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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혜진 코치 Jul 15. 2024

'애매함'에 대하여

#완벽주의 #자기수용

오픈 게시판에 새 글이 올라왔다.
새벽 이른 시간이라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그야말로 '새글'이다.

마인드까페 오픈상담방 발췌



오늘 새벽, 오픈 게시판에 새 글이 올라왔다. 이른 시간이라 아직 아무도 읽지 않은, 그야말로 '새글'이다. 그런데 어딘지모르게 아주 익숙한 느낌이 든다.


나는 고객으로부터 받은 개인적인 메시지나 카톡후기, 코칭 일지를 공개하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끼리의 대화라는 암묵적인 약속이고, 비트윈 세션between session에서도 당연히 지켜져야 할 비밀 보장의 원칙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작정하고 긴 글을 쓰는 건 늘 내게 엄청난 부담이지만, 나는 평소에 조각조각 메모하기를 즐긴다. 00카페를 알게 된 이후로는 새로운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 이런 조각메모 대신에 게시판에다 '00님'으로 시작하는 댓글을 남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 쓰려는 이 글 역시 마인드까페 공개게시판 '익명'글에 남긴 나의 댓글이다. 그리고 실은, 대부분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여기에는 자세한 사연이 담긴 글도 있고 애매한 단어나 문장, 가끔은 도배된 이모지로 그 힘든 마음만 겨우 미루어 짐작할만한 글도 있다. 스크롤을 내리면서 나는 이따금씩 내가 아는 누군가를 떠올리기도 하고, 혹시 누군가 오래전 내 일기장을 주워다 베껴 쓴 것은 아닐까...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익숙한 문장을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은 일기장에 쓰는 'To. 혜진' 대신에, 코치의 모자를 쓰고 'To. 00님'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언젠가 일기장에 질리도록 썼다 지웠다 했던 문장들이지만 막상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전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먼저 내가 지금 하려는 말이 그동안 정말로 내 안에서 합의를 이룬 것인지에 대한 검열이 필요했다.


그리고는 아뿔사...

또 내 안의 비판자가 나타났구나!


이번에는 그동안 내가 떠올린 수많은 생각과 느낌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떠오르는 대로 적기로 마음먹었다. 어지럽게 떠오르는 생각단번정리하는 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특히 그때의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그럴듯한 골라쓰다보면 마침표를 찍을때쯤엔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도 있다. 심사숙고한 글이 끝내는 시시해지고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내가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글쓴이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멈췄다가 다시 쓰기를 여러번 반복했고, 실은 지금도 고쳐쓰는 중이다.


https://www.drmackenzieabraham.com/drmackenzieabrahamblog/2016/5/16/i-am-enough-practicing-self-comp







:) 높은 기대치를 올려다보며 좌절하는대신 현재의 나를 인정하며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는 모두 미래의 내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윤혜진 코치 드림.



재능, 열정, 노력, 재력 등 삶의 여러 요소들이 모두 애매하게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들 때,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어렵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힘을 찾기도 쉽지 않지요. 이러한 애매함에 휩싸여있을 때는 마치 삶의 방향성을 잃고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제게도 가끔 그런 순간들이 찾아와 열심히 애쓰는 저의 마음을 툭 떨어트리고 가곤 한답니다.


OO님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의 무게와 그로 인해 느껴지는 무력감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느껴집니다. 런 애매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도 느껴지고요. 물론 이런 감정들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그 한 가운데서 얼마나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시는지 고스란히 느껴져서 제 마음도 한참을 함께 울렁였습니다.


이런 애매함은 우리의 기대치와 우리가 인식한 현재 상황의 괴리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준이 높을 때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하지요. OO님은 OO님 자신을 충분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나요? 자신에게 가혹한 것만이 냉철한 평가는 아닙니다. 지금의 애매함을 견디기 어렵다면 지금껏 OO님이 이루어 낸 것들을 분명하게 한 번 돌아보세요.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이건 내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어지기도 하고, 당연히 내 것이어야 하는 것들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정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당연하게 떠오르는 마음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완벽을 꿈꾸는동안 내가 서 있는 곳은 늘 애매하고 위태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OO님의 높은 기준점이 현재를 살아내는 OO님 자신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이것을 현재의 내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애매함도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지금의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세요.


OO님 삶에서 애매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애매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룬 성취를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현재의 부족함을 성장의 과정으로 인정해주세요. 연민으로 포장하거나 자기비하로 스스로를 끌어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완벽을 추구하기보다는 작은 성취를 통해  스스로를 인정하는 감각에 익숙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에게 힘내라고 응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내 편은 바로 나 자신입니다. 잊지마세요.


OO님이 현재 하고 있는 일 중에서 기대되는 가장 작은 성취는 무엇인가요? 이제부터는 이룬 것들을 차곡차곡 기록하고 음미하면서 과정을 함께 확인해 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OO님만의 속도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완벽을 기대하면 늘 좌절하게 되지만 성장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현재의 애매함도 어느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여유를 게 됩니다. 그리고 어쩌면 우리가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금의 애매함을 제대로 수용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OO님이 느끼는 '애매함'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 겪게되는 감정입니다. 이러한 감정의 한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OO님이기에 그 노력 자체가 이미 의미있는 도전으로 느껴집니다. 지금의 상황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동시에 OO님 자신에게 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세요. 기대치를 낮추려 억지로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세요. 자기수용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지 무턱대고 편들어주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내고 있는 OO님의 모습이 떠올라 새벽시간 긴 글 남깁니다. 우리는 이른 새벽, 같은 시간에 깨어있군요. 저도 OO님과 함께 이 여정을 걷고 있음을 기억해주세요. 더불어, OO님의 용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새벽, 혜진코치 드림 :)




아래는 몇 해 전 나의 일기...



Sep 25. 2020 당신은 최선을 다했다 https://brunch.co.kr/@jinon/57


Nov 30. 2020 가면증후군 : 이러다 나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닐까  https://brunch.co.kr/@jinon/63


Sep 21. 2020 크리스틴 네프의 자기연민 Love yorself  https://brunch.co.kr/@jinon/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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