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내가 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은 회고하기 전으로 내가 했던 고민 지점부터 짚어보자면 기획자 포지션으로 중간에 합류하게 된 나와 PO 성향을 가진 개발자 간의 의사결정에서의 주도권과 의견 충돌이 있었고 보이지 않는 신경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을 가장 먼저 확실히 해야 하는 게 나의 첫 번째 해결과제이자 팀의 핵심 문제였다. 우리는 이때까지 총 두 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진행했었는데 나는 불안정한 지점이 보이면 쌓아뒀다가 터트리지 않고 이런이런 부분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얘기를 해두는 성향이라 첫 번째 모임과 두 번째 모임에서 개발자분께 내가 우려되는 지점에 대해 간접적으로 전달을 했었다.
2차 오프라인 모임에서 진행한 첫 회고에서 내가 들었던 피드백은 랜딩 페이지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대충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디테일을 신경 쓴다는 지점과 이번엔 내가 매니징을 할 때 믿고 맡겼는데 매니징을 명확히 하지 않아 이것에 대한 능력 의심을 받았다. 나는 이 피드백을 받고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랜딩 페이지에 대한 부분은 퀄리티 부분은 개발자에게 왜 챙겨야 하는지를 분명 1:1로 명확하게 설명과 설득 과정을 거쳤었고 협의하에 퀄리티를 맞춰나갔다고 생각했는데 '듣고 싶은 것만 걸러듣는 스타일이신가?'하는 당혹감이 1차적으로 찾아왔고 내가 생각한 이 개발자 분과의 협업 방식은 일방적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본인만의 그림을 미리 그려와서 충분한 컨텍스트를 제공하지 않고 이렇게 해요라고 하면 그게 맞는 건가? 나는 믿고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믿고 맡겼다고 할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너무 복잡해졌다.
랜딩 페이지에 대해 간략히 로그를 남겨두기 전 개발자와 나의 성향에 대해 설명하자면 개발자분은 '빨리 빨리'뭐든 일단 해보고 실제 유효한지 결과를 보고 그것에 집중하고 싶다 가까운 타입이었고 나의 경우 '빨리'는 하되 지금 제품의 초기 단계이니까 우리가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 누구를 타겟으로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잡고 가야 한다 이것이 부재함으로써 제품 전체가 불분명한 의사결정 기준으로 무너질 수 있는 걸 방지하고 싶다.라는 것이 가장 다른 지점이었다.
개발자분의 니즈는 본인이 찾은 AI 프레임워크를 통해 특정 레이아웃에 정보만 빠르게 입력해 랜딩 페이지를 구성해 PoC를 검증하는 것이었는데 (사실 이때도 너무 일방적인 느낌이라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탐색하던 시기라 일단 최대한 이해하려고 했던 단계다.) 내가 가진 의문은 아직 MVP가 제대로 나온 것도 없는데 왜 랜딩 페이지에 저렇게 집착하지..?라는 생각이었고 실제로 이 부분에 대해 얘기하기도 했다. 아무튼 어떻게 해서든 나는 다른 유사 서비스와의 차별점이 있는 MVP를 빠른 시일 내 기획하는데 집중했다.
그렇게 나온 1차 결과물 사실 이 결과물을 보고 진행과정에서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개발자는 '더 공수를 들이지 말고 이대로 검증을 하자'였고 나는 '우리는 지금 검증할 알맹이가 없다 그리고 당장 하더라도 이 정도 사이트 퀄리티면 사람들이 기대조차 품지 않을 거기에 가독성은 챙겨야 한다'라는 의견으로 부딪혔다. 앞서 얘기했던 1:1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하고 그래도 약간의 디테일을 챙겼는데 이 부분에서의 불만이었던 것이다. 물론 내 잘못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때 검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루주 해진 건 맞다.
회고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며 찬찬히 고민을 해보았을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로 '1안은 개선이 안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 사이드를 포기하고 다른 사이드를 구한다.', '2안은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해볼 수 있는 최선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면서 나의 커리어로 만들어본다.'였다.
분명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던 유사 사례가 있지 않았을까를 찾아보았는데 보통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팀이 빠그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놓친 부분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고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믿음을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포기는 배추 셀 때 하는 것이라는 내 성격대로 시도해 보고 싶었다. 이때 읽었던 책이 마침 '끝까지 해내는 뇌'였어서 '나는 실패했어'의 마인드가 아닌 '아니야 더 나은 방향으로 가려는 시행착오를 겪는 거니까 끝에는 잘 되면 돼!'라는 마인드셋을 함께 했던 것 같다.
현재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 위해 반성되는 지점을 객관적으로 하나씩 작성해 보았다.
믿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래 사항에 집중해야 했다.
