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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11. 2024

자연식물식이 준 변화, 갈증 감소

자연식물식 두 번째 날이다. 어제는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면서 채소만 먹었다. 과일도 먹지 않고 하루 종일 물과 양배추만 먹으면서 속을 비웠다. 평소에는 별로 눈길이 가지 않던 갓 지은 밥만 보아도 구미가 당길 정도였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하루 종일 채소만 먹기는 처음이었다. 오래전에 건강과 상관없는 이유로 2일 정도 금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금식 전후에 식이요법을 전혀 하지 않고 달랑 2일 금식을 한 것만으로는 아무런 건강상 이득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금식보다는 채식을 선택하는 편이다. 어제 양배추만 먹고 났더니 좀 나른한 감이 있지만, 오늘 낮에 몸무게를 재어 보니 그새 0.5킬로나 몸무게가 줄어 있어서 좀 놀라웠다.



오늘은 곡식을 포함한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날이다. 오전에는 어제처럼 적양배추를 한 접시 먹고, 추가로 바나나 2개를 더 먹었다. 점심에는 녹두밥에 채소 반찬, 그리고 감잣국을 먹었는데 감잣국의 육수를 멸치와 다시마로 냈으니 자연식물식에서 멸치육수가 추가된 식사를 한 셈이다. 하루를 건너뛰고 밥을 먹으니, 어제 해 두고 밥통에 보관된 밥이었는데도 맛있게 느껴졌다. 돌김을 에어프라이어에 140도로 3분간 굽고, 간장에 생들기름을 부어서 찍어 먹었더니 입맛에 맞았다. 묵은 갓김치와 잘 익은 백김치도 꺼냈다. 저녁은 점심 반찬에 감자조림을 추가했다. 감자를 깍둑썰기해서 찬물에 녹말을 씻어내고, 말갛게 익을 때까지 기름을 넣고 볶다가 잘게 자른 양파를 함께 볶고, 어느 정도 익으면 물과 다시마, 간장, 설탕을 추가해서 감자가 익을 때까지 졸이면 맛있는 감자조림 완성이다. 찹쌀과 맵쌀을 섞고 팥을 넣어 밥을 했다. 팥을 좀 더 불리면 더 부드러웠을 텐데, 오래 불리지 못해서 팥이 푹 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갓 지은 밥 특유의 촉감이 좋았다. 일본 여행에서 사 온 초콜릿과 젤리와 빵이 즐비하고 아이들이 코 앞에서 먹지만, 결심을 하고 난 터라 공장에서 찍어낸 음식에는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여행지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먹는 재미에 이것저것 먹었지만, 역시 장소가 중요한지 내 집에서는 내가 결정한 대로 먹는 것이 좀 더 수월하다.



간식을 건너뛰기는 아쉬워서 과일을 여러 가지 먹었다. 바나나를 세 개나 먹었다. 냉동 블루베리 한 접시와 사과도 반 개 먹었다. 다른 간식을 먹지 않아도 달콤한 과일을 이것저것 먹으니 간식은 아쉽지 않은데, 여행 가지 전까지 유지하던 체질식에 비하면 생선을 포함한 해산물과 달걀이 빠지니 좀 기운이 달리는 느낌이다. 전에 채식을 오랫동안 했던 지인이 채식을 하고 나서는 고기에서 누린내가 나서 고기를 먹을 수가 없는데, 고기를 먹지 않아서 그런지 기운이 달린다고 했다. 그 느낌을 처음으로 경험했다. 체질식을 할 때에는 고기는 먹지 않아도 매일 생선이나 달걀을 충분히 먹었고, 생선을 굽기 번거로운 날은 멸치볶음이나 건새우볶음, 혹은 북엇국 등의 건어물이라도 섭취했기 때문에 충분한 단백질과 콜레스테롤을 먹은 셈이고 전혀 기운이 달리는 느낌이 없었다. 고기로 섭취하던 단백질과 지방을 생선과 달걀로 전환한 것이니 기운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존 맥두걸의 <어느 채식 의사의 고백>에서 주장하고 많은 이들이 실행하는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지 이제 이틀째이니 몸의 반응을 보고 있다. 낮에 재어 본 몸무게가 0.5킬로그램이나 빠져 있어서 신기했는데, 곡물을 포함한 밥을 두 끼나 잘 차려 먹고 집에서 만든 쑥설기(쑥설기에는 설탕을 넣지 않았지만, 단팥을 곁들여 먹었다)와 과일까지 먹고 났더니 다시 몸무게가 1킬로가 불어나서 저녁의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별로 목이 마르지 않고, 눈에 이물감이 없다는 변화가 있다. 평소에 물을 벌컥벌컥 많이 마시는 편인데, 의도적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실제로 목이 마르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시곤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어제부터는 별로 목이 마르지 않다. 심지어 소금과 간장을 꽤 사용한 편인데도 그렇다. 소스 대신 간장과 소금을 충분히 사용했는데, 소스보다 소금이나 간장에 나트륨 함량이 적거나 공장에서 만든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았기 때문에 몸에서 물을 덜 필요로 하는 건가 싶다. 어떤 이유이든지 자연식물식 이틀 만에 물이 적게 당기고 눈에서 느껴지던 이물감이 사라진 것은 확실하다.


자연식물식 30일째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자기 몸 하나 잘 건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낀다. 친구 중에 다이어트에 완벽하게 성공해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이가 있다. 20대 때보다 40대인 지금의 몸무게가 더 적게 나간다고 한다. 매일 건강한 음식을 먹고 운동에 시간을 투자한 결과라고 한다. 미국에 살고 있는 친구여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 그렇게 때문에 친구의 변화는 더 눈에 띈다. 몇 년 전에 살을 쫙 빼고 나타났을 때에는 그럴 수 있지 싶었는데, 얼마 전에 만났을 때에도 같은 몸매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친구의 자기 관리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다. 노화에 반해서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몇 년 사이에 내가 아팠고 회복했고, 다이어트를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40 평생에 가장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는 친구처럼, 나도 40 평생에 가장 깨끗한 피부를 갖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식물식을 일단 시작한 김에 몸을 잘 관찰하면서 30일을 가 보려고 한다.



* 표지 사진: UnsplashJohnny McCl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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