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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부친 날

by 소미소리

자연식물식을 시작한 지 21일 되는 날이다. 30일을 작정하였으니 벌써 3분의 2나 지나갔다. 오늘은 작은 아이가 새벽 일찍부터 여행을 가는 날이라 새벽부터 아이를 깨워서 배웅했다. 아직 어리기만 해 보이는 아이를 일박이일동안 떠나보내려니 마음이 이상하다. 아이는 쉽게 집을 나서는데 아쉬운 것은 내 마음이다. 홀로서기가 필요한 마음은 아이가 아니라 나인가 보다. 어리고 작은 아이, 내 품의 아이로 생각되지만 나보다 키가 훌쩍 더 커진 아이는 벌써 친구들과 노는 것에 더 신나고 흥미 있어한다. 아이를 일찍 배웅하고 마음이 심란하여 바로 산책을 나섰다. 새벽 6시의 산길에는 벌써 활기가 있다. 사람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빠르게 걷는 모습을 보면서 한참을 걸었다.



오늘도 아침은 과일, 복숭아와 참외를 깎았다. 점심에는 첫째 아이가 좋아하는 감자전을 했다. 제철 감자는 무얼 해도 맛있고, 감자전은 언제 해도 맛있다. 감자를 썰어서 굵은소금과 같이 갈았다. 우리 집 믹서기는 물이 조금 들어가야 감자가 갈린다. 물을 조금 붓고 감자 1킬로 남짓을 조금씩 넣어가며 갈았다. 갈아진 감자는 체반에 받쳐서 물을 빼고 부쳐도 되는데, 오늘은 물을 빼는 과정을 생략하고, 농도를 맞추기 위해 감자 전분을 추가했다. 쌀가루나 찹쌀가루로 농도를 맞추어도 좋은데, 오늘은 쫄깃한 감자전을 만들려고 감자 전분을 넣었다. 갈아 놓은 감자 양이 많아서 감자 전분을 150그램 정도나 넣었다. 반죽이 되직해지는 느낌은 별로 없었는데 부치니까 점성이 상당하다.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넣으면 반죽은 금세 되직해지지만, 부칠 때에는 조심스러울 정도로 부드러운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감자전은 불조절만 잘하면 성공이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기름을 많이 두르고 튀기듯이 구워도 색다른 맛이 있다) 센 불에서 2분 정도 굽고, 뒤집어서 또 2분 정도 센 불에서 굽는다. 이후에는 약불에 오래오래 구울수록 색도 나고 맛도 좋다. 미리 만들어둔 적양배추양파무침이 있어서 초간장과 함께 곁들였다.


냉장고 속에 시들기 일보 직전인 근대를 꺼내어, 근대 된장국을 끓였다. 된장 한 가지로 간을 하고, 근대만 넣고 끓였는데, 근대가 깔끔한 국물맛을 내주니 입맛에 맞았다. 저녁에는 상추와 아삭이고추로 식탁을 차렸다. 채소 본연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이제 식탁에 생채소가 없으면 아쉽다. 아삭이고추와 상추의 신선한 맛에 채소만 있어도 다른 반찬이 별로 생각나지 않을 정도다. 간식으로는 단호박죽과 참외를 먹었다. 신기하게도 쿠키와 카페라테, 빵을 즐길 때에는 그런 음식만 생각나더니, 자연식물식으로 바꾸고 나서는 과일과 채소, 혹은 채소나 곡물 자체의 맛을 살린 음식만 당긴다.



전반적인 컨디션은 좋다. 다만 잠을 많이 못 자서인지 몸무게가 다시 늘었다. 계획한 자연식물식이 열흘밖에 안 남고 보니, 자연식물식이 끝나고 나면, 무엇을 먹을까, 어느 식당에 갈까 찾아보게 된다. 갈 만한 음식점을 찾아보는데 오히려 기분이 다운되는 느낌이다. 이러니 아무래도 자연식물식을 더 유지할 것 같다. 물론 30일의 자연식물식을 마치면, 치팅데이와 (치팅데이 뒤의) 디톡스데이를 추가할 생각이지만, 주로 먹는 음식은 자연식물식을 유지할 것 같다. 복잡할 것도 어려울 것도 없는 자연식물식, 해보니 정말 쉽고 매력적이다. 그저 우리나라 음식, 한식을 차리되, 고기반찬을 덜 하면 된다. 식탁을 차리기도 편하고, 몸도 편하고, 더불어 마음까지 편하니 자연식물식을 안 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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