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사람 4. 하기 싫은 일들을 참아내는 사람
친구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여러 가지 많은 내면의 고민으로 힘든 몇 달을 보냈다던 친구의 고민 중에는 “일을 왜 해야 하는 것일까?”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어느 날들에 그런 고민들로 많이 고민했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퇴사할 때 즈음의 내 모습이 그러했다. 이런저런 업무 스트레스도 많았기도 했고 일을 할 수 있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모되었다. 그땐 쉬어가면 괜찮을 것이란 생각보다는 아무런 일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너무 지쳤던 탓이었을까. 먹고사는 문제를 떠나서 도대체 사람은 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란 생각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일을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면 마음 편할 일이었다. 일에서 어떤 인생의 큰 의미나 가치를 찾기보다는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어떠했을까. 그걸 나의 직업 가치나 자아실현까지 연결 짓지 않았다면 덜 힘들었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일을 돈을 벌기 위한 활동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오래 회사를 다닌다는 리서치 결과를 본 적도 있다.
나도 그러면 어떠했을까 싶은데 과거는 이미 돌릴 수가 없고, 나는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그 고민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많은 책을 읽고, 유튜브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민의 진짜 원인은 일에서 자아와 의미를 찾는 내 모습이 아닐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이든 처음엔 하고 싶었기에 호기롭게 도전하고 재미를 느꼈겠지만 누구에게나 어느 순간에 권태기, 어려운 순간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그 지점을 기꺼이 극복할 마음이 있었을까. 일에서 자아와 의미와 재미를 찾겠다고 시작한 내 의지는 강했으나 거기에 필연적으로 딸려오는 하기 싫은 부분들과 시련들을 참고 피하지 않는 마음이 내게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 부분을 넘기지 못해서 일에서 의미와 자아를 찾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지 지나온 날을 더듬어 보았다.
살아오면서 축적된 것들과 타고난 기질이나 성향으로 보면 나는 일에서 의미나 가치를 찾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사람인 것 같다. 내 삶에 일을 하는 모든 순간들은 언제나 의미와 가치와 자아를 찾을 것이다. 목적지를 더 어렵게 돌아가는 피곤한 사람이지만 타고난 것들을 바꾸는 게 더 어렵다. 필요한 것은 일에서 자아와 가치를 찾되, 딸려오는 어려움과 싫은 것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인 것 같다. 그 지점을 받아들이고 나면 거기에서 오는 뿌듯함이 그 일을 다시 좋아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점을 늘 생각하고 싶다.
어쭙잖은 말들로 친구의 마음을 위로하기는 싫었다. 다만 우리 대부분은 돈이 매우 많아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 일을 해야만 하고,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복합적인 고민들이 우리에게 일에 대한 의문을 가져오게 만드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어차피 일을 해야 될 운명이기 때문에, 고비가 되는 지점을 일부분 참아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 들어 하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 그 일에서 의미와 가치도 찾고, 맛있는 것을 먹고 갖고 싶은 물건을 가질 수도 있는 여유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만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