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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밥먹는 기획자 Aug 05. 2021

콩국수는 미래유산

진주가 맛집이다.

 모르는 동네의 맛집을 광고글 없이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마크를 보고 고른다. 블루리본이라던가 미슐랭에서 40달러 수준의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을 의미하는 빕 구르망을 선택한다. 그리고 가끔은 서울미래유산처럼 의미 있는 맛집 투어를 떠나곤 한다. 서울미래유산의 대표적인 곳은 을지로의 OB비어, 여의도 최초의 칵테일바 다희 그리고 시청에 진주회관이 있다. 이곳들은 저마다 서울시민의 애환을 담고 있어 서울의 역사를 미래 세대에게 전하기 위해 가치가 있는 식당을 의미한다. 그래서 단순히 맛을 본다기보다는 문화를 먹는다는 생각으로 간다.   

  

이런 마크가 있는 밥집이라면 한번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사실 알고 있다. 노포집들이 으레 그런거처럼 자극적이기 보다는 연의 맛을 추구하기에 먹는 순간 머리에 강력한 충격을 주기보다는 집 가는 내내  입에서 맛이 감돌고 자고 나서도 생각나는 맛에 가깝다는 것을 말이다. 첨언을 하자면, 오래된 맛집에서 그 음식의 맛을 살리기 위해 어떤 고민을 했을지 어르신의 고민의 흔적을 찾곤 한다. 음식점을 하다 보면 손님들의 조언이나 트렌드에 따라 조리법이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랫동안 맛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고민한 음식이라는 반증이다. 그래서 노포집은 맛과 함께 문화를 향유하러 간다.    


 그래서 내가 가본 곳은 1962년 개업하여 같은 장소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콩국수 전문 식당 “진주회관”이다. 콩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 여름의 시원한 면요리 중 상위권에 랭크된 음식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면요리가 영양학적으로 단백질이 적어 기력이 허할 때는 콩국수를 찾는다. 특히 스트레스성 탈모 증상을 보이고 나서는 열심히 찾아먹는 편이다. 콩국수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입에 씹히는 식감 혹은 맹물 같은 느낌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집의 콩국수 국물을 먹고 나서 듣 생각은 콩 퓌레를 먹는 느낌일 만큼 입안에 이질감도 없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그 흔한 오이나 토마토 고명이 없이 13,000원의 가격에 놀라긴 했지만 두 번째로 놀란 것은 김치 맛이었다. 서빙 때부터 같은 김치 2접시를 주어 왜 2접시를 주었을까 생각했는데 김치만 4번 리필했다. 아삭하고 시원하면서 단 김치는 콩국수와 좋은 조화를 만들어 냈다.      


고명 없이 뽀얀 국물과 김치 2접시가 다이다


 다음날 아침 그 맛이 생각나 진주회관에 대해 찾아보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여 2가지 작은 TMI와 다음편에 대한 예고를 하고자 한다. 1. 진주회관 콩국수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아들에게 배달 심부름을 시켜 먹은 것으로 유명하다. 가끔 재벌들이 먹는 음식이 궁금하다면 시도해볼 만하다. 2. 서울 2대 콩국수집으로 시청의 진주회관과 여의도의 진주집이 꼽혀 왜 같은 진주인지 궁금했는데 둘은 형제관계라고 하며, 이 콩국수의 원조는 경남 진주의 삼호분식이라고 한다. 수십년간 콩국수를 만들어온 장인에게 콩국수에 대한 철학을 듣고 싶어 이번 여름휴가는 진주로 가볼 생각이다. (물론 진주집도 가볼 것이다. 진주집은 진주회관과 다른 김치 맛으로 콩국수의 맛을 푼다고 한다.)

여름에는 콩국수만 판다.

-홍보는 없고 요리를 통해 깨달았던 내용이나 스토리 있는 음식과 문화를 설명하는 밥 먹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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