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이 되면 유난히 생각나는 한 학생이 있다.
작년 스승의 날 즈음, 대산학교에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네이버에 대산학교를 검색하자 ‘대전 소년원’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발신인은 내가 교직 생활을 시작하고 첫 해에 만난 제자였다. 당시 나는 이해심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부디 마음이 ‘너그러운 이’가 되라는 뜻으로 ‘너구리 반’이라고 불렀었다. 그 제자는 우리 반의 애칭을 참 좋아했다.
나에게 편지를 보낸 제자는 5년 전 그 애칭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다른 학생들은 모두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건만, 그 제자는 여전히 중학교 1학년의 너구리반 학생이었다.
활발한 성격에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친구들과 놀기도 좋아하는 우리 반 부반장 너구리는 학교를 참 좋아했고 담임인 나를 많이 따랐다. 그 학생 상담을 할 때 가정에서 아동 학대를 당한다는 이야기와 신고도 두 번이나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학부모 상담을 하고서야 학생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혼 가정이 되면서 가족 내에서 갈등이 심해졌고, 부모는 아이의 문제 행동을 교정하겠다고 학교를 보내지 않았다. 나는 수 차례의 통화와 방문 상담을 통해 정상적으로 학생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부모를 설득했다.
하지만 가정 내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아이가 학교를 못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 부모에 대한 원망과 증오심이 커지자 중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아이가 가출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비행 청소년들과 어울린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누구보다 학교를 좋아하는 아이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하루는 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나에게 이 학생에 대해 물으며 참고인 조사를 요청한 적도 있었다. 그런 소식들이 들려올 때마다 기도했다. 다시 밝고 적극적이었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그렇게 소식이 끊기고 3년 후, 소년원에서 온 편지에는 여러 소식들이 담담하게 적혀 있었다. 일탈을 했을 때 가장 많이 걱정해 준 너구리 반 선생님과 자신의 안부를 물어주던 반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말과, 중1 때처럼 여전히 국어가 제일 자신 있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함께 담겨 있었다.
자신은 좋은 분들과 잘 지내고 있으니, 선생님은 건강하시라는 말이 기특했다. 여러 좋은 이야기들 사이에 껴 있는, 비록 좋은 아이로 성장하지 못했지만 선생님 은혜와 감사한 건 잊지 않고 지낸다는 말이 오래 마음을 울렸다.
활발하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좋아하는, 말하기도 힘든 시간을 겪었을 아이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이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너의 행복을 응원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