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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고 Dec 10. 2020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는 걸 축하한다, 아가야!

2세에게 해주고 싶은 사랑스런 자랑과 잡담 그런것들

안녕, 아가야.

부쩍 강력해진 태동에 자기전에 누우면 많은 대화를 하게 되는 요즘이잖니. 어제도 새벽까지 잠을 설쳤지만 나는 너의 그런 몸부림이 전혀 싫지가 않고 반갑단다.


어제는 임신 초기에 샀던 임산부 바지를 입었는데, 오랜만에 입은 탓인지 배가 조여서 '아 이것도 오래는 못입겠다.' 하고 임산부 원피스를 다섯벌이나 샀지뭐야? 하하, 임부복을 사야할만큼 쑥쑥 자라주어서, 또 나에게 그것을 매일 매일 알려주어서 정말 고마워.


니가 내 뱃 속에 입주한 지 22주에 접어들었어. 많은 사람들은 이 맘 때 태교를 시작한다고들 하더라. 아빠가 배에 대고 태담을 해주면 태어나서도 아빠 목소리에 안정감을 느낀다고 하던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간지러운 행동들을 즐겨하는 부부가 아니란다.


맘카페며 주변 지인이며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태담에 대해 물어보길래 한 며칠 동안은 그런 것이 정말 필요한지 때때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내가 내린 결론은 '필요없다'란다. 이유는 아래에서 알려줄게. 부디 훗날에 니가 이 글을 읽고 이 이야기에 세상에서 가장 많이 공감할 수 있는, 그만큼 아빠를 가까이서 보며 정말로 많이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내가 아래에 적을 것과 같이 너의 아빠가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지 말이야.


요즘 COVID19라는 전염병 때문에 임산부인 나는 재택을 한다. 너의 아빠되실 분도 나와 함께 재택근무를 하고 있지. 그는 방에서 미팅을 하고 나는 거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너도 이미 느끼고 있겠지만, 우리는 재택을 하면서 자꾸 자꾸 웃을 일이 많아진다. 코로나로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이혼하는 부부들도 많이 생겨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에 반해 서로의 쉬는 시간 마다 또 매일 하루 두번 찾아오는 식사시간 마다 우리집에는 소소한 웃음과 즐거운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지.


그건 많은 부분이 아빠 때문이야. 세상에는 지치면 부정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이 많고, 어쩌면 나도 아빠를 만나기전엔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어. 하지만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 사람의 좋아하는 면을 닮으려고 노력하게 되잖니? 아무래도 엄마는 흔히들 '사람좋다' 라고 많이 표현하는, 아빠의 마르지 않는 밝고 선한 에너지를 좋아했던 것 같아.


너의 아빠라는 사람을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살다보니 어느 순간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분출하는 날이 손에 꼽을 만큼 적어진 거 있지? 부정적이거나 불안한 감정의 바다에서 혼자 헤매다 돌아오는 날도 이제는 거의 없어, 등대 같은 아빠가 있는 걸!


이제 내가 왜 태담이 굳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 알려줄게.


내가 요 근래 느끼는 것을 너도 고스란히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저 목소리를 듣고 저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에 언젠가부터 너도 익숙해지고 있을거라고 생각해. 저 사람을 보면서 느끼는 든든함과 애틋함, 또 어떤 상황앞에든 저 사람과 이 가정을 꼭 지켜내겠다는 책임감 같은 것들을 니가 우리 가족을 생각할 때 느낀다면 나는 태교에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하는데, 니 생각은 어떠니?


고요한 듯 하지만 깊고, 시원시원한듯 하지만 따뜻한, 소심한 듯 하지만 대범한, 그리고 현명한 너의 아빠와 나는 직장의 사수-부사수로 만나 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했어. 그 사이 크고 작은 다툼들이 종종 있기기도 했지만 나는 단 하루도, 단 한번도 너의 아빠라는 '사람'에 대해 실망을 해 본적이 없다는 것을 너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


아빠는 살다보면 만나는 크고 작은 문제 앞에 언제나 기똥찬 해결책을 찾아다 주는 사람이었고, 한번 약속한 일은 어기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어. 지금도 그래. 항상 따뜻하고 진실된 말로 엄마를 응원해주는 사람이고 엄마는 그래서인지 아빠와 있는 엄마의 모습을 여러가지 내 모습중에 가장 좋아하게 된 것 같아.


나는 니가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게 되는 것이 참을 수 없이 기쁘고 행복하다. 내가 축하하긴 조금 이상하지만, 하여튼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는 것을 미리 축하한다 아들. 우리 셋이 함께 하게 될 내년을 떠올리면 벌써부터 내 마음속엔 겪어보지 못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마중나가지만, 너도 알지? 우리 셋 다 잘 할 수 있을 거야. 내게 그랬듯이, 너에게도 아빠는 끊이지 않는 응원이 되고 또 니가 자라나는 동안은 즐거움을 나누고 싶은 첫번째 사람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두 사람 옆을 든든히 지킬 나도 있을 거니까.


얼른 너를 만나 두 손으로 널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다가올 내년에 웃는 얼굴로 만나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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