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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Feb 24. 2024

제3부 천년제국으로(범죄자들)(25)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 -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박종대 선생의 번역으로 총 3권에 나누어 출간되었다. 완독 하고 싶은 마음에 읽고 느낀 점을 적어두려고 한다.


“당신은 아직 너무 젊어서 우리 삶이 무척 단순하다는 걸 알지 못하는 게 분명해요. 우리가 우리 자신만 생각하면 삶은 정말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자신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타인을 어떻게 도울지 자문하는 순간 우리 삶은 아주 단순해집니다!”
-480


젊음의 상징은 혼란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스스로 잘 할 수 있을지에 관한 끊임 없는 불안. 복잡해보이는 세상 속에서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몇가지 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도 불안과 혼란을 조금 멀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것의 과대평가는 현대의 미신입니다. 오늘날에는 개성의 문화니, 온전한 삶의 발현, 긍정하는 삶이니 하는 얘기들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의 신봉자들은 이런 모호하고 다의적인 말들로 그 저항의 원래적인 의미를 숨기기 위해 안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폭로할 따름입니다! 대체 무엇을 긍정해야 한다는 말일까요? 서로 뒤죽박죽 연결되어 있는 모든 것들을요? 발전은 항상 반대 압력, 즉 저항과 연결되어 있다고 어느 미국 사상가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본성의 한 측면을 다른 측면의 성장을 저해하지 않고는 발전시킬 수가 없습니다. 그럼 대체 어떤 것을 온전하게 발현하며 살아야할까요? 정신 또는 본능을? 변덕 또는 성격을? 이기심 또는 사랑을? 우리의 고결한 본성이 온전히 발현되려면 저급한 본성은 체념과 복종을 배워야 합니다.
-481


우연히 만난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아가테도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자의 말에 설득 당할 것 같다. 발전은 항상 저항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경제학의 역사에서도 나타났다.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서 만든 품질 좋은 물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해서 자국의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에서도 개방에 대한 압력을 받게 된다. 서로 대립되는 것 속에 세상은 흘러간다. 그 결과는 현재에 판단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결정에 대한 결과를 접한 후 평가가 가능할 뿐이다. 


“삶의 근본 조건은 오늘날 그렇게 광범하게 오인되고 있죠. 온갖 과도한 사례를 비롯해 현대의 신경증은 오직 의지 결핍의 무기력한 내면 상태에서 오는 것일 뿐입니다. 의지의 특별한 노력 없이는 누구도 유기체의 모호한 혼란을 넘어서는 통일성과 안정성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죠!”
-482

다양성이 존재하는 현대에서는 의지를 지키는 일이 오히려 더욱 어려울 수 있다. 많은 선택지가 대안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도전에도 쉬운 길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라면 의지가 필요한 시기를 만나게 된다. 쉽게 포기하려는 마음과 당당히 맞서 싸워야하는 것이다. 의지와 포기 사이에 갈등하며 실망하는 동안 개인 속에 소용돌이 치는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의지가 승리한 경우에야 겨우 소소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테니 말이다. 상대적으로 그런 성취감을 맛본 사람일수록 포기보다 의지를 지키는 쪽에 힘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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