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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26. 2024

자연식물식에 맞춘 일정

자연식물식 17일 차다. 자연식물식은 존 맥두걸 박사가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에서 소개한 다이어트 식단으로 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여름에 크게 도진 아토피 때문에 여러 가지 식단조절을 하고 있는데, 몇 가지를 시도한 결과, 자연식물식이 가장 편안하다. 자연식물식을 해보니, 음식을 준비하기도 편하고 소화도 잘 되고 몸도 가볍다. 짧은 기간 안에 아토피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서서히 좋아지고 있다. 물론 조금 뒷걸음질 치는 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차도를 보이고 있다.


언니네가 부산을 간다고 한다. 여름 하면 바다 아닌가? 바다가 좋아서, 여름 아닌 계절에도 바닷가를 거닐러 가고 있으니 여름이면 말해 뭐 한가? 부산 여행에 동행하려고 마음먹고 여행 가방까지 다 싸두었다가 마음을 돌렸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핑계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음식이었다. 평소에는, 특별한 날은 특별한 음식을 먹었다. ‘여행 왔으니 먹어야지, 친구를 만났으니 먹어야지. 아이들 방학이니 이 정도쯤이야.’ 등으로 식단 조절이 쉽게 흐트러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행을 가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딱 30일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자연식물식을 계획한 기간이 1년이라거나 100일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철저하게 하지 못했을 거다. 30일의 절반이 벌써 넘어간 시점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처음 며칠은 이리저리 흔들렸지만, 며칠 지나고부터는 성취감과 즐거움이 앞선다. 자연식물식의 음식으로 식탁을 차리고 먹고 기록을 남기는 소소한 일상에서 상당히 큰 의미를 느끼고 있다.


바닷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이 가시지 않아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인천 앞바다에 갔다. 지하철을 지루할 정도로 오래 타야 하지만, 1호선을 쭉 타고 인천에 가서, 월미바다열차를 타면 손쉽게 관광을 할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는 40분 정도 달리는 모노레일인데, 원하는 곳에서 내려서 관광을 하고 다시 탑승해서 인천(바다) 역까지 올 수 있다. 박물관 역에서 내렸더니 바로 바다다. 부산 해운대처럼 해수욕을 할 수는 없지만, 넓은 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흡족해진다.


Pixabay의 Marijana


아침은 여느 때처럼 과일을 먹었다. 어제 미리 손질해서 통에 담아둔 복숭아가 있어서 편했다. 점심은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신 쑥개떡을 먹었고, 저녁에만 밥을 먹었다. 상추와 김, 오이 겉절이와 양배추 무침까지 꺼내 두고 천천히 먹었다. 아이들 반찬은 카레라이스를 해 주었다. 감자와 양파, 브로콜리, 돼지고기를 좀 넣어서 끓이고 달걀프라이를 곁들여 주었다. 오늘의 자연식물식도 성공적이다.


인천 앞바다를 구경하고 있는데, 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도 바다에 못 들어갔어. 해운대에 태풍이 온다고 입수금지야. 아직 바람도 안 불고 파도도 안 치는데 말이야.” 이런이런, 부산에 갔어도 해수욕은 못할 뻔했다. 역시 자연식물식을 고수하길 잘했다. 다만 드넓은 백사장을 끝없이 걷지 못해서 아쉽다. 조만간, 너무 덥지 않은 날에, 강릉이라도 가서 백사장을 거닐어야겠다.


자연식물식 17일 차, 요즘에는 밤잠을 연거푸 설치고 있다.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든다거나, 너무 일찍 일어나는 식이다. 뭔가 수면에 문제가 생긴 게 틀림없다. 오늘부터는 밤에 휴대폰을 멀리해 보아야겠다. 몸무게는 다시 줄어서,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이래 1.5킬로가 빠졌다. 전반적인 컨디션은 나쁘지 않은데, 며칠째 수면의 질이 나빠지니 엄청나게 피곤하다.


* 표지사진 :  PixabayDevon Br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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