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자궁암 검진을 받다가 물혹 하나가 발견되었다. 의사 선생님은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물혹이니 그냥 정밀검사를 해보지만 별로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얘기하셨다. 그런데 이게 뭔 날벼락인지. 20대였던 내 난소에 암으로 의심되는 뭔가가 있다는 거다.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께 일하는 곳과 스케줄을 조율한 후 다시 오겠다고 얘기한 후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진찰실을 나왔다. 그리곤 곧장 학원에 출근해 원장에게 내 몸 상태에 대해 얘기를 했다. 대체할 선생을 구해주실 때까지는 버텨보겠다는 착한 여자 같은 미련한 말을 건네면서.
근데. 원장이 내게 하는 말.
선생님이 하나님을 안 믿어서 이런 거예요. 얼른 우리 교회로 오세요. 기도하면 다 나아요.
이게 뭔 댕댕이 소리인지.
교회 안 다녀서 내가 난소암에 걸렸다니. 그리고 기도하면 다 낫는다고? 야. 진짜 21세기 사람이 할 얘기인가 싶었다. 너무 어이가 없어 대꾸할 말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원장은 예전부터 교회에 안 다니는 나를 계속 전도하려고 했었는데 이런 해괴한 말까지 하면서 이 순간에도 교회에 데려가려 하다니.
결국 여러 번의 그만둔다 그냥 교회에 가자 이런 시답지 않은 실랑이 끝에 교회 안 다녀 암에 걸린 나는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 젊은 나이 덕분인지 수술 후 컨디션도 금방 회복되었고 3주쯤 지나 다른 학원에 이직하게 되었다.
내게 하나님을 안 믿어 암에 걸렸다는 망언을 하셨던 원장은 동업하던 또 다른 원장과 수익금 배분 문제로 대판 싸우더니 폐업을 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그분의 기도를 다 들어주시지 않았나 보다.
요새도 교회 같이 다니자는 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하나님을 안 믿으시면 병에 걸린다는 이상한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들이 종교를 가지고 그것에 의지하는 건 내가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듯 그들도 내게 종교의 전도를 강요해선 안 되는 건데. 하긴 기독교인만 입사 조건이고 주 1회 예배 보는 학원이 아직도 있긴 하지.
원장님들! 우리 종교의 자유는 지켜줍시다. 민주주의 대한민국 아닌가요? 그리고 저는 불교예요. ㅎ