1. 주도권에 대한 고민을 그만하고 이왕 할 거 제대로 롤을 가져오기
2. 프로젝트의 문제인 기준의 불명확성을 확립하기
팀원들에게 구구절절하고 싶진 않았지만 아주 구구절절한 메시지를 보냈다.
결론적으로 진정성은 통한다.
하지만 내가 해야 하는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입만 나불나불하는 것을 무의미하기에 그 즉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갔다. 이전까지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을 쳐내기 바빴던 사람에 가까웠다면 프로젝트 전반을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찬찬히 뜯어보고 개선점을 리스트 업했다.
목표 설정의 미흡 -> 명확한 목표 설정을 통한 팀원들이 바라봐야 하는 지점 설정
구체적인 일정 부재 -> 작업 방향에 대한 인지를 통해 일정 내 대응 가능하도록
팀원들 간의 소통의 부재 -> 동일한 상황 발생 사전 방지를 하고자 회고를 통한 점검
지금 시점에 가장 필요한 것은 '팀원 모두가 이해하고 진행할 수 있는 무언가'라고 생각했기에 이를 기반으로 OKR + PRD를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팀이 나가야 하는 방향성과 앞선 경험을 토대로 부딪힐 수 있는 프로젝트 진행 방향 우선순위와 세부 일정 및 가장 문제가 되었던 각자 생각하는 제품 품질의 결과에 대한 간극을 줄이고자 품질 기준도 잡아나갔다.
7월과 동일하게 KPT와 4L 프레임워크를 사용하여 회고 템플릿을 세팅하였고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날 회고를 필수적으로 함으로서 팀의 안정화를 이루기로 했다. KPT과 4L을 사용하는 것은 부담일 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만 우선 사용해 본 뒤 불필요하다면 줄여나가 볼 계획이다.
팀원들에게 선보인 결과, 모두가 100%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의 협의점을 찾아낼 수 있었고 초반엔 의심의 여지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회고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은 어느 정도 나에 대한 신뢰를 해주시는 느낌을 받고 있다.
사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개발자분의 이야기였는데 개발자분께서 이전에 비해 많은 믿음을 주는 느낌을 받았지만 '느낌의 영역 정도'였다. 개발자와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서 간략하게 전달했던 '내가 우려되는 지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았는데, 본인이 정말 놓치고 있었고 전혀 그런 문제가 있었는지 몰랐다. 사이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실제 실무에서도 본인이 컨텍스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아 되묻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런 지점들을 많이 인지하게 되었다고 하며 본인이 PO 성향을 가진 개발자인지는 몰랐고 랜딩 페이지 관련해서도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제시한 방향성이 맞았다고 생각한다고 피드백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앞으로도 피드백 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와! 나 성장하고 이겨냈다!'라는 내적 환호를 질렀다. (티는 안 냈지만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고 힘들었다.......)
진행 방향에 대해 더 얘기하다 보니 같은 주제이지만 서로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겠다 하는 태도를 취해주셔서 놀라웠다. 감사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성장할 때는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계속해서 부족한 점을 채워나갈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이 그 궤도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기존에는 운영 기획 위주의 업무로 사이클이 대체로 루틴화 되있었다 보니, 서비스의 일부분 앞단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고 이번 기회를 통해 문서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나만의 가이드를 만들어나가는 느낌이다.
비록 소규모 인원인 3명이서 진행한다고 해도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현재의 내가 부족한 부분에 대한 것과 나와 대화를 많이 해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특히 내가 몰랐던 나를 알아가는 느낌이 특정 영역에 대한 '나'만 있었던 기분이라면 지금은 조금 더 확장된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내가 어떤 측면에서 강점이 있는지 약점이 있는지 개선점을 스스로 검토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방향성을 짜두고 공유를 한 상태이지만 신경 써야 할 부분도 너무 많고 새롭게 알아야 하는 부분, 내가 진행을 해야 하는 등등 아직 어떤 식으로 관리해야 하는지 감을 못 잡고 있긴 하다. 더 명확한 방향성을 나는 미리 계획해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에 현재 작업 중인 UT를 완료하면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가 정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고 현재의 내가 부족함을 느낀 부분에 대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었고 제대 잘 겪었으며 훌륭하게 이겨내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아무튼 많이 봉합했고 앞으로도 다른 이슈가 발생하지 않을 확률이 0%라는 장담이 없지만 이 또한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는 프로젝트 진행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면 다음에는 프롬프트 설계를 하며 고통받았던 내용을 가져오겠다. 이 글을 팀원 분들이 읽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주요 이슈사항으로 인해 이번엔 언급이 적었지만 늘 열심히 해주시고 혁명을 만들어주고 계시는 디자이너와 투닥거리며 함께 달려주는 개발자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고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플린 AI 랜딩페이지를 방문해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