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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Nov 02. 2020

소싯적엔 글 좀 썼는데..

내 글엔 왜 댓글도, 라이킷도 별로 없는 걸까

브런치를 시작하고 총 8번 정도, 많은 조회수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일반적인 일상의 일을 담은 글로 4번, 영화 리뷰로 4번 정도. 발행한 글이 많지는 않아서 %로 따져보자면 27% 정도인 것 같다. 어떤 기준으로 글이 노출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운 좋게 다음의 메인 화면이나 카카오톡 탭, 이런 곳에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하던 날 정말 기분이 좋아서 가족에게 내 글이 여기에 있어 신기하다고 연락했었다. 그때의 설레었던 마음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정도는 되는가 보다 하며 스스로를 쪼끔 기특하다고 여겼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면 쓸수록, 이런 욕심도 자연스레 생겨났다. 이 플랫폼은 나만 열어보는 일기장은 아니다 보니, 누군가의 댓글과 라이킷을 받고 싶다는 욕심 말이다. 댓글과 라이킷을 받으면 누가 내 글을 읽어주었다, 읽어주었는데 날림이 아니라 진중하게 읽어주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어서 였다. 그러나 8번의 많은 조회수를 받았던 글을 보면 조회수는 많은데, 그에 비해 댓글이나 라이킷이 매우 매우 적다.


의심의 서막

포털사이트나 메신저 앱의 위력으로 누군가의 클릭은 쉽게 받을 수 있지만, 그 클릭 이후의 공감이나 댓글은 오로지 내게 달린 것일 것이다. 물론 브런치의 라이킷과 댓글창은 로그인이 필수인지라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굳이 가입까지 해가면서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조회수가 높았던 글들은 브런치의 메인화면이나 추천 알고리즘에 연결되어서 브런치 그 자체로도 유입률이 좀 늘어나는데, 8개의 글들은 다소 높은 브런치 유입률에도 불구하고 댓글과 라이킷은 미미했다. 그게 참 슬펐다. 그래도 글에 관심이 있고, 인사이트가 있는 분들이 모인 이 플랫폼에서 초짜로 머무는 것 같아서, 내가 글을 잘 못쓰나 싶어서. 브런치 메인에서 보이는 작가님들의 글을 하나하나 눌러보았다. 모두 라이킷도 높고, 댓글도 많다. 그리고 글이 잘 읽히고 재밌기도 하다. 아니, 모두가 이렇게 많은 공감과 많은 의견을 받는데 나만 왜 그럴까? 나도 평소 공감 가는 글에는 쉽게 지나치질 못해서, 꼭 댓글을 남기거나 댓글을 남길 시간이 부족하면 라이킷은 꼭 누른다. 한 번만 누르면 되는 라이킷이 없는 이유는 역시나 내 글이 공감가지 못하거나 잘 안 읽히기 때문일까?


댓글.... 없네 없어


일상생활이 자주 올라오는 한 포털의 글도 심심할 때 잘 읽는다. 거기에 있는 글들의 댓글 중에는 이런 댓글도 굉장히 많다. “지나가다 댓글 달려고 가입하고 로긴 까지 했습니다.” 글이 어떻기에 그 귀찮은 가입까지 하고 왔다는 걸까? 이런 글들은 일상생활에서 갑론을박의 여지가 많은 일들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그럼 나도 갑론을박이 많은 글을 써야 하나? 갑론을박도 좋지만 그냥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은데, 나는..


얼마 전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박승희 선수의 이야기를 보았다. 그녀는 선수 생활을 은퇴한 후 이전부터 꿈꾸었던 가방 디자이너를 새로운 업으로 삼았다. 그 에피소드들 중에서 가방 주문이 들어왔을 때, 아는 분이 주문했다고 하는 것보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 주문했을 때가 너무 좋았다는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아마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선수의 이름과 명성, 사람을 보고 주문했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주문했을 때는 가방만 보고 주문했을 거란 생각을 한 것 같다. 디자이너이기에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싶었던 것. 경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나도 그렇다. 포털사이트의 힘을 빌린 조회수보다는 글이라는 주제 안에서 함께 모인 사람들에게 받는 한 개의 라이킷, 한 개의 댓글이 더 좋다. 그게 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글은 계속 쓴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도 자기 만족감이 어느 정도 채워지고 나면, 그다음엔 인정 욕구가 발동되곤 한다.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이기도 할 것이다. 처음엔 글을 쓰는 것이 좋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는 것이 좋고 하나씩 나의 인사이트가 채워지는 것에 만족감을 느꼈는데, 지금은 그게 채워지고 나니 그다음 단계가 자꾸 고픈 것 같다. 유년기와 청소년기, 소싯적엔 글로 상도 많이 받았었는데… 하긴 많은 세월이 지나긴 했다. 자기 만족감 VS 인정, 어느 쪽으로 이 글쓰기를 지속해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글은 계속 써내려 갈 것이다. 내가 만족하면 그게 행복한 것이기도 하지만, 인정 욕구는 자기만족만큼의 동기부여를 주는 것이 사실이니까. 글을 조금 더 잘 써 봐야겠다, 아니 꾸준하게 자주 써야겠다. 언젠가는 자기만족은 물론 어느 정도의 인정 욕구도 채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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