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트앤노이 Apr 07. 2021

일을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부러운 사람 4. 하기 싫은 일들을 참아내는 사람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여러 가지 많은 내면의 고민으로 힘든 몇 달을 보냈다던 친구의 고민 중에는 “일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어느 날들에 그런 고민들로 많이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퇴사할 때 즈음의 내 모습이 그러했다. 이런저런 업무 스트레스도 많았기도 했고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땐 쉬어가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보다는 아무런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너무 지쳤던 탓이었을까.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도대체 사람은 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란 생각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일을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면 마음 편할 일이었다. 일에서 어떤 인생의 큰 의미나 가치를 찾기보다는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떠했을까. 그걸 나의 직업 가치나 자아실현까지 연결 짓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을 돈을 벌기 위한 활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회사를 다닌다는 리서치 결과를 본 적도 있다. 


나도 그러면 어떠했을까 싶은데 과거는 이미 돌릴 수가 없고, 나는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그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읽고, 유튜브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의 진짜 원인은 일에서 자아와 의미를 찾는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것들

어떤 일이든 처음엔 하고 싶었기에 호기롭게 도전하고 재미를 느꼈겠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 권태기, 어려운 순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지점을 기꺼이 극복할 마음이 있었을까. 일에서 자아와 의미와 재미를 찾겠다고 시작한 내 의지는 강했으나 거기에 필연적으로 딸려오는 하기 싫은 부분들과 시련들을 참고 피하지 않는 마음이 내게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 부분을 넘기지 못해서 일에서 의미와 자아를 찾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지 지나온 날을 더듬어 보았다.


살아오면서 축적된 것들과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으로 보면 나는 일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내 삶에 일을 하는 모든 순간들은 언제나 의미와 가치와 자아를 찾을 것이다. 목적지를 더 어렵게 돌아가는 피곤한 사람이지만 타고난 것들을 바꾸는 게 더 어렵다. 필요한 것은 일에서 자아와 가치를 찾되, 딸려오는 어려움과 싫은 것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그 지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거기에서 오는 뿌듯함이 그 일을 다시 좋아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점을 늘 생각하고 싶다.



어쭙잖은 말들로 친구의 마음을 위로하기는 싫었다. 다만 우리 대부분은 돈이 매우 많아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일을 해야만 하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복합적인 고민들이 우리에게 일에 대한 의문을 가져오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어차피 일을 해야 될 운명이기 때문에, 고비가 되는 지점을 일부분 참아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 들어 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그 일에서 의미와 가치도 찾고, 맛있는 것을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을 가질 수도 있는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만 이야기했다.

작가의 이전글 일요일 저녁은 늘 우울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