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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미소리 Jul 28. 2024

담백한 가지볶음 만들기

여름에는 가지가 제철이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해 주신 가지 무침이 그렇게도 싫었다. 입에 넣는 순간 미끄덩하게 흘러내리는 촉감이 징글맞은 데다가, 한눈에도 질겅질겅 해 보이니 딱 먹기 싫었다. 고춧가루와 파, 마늘 넣고 정성껏 무치신 어머니 입장에서는 난감하셨는지 먹어보라고 얼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셨지만, 어떻게 해도 먹을 생각은 점점 달아나기만 했다. 그런데 오늘은 내손으로 가지볶음을 두 번이나 했다. 지난번에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볶았더니 양념 맛만 강해서 먹기 싫었던 기억에, 이번에는 딱 소금 한 가지만 넣고 볶아 보았다. 기름을 아주 살짝만 두르고 양파를 볶다가 가지 두 개를 반달썰기 해서 넣고 볶았다. 처음에는 센 불로 3분 정도 볶고, 약한 불로 가지 숨이 죽도록 두면 된다. 가지는 너무 오래 볶으면 물컹해지고, 너무 살짝 볶으면 서걱거리니, 적당히 숨이 죽었다 싶으면 접시에 옮겨 담아야 한다. 역시나, 소금만 넣고 살짝 볶은 가지볶음이 제맛이다.



아침에는 여느 때처럼 과일을 먹었다. 제철인 복숭아의 크기가 커서 한 개를 손질해서 접시 세 개에 나누어 담았다. 점심에 가족들은 피자를 시켜 먹는다고 한다. 정말 안 먹었으면 좋겠지만, 말해봐야 잔소리다. 어차피 먹을 텐데, 잔소리라도 먹지 말라고 말을 아꼈다. 나도 피부가 탈이 나기 전에는 종종 먹던 음식 아닌가. 피자와 콜라의 조합이 몸에는 엄청 해롭겠지만, 그 맛은 좋으니 말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내가 먹을 자연식물식 반찬으로 가지볶음과 적양배추양파무침을 했다. 마침 적양배추를 채 썰어서 냉장고에 넣어둔 것이 있어서 양파만 비슷한 모양으로 길게 썰어서 함께 무쳤다. 단 음식이 싫어져서 설탕 대신 매실청을 조금 넣고 식초와 소금으로 간을 했다. 금세 채소반찬 한 가지가 뚝딱 만들어졌다. 저녁에는 시장에 나간 김에 아삭이고추와 상추를 사가지고 왔다. 날이 더워지니 쉽게 무르는 푸른 잎채소는 귀하다. 상추와 고추를 저녁밥상에 올렸더니, 역시나 여름의 잎채소는 맛있다. 고추가 심심할 정도로 안 매웠지만, 수분을 가득 안고 있어서 식감이 좋고, 상추도 야들야들해서 맛있었다. 저녁에 가지를 한번 더 볶아서 낮에 피자를 먹은 가족들에게 내어 주고, 어제 남은 닭볶음탕도 데워 주었다. 간식으로는 단호박죽(아직도 많이 남았다. 단호박이 어찌나 큰지 먹어도 먹어도 계속 있다)과 과일을 먹고, 몇 개 남아있던 쑥개떡도 프라이팬에 구워 먹었다.



자연식물식 19일 차인 오늘은 어떤 변화가 있었나? 이제 자연식물식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입맛이 바뀌고 있다. 20일도 안 되는 기간에 이렇게 입맛이 바뀔 수 있다니 놀라울 정도다. 가지는 잘 먹지 않았는데, 심지어 오늘은 가지를 두 번이나 볶았다. 매 끼니 푸른 잎 생채소를 올리고, 그게 없다면 적어도 신선한 겉절이를 올려야만 밥을 먹을 맛이 난다. 게다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 음식에는 거의 중독이다 싶을 만큼 점점 더 강한 단맛을 찾았었는데, 이제 설탕 한 스푼 들어간 음식도 인공적인 단맛 때문에 불편하다. 삼삼하고 담백한 채소 본연의 맛이 좋다. 이전에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에 느꼈던 즐거움보다 더 큰 식도락을 담백한 음식에서 느끼고 있다. 만나는 지인들에게 살이 빠진 것을 넘어 야위었다는 말을 들었다. 어찌나 반가운 말인지 모른다. 실제로 몸무게가 엄청 줄어들지는 않았는데 군살이 빠지고 있다. 얼굴이 매끈한 달걀 같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듣고 보니 반갑다.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이유가 피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남보기에 건강하고 좋은 피부로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부분들이 있으니 자연식물식을 더 유지할 생각이지만, 그저 자연식물식이 편하고 좋아서 계속 유지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무리하게 본 뒤로 왼쪽 눈에 이물감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몸이 가볍고 컨디션도 좋다. 자연식물식 초기에 느꼈던 나른함은 이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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