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번 째 여름은 그렇게 끝이 났다.
특별할 것이라고는 없이
여름 태생이기에 그런것인지 아니면 찬기를 많이 느끼게 변해버린
몸의 성질 때문인지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몇 년째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꼽으라 하면 언제나 당연 '여름'이었다.
두 음절이 갖는 연상효과는
언제나 청춘 드라마 같이 제 멋대로이고 청량했다.
주로 그러한 것들은 너에 관한 것이다.
여름 내 아무런 연락 없이 지내다 불쑥,
편도 서너 시간 정도의 거리가 떨어진 곳으로 휴가를 떠나자고 하거나,
아주 늦은 시간에 외출을 하게 만든다거나,
혹은 와인 한 잔과 여름의 끝 자락을 함께 나눈 기억들이다.
고양이 같은 친구였다.
단미로운 고양이와 떨어져 지내니
어찌저찌 지내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의 허기짐이 몰려 오는듯 하다.
또 언젠가의 기억은 새벽녘이 가까워지는 때에도 지상의 열기가 느껴지던 날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있는 옥상에서 손바닥만한 치즈케익과
휴대폰의 불빛으로 소소하게 축하하던 생일날의 장면이라던가
창문을 조금 열어 둔채 집으로 가는 길에
알 수 없는 마음을 숨기며 따분한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들 처럼
누군가에게는 아마 기억 할 이유 조차 희미한
그러한 것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여름이었다.
코로나라는 비일상이 휩쓸고 간 세상에서도
계절의 속도란 속임이 없어서 그렇게 정직하게 여름을 대지에서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다.
두뼘 남짓 열어 둔 창문 사이로 이따금-
풀벌레들이 차갑게 운다
이상하게도 처서가 지난 이 절기 즈음이 되면
창백한 기분이 드는건 왜인지.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의연한 장면으로 기억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