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은 존 맥두걸 박사를 비롯하여 많은 의사가 추천하는 식이요법이다. 방법도 간단하고 여러 질병에 효과도 탁월하다. 구체적으로는 가공하지 않은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법이다. 엄격한 자연식물식은 완전 채식에 가까워서 바깥에서 먹을만한 음식이 별로 없지만, 유연하게 실천하다 보니 밖에서 요령껏 먹을 음식이 많다.
아침에는 과일 한 컵과 귤 한 개로 자연식물식을 하고, 점심에는 밖에서 연잎 정식을 먹었다. 메인은 소불고기이지만 고기는 조금만 먹고, 주로 채소쌈에 채소 반찬을 먹으니 자연식물식에 가까운 식사가 되었다. 반찬으로 나온 미역오이무침과 배추김치, 마늘장아찌 위주로 먹고, 고기는 상추쌈에 조금씩만 올려서 먹었다. 자연식물식을 하면서부터 소고기는 점점 먹기 싫어졌는데, 오늘 소불고기는 달고 짭짤한 맛이 강한 데다가 쌈에 마늘장아찌까지 곁들이니 고기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깔끔한 느낌으로 먹었다. 오늘 간 카페에는 생과일주스가 없어서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시켜서 천천히 조금씩 마셨다. 반 잔 정도 마셨는데, 그걸로 족해서 더 이상 마시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매일 투샷 라테를 두 잔씩이나 마시고도 몸이 부대끼는 줄 모르고, 만성 피로처럼 두루뭉술한 불편함만 느꼈었는데, 이제는 아메리카노를 반 잔만 마셔도 불편한 느낌이 올 때가 있고, 그러면 바로 그만 마신다. 커피 한 잔을 다 마셔도 괜찮은 날이 있지만, 그럴 때에도 한 잔을 넘게 마시지는 않는다.
저녁에는 부랴부랴 집에 오자마자 냉장실에서 해동해 둔 닭다리살로 카레를 했다. 닭고기를 살짝 굽다가 물을 붓고 끓이면서 감자 2개와 양파 1개를 손질해서 넣었다. 감자는 형태가 유지되도록 큼지막하게 자르고 양파는 먹기 편하도록 잘게 잘랐다. 푹푹 끓이다가 닭이 익고 감자가 부드러워지면 카레가루를 두 큰 술 넣고 잘 섞어준다. 약불에 조금 더 끓이면 완성이다. 한동안 국물 없는 카레요리를 하다가 오랜만에 국물이 자박한 부드러운 카레를 했더니 맛있다. 아이들은 고기도 먹고, 나는 이미 낮에도 고기를 평소에 비해서 과하게 먹은 상태라, 감자만 건져 먹었다. 낮에 고기를 먹지 않았더라도 특별한 날이 아닌 한 육고기는 먹지 않았을 거다. 물김치와 배추김치, 어제 해 둔 숙주나물까지 꺼내어 식탁을 차렸다.
자연식물식 129일째다. 요즘에는 거의 매일 한 끼의 외식을 치팅데이에 가까울 정도로 자유롭게 먹기도 하거니와 간식으로 빵에 치즈, 과일 잼을 곁들여서 그런지 최근 일이 주 사이에 몸무게가 2킬로나 늘었다. 여전히 여러 과일을 넉넉히 간식으로 먹고 채소 반찬도 충분히 먹고 있지만, 자연식물식 이외의 음식을 여러가지 먹으니 몸무게가 늘었다. 몸의 전반적인 컨디션은 아주 좋고, 새로 맞춘 렌즈도 편안하게 착용하고 있다.
아이 감기는 여전히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신경이 쓰이는데, 어제 만들어 둔 꿀도라지청도 한 번 먹더니 입에 맞지 않아서 못 먹겠다고 하고, 반찬도 입맛대로만 먹으려고 하니, 어떻게 아이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해서 먹일지 여전히 고민이다. 내 자연식물식은 내 의지로 할 수 있지만, 내 자식의 건강식은 내 맘 같지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