, 그래서 먹을 때 일부러 자제해서 양을 조절하고 있지만, 육고기는 있으면 맛은 보지만, 별로 맛이 없게 느껴진다. 소고기나 닭고기는 먹기 싫은데 어쩌다 내 접시에 섞여 들어오면 버리기 아까운 마음에 먹을 정도이다. 돼지고기만큼은 이전처럼 아주 맛있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먹을만한 정도이나 많이 먹고 싶은 정도는 아니다. 아침에 등산도 하고 낮에도 이래저래 많이 걸었는데도 먹은 양이 많아서 그런지 몸무게는 약간 늘었고,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