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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27. 2024

주말의 평온한 자연식물식

자연식물식(채소, 과일, 통곡물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 18일 차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처음 맞는 주말은 정말 힘들었다. 주말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주말을 지나고 맞이한 평일에 안도할 정도였다. 주말에는 가족들에게 기름진 음식을 해주면서 자연식물식을 하는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눈앞에 삼겹살이 구워지고, 짜장라면이 끓여지니, 자극적인 냄새에 유혹이 되었다. 되돌아보니 오늘도 주말이었고, 가족들에게는 기름진 음식을 해 주었지만, 정말이지 아무렇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이 주말이라는 인식조차 없었다.


가족들을 위한 반찬으로는 닭볶음탕을 했다. 닭만 미리 준비해 두면 닭요리만큼 쉬운 것도 별로 없다. 아침부터 냉동실에 있는 닭을 꺼내어 해동하고, 닭이 어느 정도 해동이 되었을 때 뜨거운 물에 초벌로 삶았다. 닭이 반 이상 익으면, 불순물을 깨끗이 씻어내고 다시 뜨거운 물을 한 컵 반정도 붓는다. 고춧가루와 간장, 설탕, 다진 마늘로 간을 하고 양파와 감자를 썰어 넣어 마저 익히면 완성이다. 양파는 국물에 스며들도록 잘게 자르고 감자는 건져 먹도록 크게 잘랐다. 닭 익는 냄새가 매콤하니 맛깔스러운데도 먹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다만 ‘가족들이 좋아하겠구나.’ 싶을 뿐, 내가 먹을 음식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하던 몇 주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아침은 온 가족이 참외와 복숭아를 먹었다. 이번에 주문한 복숭아는 모양과 색은 지난번 보다 좋은데, 당도는 그만 못하다. 아삭한 식감이 좋고 크기가 커서 하나만 잘라도 양이 많은 것은 마음에 들지만, 맛이 좀 아쉽다. 점심에는 단호박죽을 끓였다. 며칠 전에 찐 단호박이 어찌나 큰지, 한두 번 먹다가는 기가 질려서 손이 안 간다. 단호박을 소비하려고 단호박죽 끓일 준비를 했다. 찐 단호박이 있으니 호박죽 끓이기는 쉽다. 단호박을 물과 섞은 뒤에, (핸드믹서로) 부드럽게 갈아서 끓이다가, 찹쌀가루를 물에 풀어서 넣으면 된다. 냉동실에 찹쌀가루가 없어서 맵쌀가루를 이용했다. 단호박죽이 되직하니, 끓어오르면서 뽀글뽀글 올라오는 게 아니라 펑펑 터져 오르듯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냄비 주변에 단호박죽 난리가 나기에, 뚜껑을 덮은 채 아주 약한 불로 마저 끓였다. 이렇게 끓인 단호박죽을 점심으로 먹었다. 마침 말랑말랑한 가래떡이 있어서 곁들였다. 저녁에는 가족들은 닭볶음탕을 주고, 자연식물식 반찬으로는 적양배추와 양파를 함께 볶았다. 설탕 한 티스푼과 간장 한 큰 술로 간을 했다. 담담한 맛이 날줄 알았는데, 양파와 양배추의 단맛까지 가미되니 달콤한 맛이 강했다. 간식으로는 바나나를 먹었다.


자연식물식 18일 차가 되고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처음에는 ‘30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너무 긴 것 아닌가? 30일이 도대체 언제 다 가나?’ 싶었는데, 벌써 12일밖에 안 남았다. 매일매일 특별한 일이 있었고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으니, 하루하루를 살펴보면 그리 빠른 시간은 아니었는데, 되돌아보니 힘겨웠던 것이 아니라 좋았던 기억만 나서 아쉽게 느껴진다. 육아를 할 때에도 하루하루는 힘들었지만, 되돌아보니 좋고 소중한 기억만 나서 아쉬운데, 자연식물식의 경험도 그와 비슷하다. 오늘은 변화는 대체로 아주 좋았다. 어제 푹 자서 그런지 아침 몸무게도 줄었고 하루 종일 피곤한 느낌도 덜 했다. 눈의 이물감 감소와 갈증 감소는 잘 유지되고 있고, 피부도 매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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